이어도
이청준 선생의 중편소설 <이어도>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펼쳐간 김기영 감독의 1977년 작.
관광회사 기획부장인 선우현은 제주도에 관광호텔을 건설하면서 전설의 섬 이어도를 찾는 마케팅을 펼친다. 이어도를 찾는 탐색 관광선에서 취재기자 천남석이 실종되고 그 사건에 책임을 느낀 선우현은 천기자의 고향인 작은 섬 파랑도를 찾아가 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던 중 천기자에게 술집 작부인 애인이 있었고, 그의 실종에 미스터리한 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는 미스테리 구조에 샤머니즘 분위기를 띄며, 이야기는 어느새 환경문제까지 뻗쳐간다. 빨간 양산을 쓰고 배를 타고 등장하여 고혹적 매력을 내뿜는 이화시, ‘시민케인’ 만큼이나 미스테리한 인물 천남석이 신비한 분위기를 더한다. 감독 특유의 충격적 묘사와 ‘전복’의 묘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줄거리>
관광회사 기획부장인 선우 현은 건설중인 제주도 관광 호텔의 홍보를 맡아 첫 사업으로 신비의 섬 이어도에 대한 선전을 준비한다. 우선 이어도의 실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탐사에 나선 선우 현은 동행을 자청한 기자 천남석과 함께 이어도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어도에서의 첫 날 천기자가 실종되면서 선우 현은 뜻밖의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 그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선우 현은 천기자의 집이 있는 파랑도를 찾아가고, 그곳 술집 작부 손민자로부터 독신이었던 천기자에게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천기자의 실종 사실을 전해들은 손민자는 선우 현이 체험한 기이한 현상을 자신은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손민자의 제안으로 선우 현은 이어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모시는 사당으로 가 천기자의 명복을 빌어 준다.
* 영 화 *
● <이어도> 이해하기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피안(彼岸)의 섬 이름이다.
대개의 문학작품들에 나타나는 피안의 이상향이란 현세의 모든 고난과 갈등에서 해방된 지극히 아름답고 행복스런 복락(福樂)의 땅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어도 역시 제주도 뱃사람들의 그런 복락과 구원의 이상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어도는 다만 그러한 구원과 복락의 이상향일 뿐만 아니라 제주도 뱃사람들의 죽음의 섬을 의미하기도 한다. 뱃사람들이 바다를 나갔다 돌아올 수 없게 되면, 그들은 마침내 이어도로 갔노라고 믿는다 한다. 이어도로 가서 이어도의 복락을 누리게 된 거라고 믿는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뱃사람들은 그들의 위험스런 뱃길을 이어도로 위로받으며 두려움 없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어도는 또한 제주도 뱃사람들의 죽음의 섬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복락의 이상향에 대한 꿈과 죽음의 공포로써 이어도는 다만 피안의 섬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뱃사람들의 차안(此岸)의 삶 속에서 그 주술적인 힘이 현실화한다. 제주도 뱃사람들의 차안의 삶을 간섭하고, 그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결정지으며, 그 의미를 해명한다.
나는 소설 〈이어도〉에서 이어도의 전설을 소개하고 그 섬의 정체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그 섬이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거꾸로 간섭해 왔고, 또 모습지어 왔는가를 보려고 노력했다. 이어도를 빌어서 피안의 그것이 아닌 현실의 삶의 한 참 모습을 해명해보고 싶어한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에게 더 많은 이어도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은 이어도가 실재 아닌 허구에 불과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때로 가시적인 사실에서보다는 그 허구 쪽에서 오히려 더 깊은 진실을 만나게 될 때가 있으며, 자유로운 정신의 모험을 꿈꾸는 한 개인의 내면사와 그가 실존하고 있는 현실과의 갈등 속에 우리는 가장 절실한 우리 삶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자의 말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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