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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미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Bawoo 2015. 2. 4. 22:27

미국경제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에서 부활한 저력이 놀랍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경제가 15년 만에 글로벌경제의 운전석에 다시 앉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호하고 일관된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미국경제는 지난해 3분기 5% 성장에 이어 4분기 2.6%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4분기 소비는 4.3% 늘어나 2006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여줬다. 소비자기대지수도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경제의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나홀로 호황’이라는 경제전문가의 촌평이 어색하지 않다. 유로존은 그리스 좌파 시리자의 집권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5년간 지속된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재정금융정책 완화를 요구하며 독일과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해외 언론은 메르켈 총리와 292조원의 빚 탕감전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7%대 성장을 ‘뉴 노멀’로 받아들이고 구조개혁과 정책 우선순위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총선 승리로 재신임받은 아베 일본 총리 역시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에 올인한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이래 급락한 기름값은 미국경제에 또 다른 축복이다. 1월 하순 소비자가격은 평균 2.03달러로 현 수준이 유지되면 소비자 부담이 약 1800억달러 경감된다고 한다. 가구당 연간 약 750달러 줄어 가계살림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고용지표 역시 긍정적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670만명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지난해에는 월 평균 24.6만명이 취업하고 실업률도 5.6%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경기회복 과정에서 드리워진 그림자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실질임금 상승이 장기간 정체된 점이다. 중산층 가계소득은 1979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인의 43%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한다. 2006년 대비 중위가구의 소득은 9%나 줄어들었다. 대침체 이후 10만달러 이상 버는 중산층 비율이 3%포인트나 하락했다, 로런스 케츠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소비자는 ‘아이폰’과 고가의 텔레비전을 갖게 되었지만 중위가구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20 국정연설에서 ‘중산층경제’를 새로운 정책어젠다로 제시했다. 중산층 살리기로 경제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보다 많은 경제적 과실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중산층을 살려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할 때”라며 “상위 1%의 세금탈루를 막아 그 돈을 대학교육과 자녀보육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오직 소수만이 승승장구하는 경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일반시민의 소득증대와 기회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오바마의 연설은 민주-공화 양당의 격렬한 논쟁을 몰고왔다. 공화당은 “계급투쟁을 선동한다”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중산층을 살리는 길”이라며 적극 지지했다.

경제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2016년 미국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핵심 이슈다. 4500만명이 빈곤선 이하 소득으로 연명하며 이중 1470만명이 아동이다. 바드칼리지의 파브리나 체르네바 교수는 2001~2007년 톱 10%가 소득증대분의 98%를 가져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10개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인이 5000만달러 이상 받았다. 6명의 헤지펀드매니저가 1억달러 이상 벌었다. 부자와 빈자의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부자감세의 혜택이 아래로 전파되는 낙수효과는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윌리엄 라즈닉 교수에 따르면 2003~2012년 기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대 기업 중 449개 기업이 이윤의 54%에 해당하는 2조400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경제불평등이 시대의 화두가 된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중산층을 튼튼하게 만드는 노력이 절박한 시점이다.

 

* 머니투데이 박종구 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