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단선적인 시선과 편견을 날카롭게 살피다!
서울대 교수들이 들려주는 명품 인문학 강의 시리즈 「서울대 인문 강의」 제6권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 책은 일본사 연구가이자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가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정치 변혁의 다층적인 역사를 탐구한 책으로, 19세기 어떻게 일본이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이루고 사회변혁에 성공했는지, 그 시기 일본 열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였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메이지 유신이 무너뜨린 도쿠가와 체제에 대한 개설적인 설명을, 2장은 서양 문명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도쿠가와 막부는 왜 패배했는지 설명하고, 4장, 5장에서는 메이지 유신 과정에서 유학과 사대부적 정치문화가 의외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피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외부환경과 그에 대한 인식, 기성 체제와 변혁세력의 대응 양상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저자 : 박훈
저자 박훈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도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민대 일본학과를 거쳐 현재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재직 중이다. 메이지 유신의 기원, 정치 변혁과 공론(公論), 일본인의 대외 인식 등과 관련해 논문을 써 왔다. 논문으로 「메이지 유신과 ‘사대부적 정치 문화’의 도전」, 저서로 『근대화와 동서양』(공저)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장 도쿠가와 체제의 구조와 특징
1. 정치체제의 성격: 막부, 번 조정
2. 사무라이 신분과 쇄국 체제
| 더 살펴보기 | 많은 인구, 더 많은 도시인구
2장 일본은 어떻게 서양 문물을 신속히 수용할 수 있었나
1. 서양의 외압과 ‘과장된 위기의식’
2. 위기에 대한 대응, 해외웅비론(海外雄飛論)
3. 신속한 개항 결정의 비밀
| 더 살펴보기 | 해외 유학생과 사절단 파견
3장 도쿠가와 막부는 왜 패했는가
1. 자기 혁신 하는 ‘앙시앵 레짐’, 도쿠가와 막부
2. 막말기 도쿠가와 막부의 정치적 약점
| 더 살펴보기 | 막부보다는 일본! 가쓰 가이슈의 결단
4장 유학의 확산과 ‘사대부적 정치 문화’의 형성
1. 도쿠가와 시대 유학의 위치와 19세기의 확산
2. ‘사대부적 정치 문화’란 무엇인가
| 더 살펴보기 | 사무라이들의 독서 모임, 회독(會讀)
5장 ‘사화(士化)’하는 사무라이와 메이지 유신
1. 사무라이의 ‘사화(士化)’
2. ‘학적(學的) 네트워크’와 학당(學黨)의 출현
3. 상서(上書)의 활성화와 그 정치적 역할
4. 군주 친정(親政)의 요구와 실현
| 더 살펴보기 | 당파 혐오와 근대 동아시아의 정당정치
맺음말
주(註)
더 읽을 거리
참고 문헌
[출판사 서평]
19세기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이룬 나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제6권,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의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일본 역사에서 메이지 유신은 실로 극적인 변혁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적극적인 서양 문물 수용과 과감한 체제 개혁을 단행한 일본은 동양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룩하며 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었다. 왜 유독 일본은 이를 신속히 받아들였고, 큰 파탄 없이 사회변혁을 이루었던 것일까? 대체 그 시기 일본 열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는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정치 변혁의 다층적인 역사를 탐색하며, 19세기 일본의 극적인 도약이 가능할 수 있었던 조건들을 추적한다. 당대 일본인들의 대외 인식, 구체제인 막부 세력과의 영향 관계, 서구화에 앞선 유학(儒學)의 영향까지 살피며 메이지 유신의 전모를 파헤치는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과 편견을 깨는 날카로운 역작이다.
■ 일본의 도약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19세기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이루었던 나라, 일본. 그 계기가 되었던 메이지 유신은 실로 극적인 변혁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적극적인 서양 문물 수용과 체제 개혁을 단행한 일본은 동양에서 가장 먼저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며 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미국과 서유럽의 몇 개국 정도를 제외하고, 산업혁명과 헌정(憲政)을 함께 이룬 나라는 유라시아 대륙 맨 끝의 일본이 유일했다. 조선 땅의 근대국가 수립을 꿈꾸던 김옥균은 그것을 목도했던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었다.
