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는 눈
나는
그대의 젊음을 보고
그대는
나의 늙음만을 볼 것이다.
나는
그대의 젊음을 보며
그대가 앞으로 살아 갈 날의
모습도 같이 그려보지만
그대는
나의 늙음만을 보는 것일 것이다, 오로지.
내가 살아 온 지난 나날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날이기도 할
그 나날들
나는 그대를 보며
그 나날들을 어느 정도 그려 볼 수 있지만
그대는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나날들이어서
도저히 그려 볼 수 없을 것이기에
그럴 생각도 없을 것이기에
그러니 그대는 오직
나의 늙은 모습만이 보일 것이다
그 늙음 속에
살아 온 지난 날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은
보지도 못 하고
보려는 생각도 없고
이런 내 모습은
그대 한 세월 살아낸 뒤의
그대 모습이기도 한 것을
그대보다 나은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대도 나의 이런 모습일 것을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내 늙은 모습은
먼 훗날 그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을
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그런 날들을 담고 있는
이미 살아 온 훈장과 같은 모습인 것을
그대는 오직
내 늙은 겉모습만 보고 있구나
나는 그대의
살아갈 나날들을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2015. 10.23 요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을 보고 느낀 점을 1차 쓰고 11.1 아침에 마무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