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 양동식(1944~ )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
밥은 생명의 줄이다. 밥 먹기가 어려웠을 때 밥이 안부고 인사였다. 밥은 시작이자 끝이었고, 모든 생명이 밥 앞에 줄을 섰다. 그 줄의 끝에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생명의 수호자였고 기원이었으며, 그리하여 어린 생명을 밥 앞으로 불렀다. “아가 밥 먹어라”―이것은 생명을 호출하는 명령어였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밥
- 양동식(1944~ )
할머니는 평생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
밥은 생명의 줄이다. 밥 먹기가 어려웠을 때 밥이 안부고 인사였다. 밥은 시작이자 끝이었고, 모든 생명이 밥 앞에 줄을 섰다. 그 줄의 끝에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생명의 수호자였고 기원이었으며, 그리하여 어린 생명을 밥 앞으로 불렀다. “아가 밥 먹어라”―이것은 생명을 호출하는 명령어였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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