“1884년 33세의 김옥균이 구체제와 격투하고 있을 때(갑신정변), 일본은 성공적으로 근대 국가를 건설하고 있었다. 일본에 건너간 김옥균의 눈에 일본의 성공은 휘황찬란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가? 김옥균은 이 물음에 답을 얻기도 전에 암살당하고 말았고, 김옥균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물음을 계속 던졌다.” (6쪽)
일본 역사를 바라보는 한국인이라면 두 나라의 역사를 비교하며 한번쯤은 던져 보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메이지 유신을 대하는 한국인의 심정은 그 어느 국민보다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역사에 분노하며 그 원인을 메이지 유신에서 찾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와 별로 다를 바 없던 일본이 어떻게 그런 변혁에 이를 수 있었는가 놀라워하며 궁금증을 던지기도 한다. 왜 유독 일본은 이를 신속히 받아들였고, 큰 파탄 없이 사회변혁에 성공했던 것일까? 대체 그 시기 일본열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는 그 동안의 연구와 고민을 바탕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탐색하며, 일본의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조망한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메이지 유신은 당대 일본 지배층의 일부 세력이 전근대의 잔재인 도쿠가와 막부 세력을 무너뜨리고, 천황을 옹립한 새 정부를 수립하여 적극적인 근대화 정책을 편 사건이라는 점까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하루아침의 쿠데타로만 이루어진 변혁은 아니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는 막부 말기의 시기는 일본의 정치 주체들이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은 다채롭고 역동적인 공간이었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변혁의 뇌관이 폭발하기까지, 과거로부터 이어진 당대 일본 정치사의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단면들을 분석한다.
■ “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전국시대(戰國時代)”:
19세기 일본 지식인들의 ‘과장된 위기의식’
“지금 세계는 모두 7웅(雄)으로 나누어져 주나라 말기의 이른바 7웅이라는 것과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 형세는 매우 비슷하다. 러시아와 튀르크는 토지가 넓고 군대가 강하며 땅을 접하고 자웅을 다투는 것이 진(秦)과 초(楚)의 형세이다. 만청(滿淸: 청나라)은 부강하고 동방에 있으니 제(齊)와 같다. 무굴 제국과 페르시아는 그 중간에 있으니 한(韓)과 위(魏)이다. 신성 로마 제국은 명위(名位)가 있어 여러 나라(諸蕃)가 존숭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프랑스, 에스파냐, 영국 등 여러 나라와 백중지세이다. 큰 나라는 한(韓), 위(魏), 작은 것은 송(宋), 위(衛), 중산(中山)일 뿐이다. 또한 신주(神州: 일본)가 만청의 동쪽에 있는 것은 마치 연(燕)이 제(齊)와 조(趙)에 가려져 있는 것과 같다.” (57쪽)
당시 일본인들은 어떻게 서양 문물을 일찍부터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일까? 일본의 지식인들이 세계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해외로의 팽창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유신이 발발하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당시 열강들이 배를 타고 각국으로 진출하는 세계정세를 군웅이 할거하던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비유하며, 일본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위기를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는 비록 다수는 아니었지만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북방에는 러시아라는 교활한 나라가 있어, 신주(神州: 일본)를 빼앗으려고 노리며 항상 남하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아, 한탄스럽게도 사람들은 작은 지혜에 우쭐대고 있어 러시아인의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합니다. 작은 새의 좁은 식견으로 대붕(大鵬)이 하는 일을 비웃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장작의 비유 그대로이니, 쌓아 놓은 장작 위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서 자면서 아직 불길이 올라오지 않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모습이 바로 이러합니다.” (55쪽)
재미있는 것은 당시 이들의 이러한 위기의식이 상당히 과장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후 이 위기감이 정말로 현실화된 시점에서 이 주장들을 보면 역사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이 시기에 서양 열강은 일본을 침략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상태였으므로, 실제로 당시 외세의 압력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과장된 위기의식’은 일본 사회가 일찍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당시 이런 주장을 펼친 지식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인용하고 그들의 세계 인식을 분석함으로써, 19세기 일본 사회의 담론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 준다.
■ 전근대 일본의 ‘앙시앵 레짐’,
도쿠가와 막부의 혁신과 몰락
1867년 10월 14일, 에도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메이지 천황에게 정권을 돌려준다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선언했다. 일본 역사에서 수백 년 동안 막부에게 주어졌던 권력이 다시 천황에게로 넘어가고, 새 시대로 가는 길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의 이러한 선택으로 구체제인 막부 세력은 변혁 세력과의 전면적인 충돌은 피하게 되어,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길목에 막대한 부담을 남기지 않았다.
우리는 역사를 생각할 때 흔히 변혁 세력의 활동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구체제의 각 행위자들이 구질서 내에서 어떤 행동과 조치를 취하는가 하는 것은 역사의 고비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며, 이처럼 메이지 유신은 전근대 일본의 ‘앙시앵 레짐’이었던 도쿠가와 막부의 여러 역사적 선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밝힌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공로의 반은 도쿠가와 막부에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19세기 일본의 과장된 위기의식은 막부의 서양 문물 수용과 자기 개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19세기 중반은 막부 타도의 역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막부 개혁의 역사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한 막부는 여전히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의 해체를 용인하여, 일본의 근대화를 앞당기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유신 직전 전근대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친 무능한 정부였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각국의 구체제와 비교했을 때 도쿠가와 막부가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는 보기 드문 역동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비교적 건재했던 막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스스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천재적인 정치가라는 평판이 자자했던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어째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당시 정세의 맥락에서 차근차근 설명한다.
