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그림자
- 김남조(1927~ )
나무와 나무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림자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나무가 실체라면, 그림자는 허상이자 이미지다. 둘은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항상 나무를 올려다보는 그림자! 그림자는 나무에의 자발적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무와 그림자의 관계 유형은 연인 사이에서 주인과 예속자로 갈라진다. 정신분석학에서 그림자는 정념의 혼란을 안고 자아 바깥으로 내쳐진 자아다. 승화되지 않은 어두운 욕망을 안은 채 영원히 추방된 또 다른 ‘나’다. 그림자는 자신을 아파하지 않고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고 말하는 불행과 숙명에 빠진 자를 은유한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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