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기 작가의 이름을 오래전에 들어 본 기억이 있다. 아주 어렴풋이 기억이 날 정도로 먼 시간 전인 17년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화실에 그림 공부하러 갈 적에 화실의 선생한테서이던가?... 그러니 작품의 수준이라든가 작품 성향등 구체적인 정보를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작품을 본 기억도 없는 것 같고 그저 막연히 이름만 기억나는 정도.
이번 전시회에도 작가 개인에 대한 친면이나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간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내 일상, 토요일이면 전시장을 으례히 찾는 내 일상과 관련이 있을 뿐. 마음에 흡족한 작품이 있어 아까운 시간 내어 발품을 판 보람을 느낀다면 즐거운 일이고 그렇지 않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 같지도 않은 작품을 보는 날이면 속으로는 "에이! 아까운 시간만 버렸네" 그러고 투덜대면서도 뭔가 배울 점은 있는 것을 찾는 것으로 만족하고 마는, 토요일이면 으레히 전시장을 찾는 내 일상과 관련이 있을 뿐.
그런데 전시 작품이 보이기 시작하는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비구상 작품들이라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눈에 보아도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는 만들어 낼 수 없을 듯 싶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건 스쳐 지나가듯 볼 작품들이 아니군"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한 숨을 돌리기로 했다. 작품을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 하여 요즈음 눈에 뜨이게 줄어든 운동량 탓에 일부러 많은 시간을 들여 걸어 무리가 된 다리를 휴식을 취하여 충전도 할 겸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사이 누군가 전시장 밖으로 나가면서 아는 체하며 목례를 한다. 대인관계를 별로 안 하는 탓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누구지 궁금해하며 "혹 전에 다녔던 직장의 내가 모르는 후배인가 싶어 누구세요?"라고 좀 예의에 어긋나는 물음을 던졌다. 나이도 10년 이상은 어려 보이기도 하고 해서. 요즈음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치게 되면 절대 길을 안 터주는 정말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사춘기 학생들을 많이 겪고 있어 "세상 참 막돼먹었네"라며 혀를 끌끌차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하니 "참 뜻밖의 사람도 있구먼, 이래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맛이 나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호의를 담은 말투로.
" 이방 주인입니다"라고 되돌아온 말.
"헐 이 뛰어난 작품들의 주인이라고"
다시 한번 쳐다봤다. 꽤 큰 키에 선한 눈빛을 가진 호감이 가는 모습. 굳이 이성이 아닌 동성간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글을 쓰게 만든.^^.
작품은 본 순간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평면작업이 아닌 입체 작업의 작품들. 이런 작품이 나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 궁금해서 결국은 작가에게 직접 물어봤을 정도로 공들인 작품임에 놀랐다. 작가의 능력과 별개로 체력과 시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작품수가 많은 것에 더욱 놀라 결례를 무릅쓰고 나이까지 물어봤을 정도로. 나처럼 60 중반을 넘어선 사람은 설사 작품을 만들어 낼 능력이 되더라도 체력이 뒷받침이 안 되어 한 두 작품이라면 몰라도 이리 다량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는 절대 없을 것이기에.
작업기법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평면작업화도 기법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입체작업화여서 도무지. 눈을 작품에 최대한 가까이 대고 들여다봐도 도대체 알 수 없었다. 한지를 이용한 작품이 일부 있다는 정도밖에는.
그림을 실제로 그리는 사람들은 안다. 평면 작업도 남들이 인정해 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하고 기법도 다양하지만 입체 작업을 하는 작가는 평면작업을 어느 정도까지는 통달을 하고 난 뒤 작가 본인의 끓어오르는 창작열을 못 이겨 입체작업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이를 잘 알기에 오랜만에 많은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다 담고 싶기도 했지만 잘못하면 작가 홍보를 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작가는 작가들대로 자신만의 기법을 도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찍는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알기에.
아래는 작가의 양해하에 담아 온 작품들이다. 작품의 내용이 무엇을 뜻하려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뛰어난 작품임을 알고 감탄하며 감상하는 수준인 내 무지를 탓할 뿐.
작가가 준 도록에는 작품 이름이 나와 있는데 능력 부족으로 일일히 기록은 못했다.
작가는 농기구를 일일히 매만져 -부상 위험도 있을 작업으로 보였다- 만든 작품에 더 깊은 애착을 보이는 것 같았는데 그런 경지는 생각도 못 해본 터라 많이 생소한 작품들이었다. 아마도 나는 죽기 전까지 절대 시도 못해볼 그런 작업기법과 작품들.
<입체 작품들- 도록에는 작품별 제목, 규격 설명이 되어 있는데 능력이 부족해 이것까지는 작업을 못했다. 그리고 모든 작품들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입체 작품은 실제 작품을 봐야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을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면서 더욱 실감을 했다. 이 글, 작품을 보시는 분들은 꼭 실제 작품을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작업 과정과 소요시간에 대하여 작가에게 물어 얻은 대답은 "목판을 파고 한지에 찍고(3~4시간 소요) 건조하는데 일주일이 소요되어 작품당 평균 작업 시간은 온전히 15일(310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하루 온 종일 작업에 매달리는 시간이 평균 12시간. 체력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아직은 가능하다고. 그래서 내가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다시 물으니 50중반. "헐! 이 나이면 나의 경우는 직장 다닐 때 대인관계용으로 즐겨 했던 밤샘 놀이를 못 하게 되고 매일 한 편씩 보던 영화도 눈이 피곤해 못 보게 된 나이인데 축복받은 건강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작업이지만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작가의 건강이 잘 유지되어 소중한 재능이 오래오래 빛을 발해 우리나라 화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작가 모습- 계획에 없었는데 지인들과 사진을 찍기에 나도 한 장 찰칵. 당연히 양해를 구했다.ㅎㅎ>
<농기구를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들- 작가는 이 작품들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아마 작가만의 독창적인 시도를 한 작품이라서 아닐까"라고 멋대로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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