■ ‘서구화의 충격’만이 전부인가:
‘유학’의 영향과 메이지 유신
지금까지 메이지 유신을 이해하는 기존의 입장은 근대에 들이닥친 서양의 충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즉 ‘일본적 사회→서양의 충격→근대화’라는 공식이다. 일면 타당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동아시아 속 일본 사회의 특수성에 주목하며,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정치 변혁 속에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간이 된 사상인 ‘유학(儒學)’이 미친 영향 역시 있었음을 밝힌다. 일본이 근대로 나아가는 길목에 놀랍게도, 일반적으로 전근대의 구태(舊態)라고만 여겨지던 유학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이 유학 자체에 근대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유학적 질서 속에 있었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사무라이 사회라는 병영국가 체제였던 일본 사회에서 유학은 전통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히려 체제를 흔드는 ‘위험 사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일본에 뒤늦게 불어 닥친 유학 열풍은 일본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군인인 사무라이들이 칼을 차고 유학 경전을 강독하는 독서 모임에 드나들고, 정치와는 인연이 먼 존재였던 그들이 ‘사대부’로서의 정체성을 학습해 가며 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이 기존의 체제를 어떻게 뒤흔들고,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메이지 정부 수립 이후 근대적 정치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이 책은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르게 역사 속에 숨어 있던, 당대 일본 사회의 독특한 역동성을 발견하게 한다.
■ 질문에 다시 질문하기:
‘근대화 원인 찾기’의 한계
프랑스 혁명이 유럽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쳤듯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조선의 김옥균을 비롯한 이웃국가의 지식인과 지도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이후 한국 역시 숨 가쁘게 달려온 근대화의 역사를 거치며 발전과 상처를 거듭해 온 오늘날, 단순히 ‘일본의 성공적인 근대화 모델’이라는 프레임으로 메이지 유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낡은 논의가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박훈 교수는 거꾸로 이것은 우리가 메이지 유신을 객관적으로, 또 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메이지 유신을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서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용한 시각들을 제공해 준다.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때까지 이 물음을 던지는 시각은 오로지 ‘근대화’라는 가치에만 집착해서, 일본인들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단선적인 원인 찾기에만 급급한 것이었다. 우리가 당시 이루지 못한 근대화를 그네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일찍 이룰 수 있었는가 하는 물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가령 2장에서 지적하는 19세기 일본 지식인들의 ‘과장된 위기의식’은 역사상의 결과가 단순히 인간의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여러 착오와 우연이 결합하여 나타난, 가능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러한 ‘과장된 위기의식’이 도쿠가와 막부의 자기 개혁으로 이어졌고, 구체제였던 막부의 선택이 오히려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길에 신속한 다리를 놓아 주었다.(3장) 또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는 정치 변혁 속에 그것과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유학’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 역시, 그동안 근대화에 대한 단선적인 역사 인식에 가려 엿보지 못했던 역사의 새로운 결을 발견하게 한다.(4, 5장) 그러면서 저자는 근대로 이어지는 근대 이전의 동아시아사를 근대화라는 가치 기준 하에서 바라보는 연구 방법론을 비판하며, 근대화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동아시아사의 특수한 경험을 복원하고자 했다.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유럽 근대를 가치 기준으로 전제하고 전근대를 연구해 왔다. 특히 ‘근세’나 ‘근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이런 연구 태도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그리하여 유럽 이외 지역의 역사학자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특수한 것이 아니고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 또는 후진적인 것만은 아니고 선진적인 점도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근대적(유럽적) 요소’를 찾기 위해 정열을 쏟아 부었다. (...)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기반을 둔 설명틀이 아니라 ‘근세’ 동아시아 정치사의 전개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위에서 만들어진 설명틀을 바탕으로 ‘근세’ 동아시아 정치사를 포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36~139쪽)
메이지 유신으로 이르는 과정은 단순히 ‘근대화에 매진한’ 과거로만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된 역사이다. 때문에 이 책은 과거로부터의 연속성 위에서 당대 일본 정치사의 다종다양한 지점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또한 ‘과장된 위기의식’ 등 일본의 근대화를 촉진한 요소들이 일본 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에 대한 반사적인 침략주의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 역시 아울러 경계하며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의 시각에서 메이지 유신을 새롭게 탐색하는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과 편견을 깨는, 일본 근세·근대사를 다룬 한국 연구자의 날카로운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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