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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 나나

Bawoo 2016. 8. 29. 22:07



에두아르 마네

나나

엄숙주의에 대한 도발


[요약 테이블]
크기154x115cm
제작시기1877년
원제Nana
작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년

소장/전승


함부르크 아트센터(Hamburger Kunsthalle)

기법

유화, 캔버스에 유채


[요약]

     <올랭피아>의 논란 이후, 마네는 <나나>를 통해 다시 한 번 고급매춘부를 작품의 대상으로 등장시킨다. 제3공화국이 시작되면서 파리에 분 변화상과 새로운 인간상을 작품 안에 담고자 했던 그의 계획은 <나나>가 살롱전에서 낙선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살롱의 보수적 분위기에 절망하지 않고 마네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림 안에 담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간다.

Nana


배우이면서 화류계의 유명인사였던 앙리에트 오제(Henriette Hauser)는 마네 작품의 주인공으로 서게 된다. 오제는 <스케이팅>이란 제목의 작품에서 샹젤리제 근처의 스케이트장에 구경을 나온 세련된 여성을 연기한 반면, <나나>에서는 한껏 멋을 내는데 심취한 고급매춘부를 연기했다. 마네는 논란이 되었던 전작 <올랭피아>에서와 같이 <나나>에서 고급매춘부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올랭피아>와 달리 이 작품에서 마네는 '오래된 거장'의 테크닉을 흉내 내거나 주제를 패러디 또는 오마주하지 않았다.


1877년에 이 작품을 완성할 당시 마네는 에밀 졸라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졸라는 여러 측면에서 마네의 든든한 후원자였는데, 졸라와의 교감 때문이었는지 마네는 살롱전에 출품하기 직전에 <나나>로 작품의 제목을 바꾸었다. 이로부터 3년후인 1880년에 발표된 졸라의 소설 <나나>의 여주인공은 자신의 매력으로 파리 상류사회의 남자들을 유혹해 차례로 파멸시키는데, 감상자는 소설 속의 '나나'와 마네의 작품 속 '나나'를 어렵지 않게 오버랩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은 마네의 그림 속 나나의 모습을 통해 졸라의 또 다른 소설인 <목로주점>에 등장하는 대목과 유사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잠옷을 겨우 걸친 그녀는 아침부터 내내 서랍장 위의 작은 거울 앞에 붙박인 듯이 서 있다. (중략) 아직 아이 같기도 하면서 성숙한 여인 같기도 한 자신의 벌거벗은 몸, 그 싱싱한 젊음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Cachin, 1990/1998, 121쪽 
     

이 작품을 들고 야심차게 살롱전의 문을 두드린 마네는 또다시 낙선을 맞보게 된다. 이에 승복하지 않았던 마네는 푸르스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사티로스(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저자 주)에게 몸을 맡기는 님프(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저자 주)는 괜찮고, 옷을 벗은 아름다운 여인은 안 된다는 거야?"
Cachin, 1990/1998, 120쪽 
     

이와 같은 마네의 푸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마네는 당시 파리의 변화상을 작품 안에 가감 없이 담고자 했으나 그의 시도는 살롱전의 엄숙주의 앞에서 처참히 묵살되었다. 벽면 오른쪽에 보이는 학을 프랑스어로 '그뤼(grue)'라고 하는데, 이는 옛 속어로 매춘부를 뜻한다. 마네는 이와 같은 암시를 통해 감상자에게 넌지시 대상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도 했으나 당시의 엄숙한 분위기 아래에서 이는 저급한 취향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변화하는 파리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여성의 멋 내기, 젊음에 대한 자신감, 이성의 매력을 무심한 듯 의식하는 시선에 이르기까지 마네가 이 작품 안에 담고 싶었던 현실적 요소는 신화와 같이 고전적인 소재와 표현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거부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작품이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같이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는 데 있다. 살롱전에 낙방하고 난 이후, 마네는 이 그림을 유사한 주제로 그려진 <거울 앞에서>와 함께 파리의 카퓌신가의 한 상점 진열장에 전시하였다. 두 그림 덕에 상점 앞에는 상당한 인파가 몰렸는데, 마네의 작품에 감탄하는 이들과 분노하는 이들로 나뉘어 큰 혼란을 빚었다고 한다.


참고문헌

  • Cachin, F.(1990). Manet: "Jai fait ce que j'ai vu". 김희균 역(1998). 마네: 이미지가 그리는 진실. 서울: 시공사.
  • Krell, A.(1996). Manet and the Painters of Contemporary Life. London: Thames and Hudson.
  • Néret, G.(2003). Manet. 엄미정 역(2006). 에두아르 마네. 서울: 마로니에북스.
  • http://www.hamburger-kunsthal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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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이브리 전체항목 집필자 소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을 공부했고, 시각예술 및 시각문화에 관한 다양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