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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레 베스노 마을〉

Bawoo 2016. 8. 28. 20:48



빈센트 반 고흐 〈레 베스노 마을〉


빈센트 반 고흐 〈레 베스노 마을〉

1890, 캔버스에 유채, 55x65cm


어렸을 때, 집에는 파이돈(Phaidon) 출판사의 큰 화집이 몇 권 있었다. 외국 책 구하기가 분명 쉽지 않던 시절이라 나름 ‘레어 아이템’이랄까. 집에 손님들이 오면 ‘와, 집에 이런 게 다 있냐’라고 할 만한 물건이었다. 사실 파이돈 출판사라는 것도 그 시절에 내가 알았을 리 만무하고, 나중에 미술사를 공부한 뒤 다시 보니 어릴 때 들춰보던 그 책이 꽤 유명한 출판사의 화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책들은 ‘초현실주의’, ‘르네상스의 거장들’ 이런 식으로 제목이 붙어 있었던 것에 비해 한 화가의 작품만을 다룬 책이 한 권 있었으니,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였다. 어릴 때 보던 반 고흐의 그림은 온통 노랗고, 파랗고, 꿈틀거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고흐는 이런 그림이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밝게 꿈틀거리고, 온통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가득하다. 물감을 두텁게 칠해서 붓이 지나간 대로 움푹 파이거나 도톰한 느낌이 거리를 두고 봐도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의 모든 그림이 늘 이런 스타일이었던 것은 아니고, 고흐의 초기 그림은 의외로 ‘온순’하다. 티센 미술관에는 고흐의 작품이 다섯 점 있는데, 그중에는 그의 초기 작품에 해당되는 그림도 있으니 미술관 안에서 유심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반 고흐의 작품만 모아서 일렬로 전시해 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의외로 찾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고흐가 화가로 활동한 햇수는 십 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가 제작한 작품의 수는 2천 점을 훌쩍 넘는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그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나 경제적으로는 늘 어려운 삶을 살았고,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갔으나 정신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동료 화가와의 언쟁 끝에 스스로의 귀를 자르는가 하면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화가다. 그러나 사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은 어떤 화가보다도 높은 가격에 경매에서 거래되었다. 반 고흐는 이 기구한 인생 때문에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제대로 이해 받지 못하는 화가인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우리에게 화가라는 직업의 이미지를 살짝 어긋나게 각인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반 고흐의 잘못은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근대화가 중에도 이런 화가들이 있다. 그래도 ‘예술적인 영감은 충만하지만 (정신이상이 생길 정도로) 당대에는 평가절하되어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다가 사후에 작품성을 인정받는’ 화가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반 고흐에서 나온 것 같다. 의외로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화가들의 삶은 이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생애에 대해 별다른 코멘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그림은 그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에 제작되었다’라고 그림 설명을 시작할 수 있는 화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실제로 이 작품은 반 고흐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에 제작되었다. 고흐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를 거쳐 고갱과 언쟁 후에 스스로의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그 후 프랑스 남부의 오베르쉬르우아즈(Auvers-sur-Oise)에 정착했다. 동생 테오가 그곳에 사는 가셰(Paul Gachet) 박사에게 형 빈센트를 돌봐달라고 부탁했고, 화가는 이곳에서 삶의 에너지를 되찾은 듯했다. 그의 후기 작품들의 특징 중 하나가 지평선을 아주 높게 그려서 화폭의 윗부분에 오도록 그린다는 점이다. 물감을 아주 두툼하게 칠하는 것, 선명한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 붓질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도 이때의 특징이다. 그는 가셰 박사와 다른 지인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고 풍경화도 많이 그렸는데, 이 시기에는 고흐에 대한 평단의 평도 좋아져서 브뤼셀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대 받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생전에 작품을 한 점 팔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스스로를 총으로 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틀 뒤 동생 테오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테오 역시 약 여섯 달 후에 사망했는데, 그들은 오베르쉬르우아즈의 한 교회에 나란히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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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최경화 전체항목 집필자 소개

최경화는 스페인의 언어, 미술, 음식, 문화, 사람, 도시, 시골을 좋아하는 서울 토박이.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꿋....펼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