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 모음♣ /경제, 사회

<우리경제>저성장 탈출을 위한 진짜 승부수

Bawoo 2015. 7. 15. 22:56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예산편성 시 3.8%로 예상한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3% 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필두로 하여 총 22조원 규모의 경기대책을 마련했다. 추경예산 11조8000억원 중 5조6000억원은 세수 결함의 일부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6조2000억원이 세출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데 이 정도의 재정 확대로 3%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더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을 내놓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선 때 공약한 복지재정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재원조달 계획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은 메르스 영향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고 그 감소 폭이 마이너스 10%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39개월째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에 대응하여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기업투자 환경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일본의 엔저에 대응할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0.7% 상승에 머물러 디플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1990년대에 시작되었던 일본형 저성장의 늪에 우리도 빠져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저성장 위기상황에서는 정부도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총동원해 기업투자 심리를 충분히 자극시키고 수출경쟁력도 높여줄 대책들을 강구해야만 성장률 하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까지 인하한 한은은 그리스 사태로 외화 유출이 우려되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오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용기도 없고 일본이나 EU 중앙은행같이 양적완화 정책을 활용할 의지도 없기 때문에 저성장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정책 당국은 각 금융기관의 대출여력을 키워주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한은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같은 금융 취약분야를 돕기 위한 금융중개 지원대출자금을 과감히 확대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중소상공인들을 자금수요자로 하고 있는 신협이 각종 대출규제 때문에 막대한 여유자금을 중앙회에 예치하고 있고 신협중앙회는 예탁잔액 15조원 중 12조원을 금리 5% 미만의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해줘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위기의식은 단기적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향후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성장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KDI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3% 수준에서 앞으로 10년 단위로 1%포인트씩 낮아져 2035년에는 1.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 문제만 하더라도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재 10% 넘는 청년실업자들, 자녀양육을 마친 전업주부들, 그리고 55~65세의 건강한 은퇴자들은 산업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취업교육훈련을 받고 싶어 하고 근로조건만 웬만하면 취업할 의욕을 갖고 있다. 이 취업 희망자들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고 기업들도 인턴십을 제공하여 적극 협력해야 할 일이다. 한국에 이미 들어와서 기술을 익힌 외국근로자들이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동남아 청년들에게 영주권이나 국적을 주는 과감한 이민정책도 강구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 변수는 생산성 향상이며 모든 경제주체가 새로운 기술진보에 적응하려는 혁신 노력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의 혁신노력을 힘들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국가 운영체제를 재편하는 정치개혁도 계속 미룰수만은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저성장 탈출의 숨은 통로가 있다.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 그리고 인프라 건설시장 등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20여 개나 지정해놓고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경제특구에 우리 기업들을 진출시키고 중국의 AIIB 설립을 계기로 인프라 건설 투자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 ‘남북경협이 대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산업화시대에 발휘했던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IMF 외환위기 때 보여주었던 ‘우리는 뭉칠 수 있다’는 협력정신만 회복할 수 있다면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의 미래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약력=서울대 상대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정보통신부 장관, 재경부 장관,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