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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Piano Sonata No.21 in Bb major, D.960)

Bawoo 2014. 1. 19. 22:15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

 

Piano Sonata No.21 in Bb major, D.960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이 곡은 슈베르트 마지막 삶의 적막함, 초연함을 담은 감동적 걸작이다>

 

슈베르트의 참된 자아를 담고 있는 그의 모든 피아노 작품들은 오랜 사색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았고 삶이 끝나간다는 일말의 경고도 없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신념에 나름대로의 정당한 결론을 내리고 싶었지만, 결국 미완의 형태로 피아노 뚜껑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베토벤 숭배자였던 슈베르트가 피아노 작품, 특히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엄청난 양과 높은 수준의 리트를 작곡한 슈베르트에게 피아노 소나타는 그의 부차적인 장르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곡가로서 경력을 시작할 무렵 남긴 그 수많은 아이디어의 단편들과 미완성된 소나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슈베르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피아노 소나타를 통한 형식과의 싸움이었다.

 

 

슈베르트는 진심으로 베토벤을 존경했다. 이것은 단순한 모방자 혹은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한 위대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스스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것이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1828년은 베토벤이 죽음을 맞이한 바로 그 다음 해로서 그의 마지막 세 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완성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B플랫 소나타]를 ‘피아노 소나타 3번’이라고 불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작품 수가 적었던 슈베르트는 세 개의 소나타만(세 개의 후기 소나타인 [C단조 D.958], [A장조 D.959], 그리고 마지막으로 [B플랫 장조인 D.960]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들 작품이 그의 피아노 작품과 인생을 결산하는 마지막 세 개의 걸작으로 알고 있지 그의 피아노 작품들의 초기작 혹은 단순한 대표작으로 알고 있지는 않다.


슈베르트가 거쳐야만 했던 형식의 해체와 이들 작품에 담겨 있는 그 지나칠 정도로 풍부한 멜로디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로 인식되곤 한다. 사실상 이 넘쳐흐를 정도의 풍부한 멜로디는 슈베르트의 위대함을 결정짓는 중요한 개성이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이것을 오히려 형식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의 소수의 연주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이러한 이질적인 특성은 그 동안 슈베르트 음악의 구조를 잘못 해석한 것에서 기인한 오류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Schubert Piano Sonata No 21 D 960 B flat major Alfred Brendel

 

이 둘은 명백히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슈베르트 본연의 내적 외침으로서의 동질성이 더 강하다. 한편 고도의 비르투오시티와 감각적인 터치, 거침 없는 웅변술 등을 요구하는 초기 소나타들 또한 후기 소나타들의 경우처럼 위대한 해석가들 덕택으로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는 특히 테크닉적으로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조에 대한 지적인 통찰력과 작곡가의 의도를 꿰뚫는 직관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그 음향에 있어서의 감각적인 접근 방식, 음색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의 창의성과 다채로운 레가토 효과를 만들기 위한 기술, 이전 시대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었던 변화무쌍한 톤의 범위를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이 가운데 특히 D.960의 네 악장은 슈베르트의 필생의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는 방랑자의 드라마가 가장 짙게 깔려 있는 작품으로서 가히 슈베르트의 마지막 여행기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을 완성하고 두 달이 지난 뒤 슈베르트는 삶의 여행을 마치고 죽음으로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시파운 집에서의 슈베르트의 모임


피아노에 앉아 있는 것이 슈베르트. 그 왼편에 가슴을 펴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 궁정가수 포글, 그 뒤가 시파운,

피아노 오른편에 프뢰리히의 세 아가씨, 그 뒤에 바우에른펠트 등 슈베르트의 많은 친구들이 있다.

 1868년 모리츠 시빈트의 그림. 장난기가 있는 그는 카롤리네 에스테르하지 공주를 벽에 액자 그림으로 그렸다.

 

 

슈베르트는 항상 진지했고 스스로에 대한 째찍질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한 예술가였다.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던 슈베르트는 그 동안의 작품에 대해 가차없는 자아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베토벤과 비교해서, 자기의 작품들은 즉흥적이고 표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하여 그는 베토벤의 대위법을 다시 공부하여, 베토벤이 주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감동을 담은 작품을 써야 한다고, 아니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것은 '위대한 약속' 이었다.

그리하여 남긴 곡이 그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되는 마지막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들이다. 꺼져가는 생명의 심지 앞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갈망을 모두 담아서 열정적으로 써낸 작품들, 그 세 곡은 모두 그가 죽은 해인 1828년에 쓰여졌다.

종말이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의식은 더욱 또렸해지고 죽음에 다가 갈수록 예술가의 영감은 더욱 불타오르는 것인가?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쓴 것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의 일이다. 이 세 곡은 '슈베르트 최후의 3대 소나타'로 불리는 대곡들이며, 모두 슈베르트가 죽고 난 이후에 출판된 유작들이다. 그것들은 제19번 C단조 D.958, 제20번 A장조 D.959, 제21번 B플랫장조 D.960 이다.

특히 마지막 곡인 피아노 소나타 B플랫장조 21번 D.960은 슈베르트의 곡 중에서도 최고의 대작이란 평가를 듣는다. 베토벤과 같이 뛰어나고 깊이있는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다던 슈베르트가 19번과 20번을 그가 목표하던 베토벤적인 곡을 탄생시켰다면, 마지막 21번은 '슈베르트적인 피아노 곡' 이라는 완벽하면서도 독특한 경지를 이룬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Paul Lewis plays : Franz Schubert's Piano Sonata No.21 in B-flat Major D. 960


I. Molto moderato

소나타 형식으로 느낌이 다른 두 개의 주제가 교대로 나온다.

 20분이 넘는 이 큰 악장은 피아노란 악기 하나가 보여주는 원숙한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듣는 이에게 장대한 거눅물과 같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킨다.

 

 

Paul Lewis plays:  Franz Schubert's Piano Sonata No.21 in B-flat Major D. 960

 II. Andante sostenuto

가요풍의 안단테 악장이다.

슈베르트의 낭만성이 아낌없이 나타난, 보덴호수의 파란 물처럼 깊고 맑은 서정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Paul Lewis plays :  Franz Schubert's Piano Sonata No.21 in B-flat, Major D. 960


III.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 Trio
IV. Allegro ma non troppo - Presto

 

 

교향곡처럼 다시 소나타 형식이다. 특히 4악장의 뒷부분에 보여주는 장대한 코다는 이 곡의 마지막일 뿐 아니라 슈베르트의 작품세계 아니, 그의 짧고 숨가빴던 예술세계의 끝을 향하여 치열하고 장엄하게 치닫는다.

곡이 끝나면, 슈베르트의 힘들었던 삶도 막을 내린다. 독일의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슈베르트에게는 더 이상의 전개부도 없고 발전부도없고 코다도 없는, 그야말로 영원한 마침음만이 존재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고의 피아노곡 소나타 제21번을 남겼다. 자신과의 위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출처 : 클래식 사랑 그리고 인생
글쓴이 : 클래식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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