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궂음
내 어릴 적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는 늘 그러셨다
온 몸이 다 쑤시고 아프다고
그때 난
할머니의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러나 이제는 안다 저절로
내 나이
할머니 나이만큼 되어보니 그냥
궂은 날씨가 없으면 안 되겠지
그래야 비도 내릴테니까
비가 내려야
식물도 자라고
사람도 살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사람의 삶이
꼭 날씨를 닮았구나
날씨가
궂은 날이 필요는 하지만
잦으면 안 되듯이
사람의 삶도
궂은 날이 많으면
절대 안 되는구나
어쩔 수 없이 겪어야 되는
그런 일만 빼고는
내 조부모님,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나 아내가 때가 되면
가야 되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일만
빼고는
2015. 11.10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