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花隱亂草(정화은란초) 뜰의 꽃이 어지러운 풀 속에 숨어
長夏續能開(장하속능개) 긴 여름 이어서 능히 꽃을 피우네.
分戶色相暎(분호색상영) 집마다 꽃빛 서로 비추고
襲衣香暗來(습의향암래) 옷에 스미는 향기 은은하여라.
幽禽便喜蹴(유금변희축) 조용한 새들은 문득 기꺼이 좇아오고
飛蝶自知廻(비접자지회) 날으는 나비는 스스로 돌아갈 줄 아네.
微卉眞堪愛(미훼진감애) 작은 꽃도 참으로 사랑할 만하니
不須勤手栽(불수근수재) 수고롭게 부지런히 가꾸지 않아도 되누나
客來談水月(객래담수월) 나그네 찾아와 수월에 대하 이야기 하니
吾已悟盈虛(오이오영허) 내 이미 차고 비는 것을 깨달았네.
萬事雙蓬鬢(만사쌍봉빈) 만사 양쪽 쑥대 같은 귀밑 수염.
孤村一草廬(고촌일초려) 외딴 마을에 초막집 한 체
洛花春有酒(낙화춘유주) 꽃 지는 봄에는 술이 있고
細雨夜間書(세우야간서) 가랑비 오는 밤에 책을 본다.
窮達都無意(궁달도무의) 가난하고 영달함에 다 무관심하니.
浮生任卷舒(부생임권서) 덧없는 인생살이 되는대로 맡겨 두리.
水月:눈으로 볼 수 있으나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
변종운(卞鍾運) 1790(정조14)~1866(고종 3)
조선의 문인. 자는 붕칠(朋七), 호는 소재(소齋), 중인(中人) 출신으로 순조 때 역과(譯科)에 급제, 시문(詩文)에 능했으며, 특히 당(唐)·송(宋)의 시에 통했다.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된 「양자진(揚子津)」은 널리 애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