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관련 ♣/ 우리 인문

[스크랩] 겨레詩 “時調”의 맛과 멋

Bawoo 2017. 5. 16. 07:47

.

 

 

 

겨레詩 “時調”의 맛과 멋

 

전 치 탁

 

 

1. 서언

 

예부터 민족이 있는 곳에 그 민족 특유의 시가 있고, 그것은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가까이 동양 3국을 보자. 중국엔 5언이니 7언이니 하는 한시가 있고, 일본엔 短歌니 俳句니 하는 그들만의 고유시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3장 6구의 겨레시 “時調”가 있다. 이런 시가들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시가 대륙적 민족성과 장구한 역사성을 드러낸 것이라면 일본의 ‘와카’(和歌, 短歌)는 5.7.5.7.7.의 31음(31자), '하이쿠‘(俳句)는 5. 7. 5.의 17음으로 축소지향주의답게 자수의 긴축성으로 보나 그들의 식성으로 보나 군더더기 없는 것을 볼 때 여유롭지 못함까지 엿보인다.

 

우리의 시조는 어떤가.

초.중.종장 3장 6구에 한 장이 15자 내외 모두 35자내외의 문학이 겨레시 “시조”다.

초.중장은 3.4.3.4.인데 종장만이 왜 유독 3.5.4.3.인가?

중국의 한시나 일본의 와카, 하이쿠는 자수의 배열에 있어 한 자의 가감이나 변용이 용납되지 않는데 반해 우리 시조는 초.중장에 있어서도 한 두자의 가감이 허용될 뿐 아니라 종장에 와서는 물굽이가 한 바퀴 휘감았다가 다시 풀어져 흐르는 듯한 3.5.4.3.의 변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생활의 리듬에서 온 것이다. 할머니의 물레질, 대보름날 마을을 누비던 농악놀이, 보리타작마당, 감아넘기는 승무의 소매자락에도 숨어있다.

 

국보급 중에서도 국보급 유산인 겨레시 “時調”가 외면당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천황이나 수상이 신년사를 할 때마다 하이쿠 한 수부터 읊고 시작한다. 문인뿐 아니라 전 국민이 그들의 국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온 세계에 그들의 시를 보내어 그 곳에서도 “단가회”, “배구회”가 성행하고 있고, 중미, 남미에서는 각종 학교의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다니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 나라에서 글깨나 쓴다는 문인도 제 것 외면하고 남의 것 갈고 닦는 데 혈안이니 할 말이 없다.

이 나라 교과서는 어떤가?

초.중.고 국정교과서에는 국시 시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어가 외면당하고, 국사가 외면당하고 국민윤리가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시조를 배우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교사도 건성이고, 문인 가운데서도 시조무용론이 나온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심히 민망하고 창피한 일이다.

자유시 가운데서 우리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은 거의 시조의 내재율이 흐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국의 성웅 이순신 장군도 시조 한 수로 하여 구국충정이 더욱 빛났다. 이제 “시조”의 우수성을 알고 ,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여,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다.

 

*동의대 교수

 

 

2. 본문

 

1) 古時調에 나타난 先祖들의 멋

 

“옛날에는 평론이니 이론이니 하는 것이 없어도 불후의 명작 시조들이 많이 나왔는데 요즈음은 무슨 ism이니 평론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그렇지 못한 까닭이 무엇일까?” 자문해 본다.

“옛날 시객들은 붓 끝에 <신명>이란 것이 따라왔지만 지금 시인들은 그 <신명>이란 것에 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자답해 본다.

 

① 고시조의 멋과 風度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 제

一枝春心을 子規l야 알랴마는

多情도 病인 양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지금으로부터 7백여년전 고려 충혜왕 때 병조판서 이조년의 작이다.

그 시절에도 우리의 정한은 배꽃 핀 삼경, 일지춘심에 달빛을 앉힐 줄 알았다.

이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시 정신의 멋, 정과 한이 한 자락 강물만한 것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서나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失名씨 작품이다. 허무와 落寞, 이만한 페이소스가 또 어디 있을까? 그 여유와 그 풍도의 정신을 배우자는 것이다.

동양화의 멋이 여백에 있고, 거문고나 가야금의 율조가 斷과 續에 있듯이 우리 시조의 참멋이란 章과 章 사이의 여운에 있는 것인데 디스코 춤을 추듯 빽빽한 말로만 메워버린다면 하늘도 감아 넘기던 승무의 소매자락 같은 것을 어디서 찾아볼 것인가?

 

 

② 고시조의 기원설 중 <우리 어문학회>설

 

가. 향가의 분화와 향가계통의 경기체가의 분화

나. 민요계통의 井邑詞의 有意語만의 分段 발전

다. 고려 가사의 일부분의 分立過程에서

 

[향가 -제망매가]

生死路

예 이샤매 저히고

나 가다 말ㅅ도

몯다 닏고 가닛고

어느  이른 매

이에 저에 떠딜 닙다이

 가재 나고

가논 곧 모온뎌

아으 彌陀刹에 맛보올 내

道 닷가 기드리고다.

