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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 일어일문학 4학년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자장면 집에 들른 적이 있다. 가게엔 아저씨 두 명이 식사 중이었다.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큰소리로 얘기하는 통이 나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요즘 애들이 취업하려고 졸업을 안 한다며?” “그러게. 졸업 안 한다고 취업이 되나? 애들 생각하는 거 하곤 참 웃겨.”
대화를 듣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졸업하지 않는 대학생의 사정을 생각해주지도 않고 ‘웃기다’는 단 한마디로 단정하는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대화를 듣고 순간 멍해져서 결국 퉁퉁 불은 자장면을 먹게 됐다.
20전 20패 0승. 지난 학기 내 취업 성적표다. 대학 생활 동안 몇 년간 꾸준히 했던 봉사활동, 열 개가 넘는 대외활동에 수상 경력, 그리고 남들 다 하는 토익, 토스. 게다가 일본어까지 자신만만하게 내밀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죄송합니다. 귀하는 우수한 인재이나…’. 스무 차례 똑같은 안내문을 보며 생각했다. ‘우수한 인재면 좀 뽑아주지’. 나는 지난해 12월, 학기를 모두 마치고 어쩔 수 없이 졸업 유예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재학생’ 신분의 구직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취업 준비생 사이에 퍼진 통념이다. 게다가 ‘관련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기업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인턴이라도 지원하려고 하면 ‘졸업 유예 제도’는 필수다. 대부분의 응시 자격이 재학생, 졸업예정자에 맞춰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나처럼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을 ‘노(老)대딩’ 이라 부른단다. 노땅 대학생의 줄임말이다. 스물여섯 청춘에 노땅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서러운데 학교에서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돈을 내란다. 교수당 학생 수가 많아지면 학교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였다. 게다가 우리를 ‘조상님 학번’쯤으로 여기는 1~2학년 재학생들은 노대딩들이 도서관 자리를 모두 차지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생활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밀어내려고만 하는 학교가 야속하다. 우리가 졸업 유예를 하고 맘 편하게 백수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아침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또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한 마음에 저녁엔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나는 노땅 대학생이다. 곧 떨어질 것 같은 마지막 잎새를 붙이는 심정으로 대학생 신분에 풀칠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한심하게만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는 단지 이보 전진(二步前進)을 위한 일보 후퇴(一步後退) 중일 뿐이다.
송서현 가천대학교 일어일문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