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워낭 - 김솔

Bawoo 2016. 2. 27. 20:02

 

워낭

                                                                           - 김솔(1965~)

 
기사 이미지

 

늙은 소의 잔등 위에 막걸리 한 병 얹어놓고

괜히, 또 쓸데없이

그걸 쓰다듬는 저놈의 노을

한바탕 붉게 울먹이는 건 또 뭐람



“늙은 소”는 오랜 세월의 고된 노동을 상징한다. 늙은 소가 있으면 그것과 함께 살아온 농부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 서러운 세월을 함께 버텨왔다. 짐작건대 이들이 땀과 눈물을 바쳐 이룩한 것은 고작 생계뿐. “소의 잔등 위에” 있는 “막걸리 한 병”은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겸손한 식사다. 이 풍경이 안쓰러워 노을이 이들을 쓰다듬는다. 이것을 바라보는 또 한 존재가 있으니 바로 시인이다. 시인은 이를 보고 노을이 “한바탕 붉게 울먹”인다고 했다. 늙은 소, 농부, 노을, 시인은 이렇게 해서 하나의 따뜻한 ‘울음 공동체’가 된다. “워낭” 소리가 이들을 위로한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워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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