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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2월 수상작

Bawoo 2016. 2. 26. 22:19

 

[중앙시조백일장] 2월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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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노숙의 곤곤한 내면
감각적으로 형상화


봄 채비를 하듯, 2월의 투고작이 풍성하다. 이태균의 ‘허물의 안쪽’을 장원작으로 올린다. ‘허물’은 노숙의 밤을 견디는 존재의 외피에 해당한다.

투고자는 그 외피를 관찰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안쪽’의 세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여기서 ‘메마른, 이승의 등뼈’는 한 존재가 차지하고 있는 ‘허물’이자 몸으로 지은 ‘언덕’이다.

남자는 ‘길 없는 길’ 위에 휘어진 등뼈를 기둥삼아 가물대듯 ‘통증’의 시간을 건너 잠이 든다. ‘허물’이라는 상징과 함께 노숙의 곤곤한 잠을 체화하여 감각적으로 형상화 하는 솜씨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두 편도 장원에 버금가는 가작이다.

 차상으로 김인숙의 ‘수선화’를 선한다. 수선화를 매개로 하여, 추사와 다산의 교분에서 오는 꽃향과 문자향을 겹쳐 보인 것이 좋다. 현실의 ‘울어리(둘러싼 어리)’에서 ‘행간과 여백’을 찾거나 ‘붓끝 세워 부른 바람’과 같은 결기를 통해 ‘추사’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차하로 뽑은 서재철의 ‘헝겊’은, ‘남겨 논 헝겊 한 조각’을 통해 ‘삯바느질’로 이어가신 어머니의 손길을 회상하는 애절한 가족서사이다. ‘헝겊’이라는 질료가 매개하는 삶의 보풀, 기척과 같은 것을 삶의 촉각적 기억으로 구체화시킨 것이 점수를 얻었다. 후보작으로 박희옥, 이공석, 최종천 등의 작품이 끝까지 거론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박명숙·염창권(대표집필 염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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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불안정하고 날카로움을 지나 사각형과 직선의 곧은 선을 경유하여 어느덧 곡선에 이르고 보니 삼십 년이 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한 시인의 시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잘 닦인 낡은 그릇 하나’가 우리 앞에 놓인다.

차갑고 건조한 직선의 삶에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해, 한 시인이 그 시정신의 극점에서 혼신으로 빚어낸 이 따뜻하고 겸허한 곡선의 힘으로 빛나는 그릇. 이것이야말로 ‘내가 너를 사랑함도 그릇 하나 갖는 일’인 것이다.

그 그릇은 몸이다. ‘흙과 물이 만나 한 몸으로 빚어낸 몸’이며 ‘무형으로 떠돌던 생각과 느낌들이 비로소 가라앉’은 몸이다. 그 그릇은 둥글다. ‘가슴에 불이 일던’ ‘함부로 부딪혀 깨지지도 못한’ ‘숨 막혀 사려 안은 눈물, 붉은 기억’의 모난 한때를 지나, 이제는 ‘둥글게 낮아질 때’인 것이다.

그 그릇은 비어 있다. 무언가를 담고 채우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비워낸 그릇에는 ‘잘 익은 달 하나가 거울 속으로 들어오’고 ‘한 잔 물 비워낸 자리, 새 울음이 빛’나게 되는 것이다. 시조 역시 노래언어의 그릇이다.

3장 6구 12음보라는 민족고유의 율격구조를 정형의 그릇으로 삼고, 우리의 혼과 꿈과 정한을 생생히 담아내며 700년을 흘러왔다. 시조는 노래를 가두고 규격화로 찍어내는 고정된 ‘틀’이 아니라, 노래를 율동하게하고, 품고 감싸주는 한없이 열린 ‘그릇’이다.

박권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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