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Doktor Zhiv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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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러시아 혁명기를 헤쳐 나가는 지성인의 비극을 그리고 있는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이다. 혁명에 대한 냉소적이고도 비판적인 묘사와 사랑에 대한 서정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진정한 삶을 일깨워 준다.
격변기를 살다 간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유리 지바고는 시베리아의 부유한 실업가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0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가문이 몰락하게 된다. 고아가 된 지바고는 모스크바의 상류 계급 지식인의 가정에서 자라난다. 그때는 마침 혁명의 파도가 러시아를 휩쓸기 시작할 무렵으로 철도 노동자들의 데모가 시작되고, 1905년에는 모스크바의 프레스냐 지구에서 무장 봉기가 일어난다.
지바고는 의학을 공부하고 결혼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종군 의사가 되어 전쟁에 참가했다가 전선에서 부상을 당해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라라를 알게 된다. 라라에 대한 기억은 지바고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라라는 어린 시절에 지바고 가문을 파산시킨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폭행을 당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육체 관계가 있었는데, 한때 라라가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지금 라라는 코마로프스키와 헤어져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그 남편도 전쟁 통에 행방불명이 된 상태였다. 이윽고 지바고와 라라 사이에 숙명적인 사랑이 싹튼다.
얼마 뒤 전쟁은 혁명으로 이행되어 1917년에 일어난 러시아혁명은 전국으로 번져 간다. 지바고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모스크바로 3년 만에 돌아와 혁명 직후의 혼란스러운 모스크바 생활을 뒤로하고 가족과 함께 황폐한 러시아를 가로질러 우랄의 시골 마을로 피난한다. 그러나 그 땅에도 안식은 없었다. 시를 쓰고 싶어 한 지바고는 우연히 도서관이 있는 이웃 마을에서 라라와 재회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라라에 대한 정열이 지바고의 생활을 어긋나게 한다.
그는 아내 몰래 라라에게로 가던 도중에 빨치산의 포로가 되어 강제로 의사로 일하면서 시베리아 각지를 떠돌게 되고, 그의 아내와 아이는 난리를 피해 파리로 간다. 빨치산으로부터 도망친 지바고는 다시 라라의 곁으로 돌아와 애정이 넘치는 공동생활을 시작했으나 그것도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혁명군의 지도자가 된 라라의 남편이 군법회의에 회부될 위기에 처해 탈주하다가 총살당했다는 사건이 알려지자 라라도 위험한 상황에 몰려 이르쿠츠크로 도망을 친다. 라라와 헤어져 외톨이가 된 지바고는 걸어서 모스크바로 돌아간 뒤 지병인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는다.
사상적 충성보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산 지식인
『의사 지바고』는 역사의 거친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도는 지바고와 라라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지바고와 라라에게도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바고는 고아가 되었지만 모스크바의 지식인 가정에서 자라나 상류 계급과 그 문화의 전형적인 구현자가 된다. 그래서 뛰어난 의사이면서도 감수성이 유연해 철학이나 문학을 연구하고, 이 장편의 마지막에 24편의 시가 발표되어 있는 것처럼 시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시인의 눈으로 자연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지바고는 자신을 혼돈 속으로 휘말려 들게 한 전쟁과 혁명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정신적 독립을 지키려 한다. 전쟁도 혁명도 그의 정신 속까지는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런 변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채 생활을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혁명이 그의 정신에 철저한 복종을 요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자유를 선택하고 추구하게 된다. 그 자유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라와의 사랑이었다. 여기에는 파스테르나크 자신의 인생관과 아내 이외의 여성을 사랑한 경험 등이 반영되어 있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를 일시적인 외적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정신과 감정, 창조성을 본질적인 요인으로 간주해 이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정치적 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했다. 혁명의 폭력에 반대하며 “부드러움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지고지순한 선에 이를 수 있다”고 했고, 마르크스주의를 “사실에서 멀리 떨어져 그 기반이 불확실한 자기 중심적인 운동”이라고 했으며, 권력자는 “자기의 신화”를 주장하기 위해 “진실을 무시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고 단언한 지바고의 말은 파스테르나크의 견해이기도 하다.
불행한 소녀 시절을 거쳐 결혼한 뒤에도 행복하지 못했던 라라, 지바고에게는 “이름을 붙이거나 이러저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초월한 존재였던 라라와 지바고의 우연한 만남,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이 그려진 이 작품은 개인의 영혼과 자유의 존엄성을 역사의 법칙에 대비해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라라의 형상은 푸시킨 이후로 전통이 되어 온 근대 러시아 문학의 여성상으로 이어지는 지극히 시적인 여성상의 하나로 남아 있다.
작품 속의 명문장
유명하게 되는 것은 추하고
세상의 평가는 인간을 높여 주지 않는다
문서의 산을 쌓기보다는
원고를 아껴라
창작이 지향하는 바는 몰아(沒我)이지
화제나 성공이 아니다
어쩌다 무지한 인간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게 되었을 때의 억울함이여
살아라, 거짓 이름을 버리고 어느 날엔가 우주의 사랑을 끌어들여
미래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을 위해서 살아라
사람들은 생생한 발자취를 따라
한 걸음씩 너의 길을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패배인가 아니면 승리인가
스스로 알려고는 하지 마라
그리고 자기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자기 개성을 끝까지 지키면서
그저 살아가라, 살아가라
살아가라, 마지막 그 순간까지
파스테르나크가 말년에 쓴 시의 한 구절로,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처럼 불우하고 험난한 시대를 살면서 시를 계속 써 온 작가가 마지막에 갖게 된 심경을 무엇보다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
소련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 1890~1960)는 1890년에 고명한 화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예술적 환경이 좋아 어릴 때부터 그림과 음악에 소질을 보였고, 소년 시절에는 스크랴빈을 사사해 음악을 공부했으나, 1909년에 음악가의 길을 단념하고 모스크바대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의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미래파 그룹에 들어가 처녀 시집 『구름 속의 쌍둥이』(1914), 『장벽을 넘어서』(1916) 등의 시집을 내어 상징주의를 초월한 시인으로 주목받다가 시집 『누이, 나의 삶』(1922)으로 명성을 얻었다. 독창적인 비유와 ‘연상’이라는 기법으로 20세기 러시아 시단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었다.
『1905년』(1926), 『슈미트 대위』(1927) 등의 서사시와 시집 『제2의 탄생』(1932)도 발표했는데, 1930년대에는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시를 발표하지 못해 시집 『한 번 열차에서』(1942)를 낼 때까지 침묵을 지키며 셰익스피어와 괴테를 번역했다. 1954년에 10년간의 역작인 『닥터 지바고』각주[1] 를 완성했으나, 소련에서는 발표하지 못해 1957년에 이탈리아에서 출판했다. 이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지만 소련 문학계에서 그에 대한 비판 캠페인이 벌어져 수상을 하지 못한 채 작가동맹에서도 제명되었다.각주[2] 그렇게 불우하게 살다 1960년에 사망했다. 산문으로는 단편 『리우베르스의 유년시절』(1922), 『자전적 에세이』(1958) 등이 있다.
* 출처: 절대지식 세계문학- 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Doktor Zhiv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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