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Bawoo 2015. 10. 6. 15:04

 

신문에 난

100세 장수하는 할아버지

장수 비결에

소고기를 넣은 무국을 많이 드신다고.

 

 이 말을 들은 아내

나 신문을 보다가 잠든 사이

간밤에 책 읽고 '노인과 바다' 영화 보다가

늦잠 잔 탓에 피곤에 지쳐 잠든 사이

 

무국을 끓이고 있었나보다.

 

 곤하게 한 잠 다시 자고 난 뒤 깨어보니

코를 자극하는 향긋한 무소고기국 내음.

"무국 끓였나 보네"라는 나의 물음에

그렇다는 대답 대신

"무가 너무 적어 맛이 너무 안 나는 것 같아요"

"무 사올까" 묻는 나의 말에

"그러면 좋지요"

 

심부름 시킬 일 있어도

혹 내마음 다칠까봐 절대 말을 안 하는 속 깊은 아내

이런 아내 마음을 잘 알아

이제는 척하면 삼천리가 된 나.

 

무가 엄청 크다, 값에 비해.

아내가 자르려면 팔목 아프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제는 서서히 몸이 망가져가는 나이

무를 아내에게 주면서 슬쩍

아내의 옆 얼굴을 쳐다본다.

"잘라 주랴"는 말은 안 하고서

여차하면 잘라주려는 마음으로.

 

아내 내게 맡길 생각은 아직 없다.

그런 아내의 옆 얼굴에

언제인지 모르게 생겨있는

주름이 제법 눈에 뜨인다.

한 눈에 보아도 노인성 주름이 틀림없는.

 

마음이 짜안하다

나하고 같이 산 2년이 채 모자라는 30여년

별로 행복한 삶은 아니었을텐데

그래도 참고 견뎌주며 살아 온

그 긴 세월을 말해주는  훈장인 것 같아

 

아내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마음 속으로 바래본다.

그럴 일은 결코 없어야겠지만

혹 아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장인 장모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혹 그럴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런 재수없는 생각을  문득문득 떠올리노라면

그래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혹 생긴다면

 

아내의 빈 자리를 그 누구가 대신할 수 있을 까를 생각해보면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늦은 나이에 중매로 만나

사랑보다는 조건이 먼저였을 그런 인연이었고

그런 탓에 살아오는 과정에 우여곡절도 제법 있었지만

그건 어느 부부에게도 다 있을 법한 그런 일들

그래도 이를 못 참고 갈라서는 부부들도 많은데

이런 모든 일 참아가며 살아준

 아내가 새삼 고맙다.

내쳐도 아무 말할 자격이 없는 

 나를 거둬주고 있는 아내가

 

아내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손목에 힘을 주어야 가능한 일인

무를 짜르는 일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어느 새 노인성 주름이 옆 얼굴에  자글자글한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짜안해져 가지고서.

 

 

 

 

2015. 10. 6. 낮. 무소고기국을 끓이는 아내를 도와 무를 사러 갔다 오면서 느낀 생각을 적어보다.

 

<참고>

: 지역에 따라서는 무수·무시라고도 부르며, 한자어로는 나복(蘿蔔)이라고 한다.

무는 김치·깍두기·무말랭이·단무지 등 그 이용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비타민 C의 함량이 20∼25㎎이나 되어 예로부터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밖에 무에는 수분이 약 94%, 단백질 1.1%, 지방 0.1%, 탄수화물 4.2%, 섬유질 0.7%가 들어 있다.

무에 있는 독특한 쏘는 맛성분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세포가 파괴되었을 때 자체 내에 있는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하여 티오시아네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분리되며 독특한 향과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무즙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있어 소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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