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하뿔싸 -하뿔싸

Bawoo 2016. 7. 19. 23:49


하뿔싸
                                                        
                                                                        오탁1943~ )

 
기사 이미지

까치설날 아침

두 돌잡이 외손녀가

두 손을 배꼽에 대고

하버지 하버지 하며

배꼽세배를 한다

5만원이 날아갔다

외손녀가

스무 살이 되어

멍게빛 배꼽 다 보이는

배꼽티 입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며

세배를 하면

5만원이 또 몇 장?

아니, 그때까지 내가 산다고?

하뿔싸!



두 살 손녀의 재롱 앞에서 백기 투항한 할아버지가 스무 살의 손녀를 상상한다. “배꼽세배”는 “배꼽티”로, “하버지”라는 옹알이는 “할아버지”라는 성인의 언어로 바뀔 것이다. 5만원의 세뱃돈은 그 몇 배로 뛸 것이다. 그래도 즐거울 텐데, 문득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하뿔싸”는 ‘아뿔싸’보다 훨씬 강력한 할아버지만의 감탄사다. 5만원권을 5만 개 줘야 해도 그날이 이 할아버지와 함께하기를.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하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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