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랑진역
- 이우걸(1946~ )
낙엽이 쌓여서
뜰은 숙연하다
노인 혼자 벤치에 앉아
안경알을 닦는 사이
기차는 낮달을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기차역은 우리의 인생이 사실상 ‘유랑’이며 모든 현재가 ‘정주(定住)’의 삶이 아님을 지시하는 메타포이다. 그 길에 때로 낙엽이 쌓이고 유랑의 끝이 죽음임을 “숙연”하게 알려준다. 종점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혼자 벤치에 앉아/ 안경알을 닦는” 모습은 그리하여 모든 존재의 미래이다. 우리 모두가 금방 사라질
“낮달을 싣고/ 어디론가” 가는 시간의 열차에 동승하고 있다면, 같은 운명이라면, 조금 덜 싸우고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삼랑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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