 

 

[속요-정읍사]

하 노피곰 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저재 너러신고요

어긔야 즌ㅣ 드l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ㅣ 졈그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漢詩-杜甫의 失題作]

江碧鳥逾白

山靑花慾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2) 우리 국문학의 特質과 情調

 

陶南 조윤제 선생께서 우리 문학의 특질을 <은근과 끈기>라고 설파했다. 은근은 한국의 미요, 끈기는 한국의 힘이라고 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산이 많고 들이 적은 동북아의 조그만 반도에서 끊임없이 대륙민족에게 시달리다 보니 물질적, 정신적으로 궁핍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은근과 끈기’라는 민족적 특성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문학의 情調인 ‘恨’은 ‘別恨’으로 고려가사인 “가시리”, “황진이의 시조,“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잘 들어난다.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大平盛大

날러는 엇디 살라고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大平盛大

잡와 두어리마

선면 아니올셰라

위 증즐가 大平盛大

셜온님 보내노니 나

가시  도셔 오쇼셔 나

위 증즐가 大平盛大

 

 

3) 고시조에 나타난 겨레시 時調의 맛과 멋

 

① 인생과 사색(嘆老歌)-우탁

 

春山에 눈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 데 없다

져근 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白髮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② 모정과 우국과 절개-이약녀, 이방원, 정몽주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가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問歌)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기실 줄이 있으랴.(答歌)

 

 

③ 戀情歌-임제와 한우의 和答歌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임제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 얼어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여 잘까 하노라.-한우

 

 

④ parody 기법의 연정가-정철과 진옥

 

玉을 玉이라커늘 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眞玉일시 的實하다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정철 문가

 

鐵이 鐵이라커늘 무쇠 錫鐵만 여겼더니

이제 와 보아하니 正鐵일시 분명하다

마침 내 골풀모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진옥 답가

 

 

⑤ 황진이의 絶調

 

동짓밤 긴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임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一到 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明月이 滿乾坤하니 수여 간들 어떠리.

 

어저 내 일이야 그릴 줄 모르더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⑥ 기생 홍랑과 계랑의 연정가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홍랑

 

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 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계랑

 

 

⑦ 임제의 추모가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

홍안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느냐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⑧ 기생 松伊의 시조

 

솔이 솔이라 하니 무슨 솔만 여기느냐

千尋 絶壁 위에 落落長松 내 긔로다

길 아래 樵童의 접낫이야 걸어 볼 줄 있으랴.

 

 

⑨ 무명씨들의 사랑 노래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두엇다가

십년 후 오신 임을 구슬성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사랑이 긔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을러나 자힐러냐

하 그리 긴 줄 몰라도 끝 간 줄을 몰라라.

 

우리 둘이 後生하여 네 나되고 나 너되어

내 너 그려 끊던 애를 너도 나 그려 끊어보렴

평생에 나 설워하던 줄을 돌려보면 알리라.

 

 

⑩ 사설시조(해학적)

 

窓 내고자 창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셰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 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둑닥 박아 이내 가슴에 창내고자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⑪ 陶山十二曲-퇴계 이황선생의 교훈가

전 12곡의 연시조 (전6곡:言志 후6곡:言學)

 

< 言志 > 전6곡

이런들 엇더며 뎌런들 엇더료

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료

며 泉石膏肓을 고텨 므슴료  -제1수

 

煙霞로 집을 삼고 風月로 벗을 사마

太平聖代에 病으로 늘거가뇌

이 듕에 바라는 일은 허므리나 업고자.  -제2수

 

淳風이 죽다니 眞實로 거즛마리

人性이 어지다 니진실로 올 말이

天下에 許多英才를 소겨 말가.  -제3수

 

幽蘭이 在谷니 自然이 듯디 됴희

白雲이 在山니 자연이 보디 됴해

이 듕에 彼美一人을 더욱 닛디 몯애  -제4수

 

山前에 有臺고 臺下에 流水로다

떼 만흔 며기 오명가명 거든

엇더타 皎皎白駒 멀리 음 는고  -제5수

 

春風에 花滿山고 秋夜에 月滿臺라

四時佳興이 사롬과  가지라

믈며 魚躍鳶飛 雲影天光이 어늬 그지 이슬고.  -제6곡

 

天雲臺 도라드러 玩樂齋 瀟灑듸

萬卷生涯로 樂事l 無窮얘라

이 듕에 往來風流를 닐러 므슴고.  -후 제1수

 

雷霆이 破山야도 聾者는 몯 듣니

白日이 中天야도 고자는 몯 보니

우리는 耳目聰明 남자로 농고디 마로리.  -후 제2수

 

古人도 날 몯 보고 나도 古人 몯 뵈

古人을 몯 뵈도 녀던 길 알ㅣ 잇ㅣ

녀던 길 알ㅣ 잇거든 아니 녀고 엇덜고.  -후 제3수

 

當時예 녀던 길흘 몃 ㅣ 려 두고

어듸 가 니다가 이제야 도라온고

이제야 도라오나니 년 듸 음 마로리.  -후 제4수

 

靑山은 엇뎨야 萬古에 푸르르며

流水 엇뎨야 晝夜에 긋디 아니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萬古常靑 호리라.  -후 제5곡

 

愚夫도 알며 거니 긔 아니 쉬운가

聖人도 몯다 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 주를 몰래라.  -후 제6곡

 

 

3. 결언

 

내가 나를 업신여기고 시답잖게 보는데 남이 나를 귀히 여기고 높이 봐 줄 까닭이 없다. 자기애, 자긍심, 자존심을 지키자.

나의 主體性과 정체성(Identity)을 지키고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요, 책임이다.

이 땅에 많은 우리 국문학의 장르(향가, 경기체가, 속요, 악장, 가사 등등)가 나타났다 사라져 갔지만 유독 “시조”만이 지금까지 700여년을 살아남은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시조”가 우리 겨레의 성정을 담기에 알맞은 그릇으로서 위로 대왕으로부터 아래로 무명의 초동급부까지 즐겨 짓고 노래한 국민문학이기 때문이다.

조상님께서 귀히 물려주신 우리 “시조”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며 갈고 닦아 세계 제일의 시가로 만들자.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