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가 연애편지라면 면접은 맞선이다.” 취업준비생이 곧잘 듣는 말이다. 이력서는 한 사람을 향해 연애편지를 쓰듯 그 기업의 인재상에 맞게 자신의 장점을 기술하고, 면접을 볼 땐 맞선에 나간 것처럼 행동하란 것이다. 맞선이든 면접이든 자신을 선보인다는 점에선 같다.
‘선보다’는 이처럼 결혼 상대자나 구직자 등 인물의 좋고 나쁨, 마땅하고 마땅치 않음을 알아보기 위해 만나 살피는 것을 이른다. 물건의 좋고 나쁨을 가려보다는 뜻도 있다. 요즘엔 언중(言衆) 사이에서 가려내는 것과 무관하게 처음 대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선보다’의 사동사 ‘선보이다’ 역시 살펴볼 수 있도록 선을 보게 하다는 뜻보다 사람이나 사물을 처음 공개해 여럿에게 보이다, 사물을 처음 등장시키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문제는 의미를 확장시키다 못해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선보이는 가구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의 경우 ‘선보이는’ 대신 ‘열리는’이 와야 자연스럽다. ‘공모전’은 공개 모집한 작품의 전시회이므로 ‘선보이다’와의 조합은 어색하다. ‘열다’ ‘(개최)하다’와 더 잘 어울린다. “소리박물관에선 100년이 넘은 뮤직박스와 에디슨 축음기, 각종 악기를 선보이고 있다”의 경우도 ‘선보이고 있다’를 ‘전시하고 있다’로 고쳐야 한다. 여러 물품을 한곳에서 계속 보여 주는 것이므로 ‘전시하다’가 오는 게 적절하다.
“비취색을 띤 투명한 바다가 이국적 향취를 선보이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 제주도에 호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와 같은 문장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듯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므로 ‘이국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이국적 향취를 풍기는’ 정도로 바꿔 주는 게 좋다.
“올 시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선수는 누군가” “심판은 경기 규칙을 수호해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도록 만드는 조력자다” 등의 경우도 ‘기량’과 ‘선보이다’는 부적절한 조합이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준 선수’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이라고 해야 어색하지 않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무턱대고 선보여서는 안 된다
‘선보다’는 이처럼 결혼 상대자나 구직자 등 인물의 좋고 나쁨, 마땅하고 마땅치 않음을 알아보기 위해 만나 살피는 것을 이른다. 물건의 좋고 나쁨을 가려보다는 뜻도 있다. 요즘엔 언중(言衆) 사이에서 가려내는 것과 무관하게 처음 대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선보다’의 사동사 ‘선보이다’ 역시 살펴볼 수 있도록 선을 보게 하다는 뜻보다 사람이나 사물을 처음 공개해 여럿에게 보이다, 사물을 처음 등장시키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문제는 의미를 확장시키다 못해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선보이는 가구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의 경우 ‘선보이는’ 대신 ‘열리는’이 와야 자연스럽다. ‘공모전’은 공개 모집한 작품의 전시회이므로 ‘선보이다’와의 조합은 어색하다. ‘열다’ ‘(개최)하다’와 더 잘 어울린다. “소리박물관에선 100년이 넘은 뮤직박스와 에디슨 축음기, 각종 악기를 선보이고 있다”의 경우도 ‘선보이고 있다’를 ‘전시하고 있다’로 고쳐야 한다. 여러 물품을 한곳에서 계속 보여 주는 것이므로 ‘전시하다’가 오는 게 적절하다.
“비취색을 띤 투명한 바다가 이국적 향취를 선보이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 제주도에 호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와 같은 문장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듯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므로 ‘이국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이국적 향취를 풍기는’ 정도로 바꿔 주는 게 좋다.
“올 시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선수는 누군가” “심판은 경기 규칙을 수호해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도록 만드는 조력자다” 등의 경우도 ‘기량’과 ‘선보이다’는 부적절한 조합이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준 선수’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이라고 해야 어색하지 않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무턱대고 선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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