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Schumann
Humoreske Op. 20 (1839)
슈만의 〈유모레스크〉은 그가 빈에 체류하던 시기인 1839년에 작곡되었다. 모두 7개의 소품으로 구성되며, 휴지부 없이 전곡을 연달아 연주한다. 자유롭고 환상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슈만 특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혁신적인 형식과 대담한 조성변화, 다양한 텍스처 구성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슈만은 라이프치히에서 음악을 가르쳤던 율리에 폰 베베나우(Julie von Webenau, 1813~1887)를 빈에서 다시 만나 그녀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였다.
독일인 특유의 감성을 표현하다
슈만은 이 작품의 제목인 ‘유모레스크’가 표현하는 유머라는 감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였다. “정서적인 면, 탐닉, 재치 등을 적절히 융합한 감정인 유머만큼 독일의 국민성에 깊이 뿌리내린 감정을 없을 것이다.” 슈만이 설명하고 있는 이러한 감성은 그가 깊은 영향을 받은 문학가인 장 파울의 유머감각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장 파울의 특정한 작품과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은 장 파울의 문학세계가 보여주는 아이러니를 연상케 한다. 또한 이러한 감정 상태는 이 곡을 작곡하던 당시의 슈만의 심경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경하던 빈에 머무르는 기쁨과 함께 클라라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경을 나타내듯 슈만 스스로도 이 작품에 대해 ‘웃음보다 눈물이 담긴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구성
1곡 단순하게(Einfach)
섬세한 아르페지오로 음악이 시작되면서 동경에 가득 찬 선율이 펼쳐진다. 뒤이어 템포가 ‘아주 빠르고 경쾌하게(ehr rasch und leicht)’로 바뀌면서 새로운 리듬 패턴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조성이 g단조로 변하면서 템포가 ‘좀 더 빠르게(Noch rascher)’로 속도감을 더해간다. 격렬하면서도 풍자적인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처음의 템포로 돌아오면서 고요하게 종지한다.
2곡 바쁘게(Hastig)
두 번째 곡은 2/4박자의 g단조로 이루어져 있다. 악보에는 3성부로 기보되어 있지만 중간성부의 선율에는 ‘내면의 소리’라고 지시되어 있다. 이후 클라라가 편집한 판본에서는 이 선율에 대해, 실제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마음속으로 노래하는 선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연주되는 것은 오른손이 연주하는 각 프레이즈의 첫 음들이 만들어내는 선율이다. 뒤이어 d단조로 조성이 변하면서 ‘점점 빠르고 활발하게(Nach und nach immer lebhafter und stärker)’로 템포가 바뀐다. 빠르고 격정적인 음악이 제시되다가 ‘템포에서 벗어난 것처럼(Wie ausser Tempo)’이라고 지시된 부분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어긋난 리듬으로 진행하면서 박자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템포가 아다지오로 바뀌면서 ‘내면의 소리’ 부분의 선율이 반복된 뒤 점점 느려지면서 여운을 남기며 곡이 마무리된다.
3곡 단순하고 부드럽게(Einfach und zart)
g단조의 3부분 형식으로 구성된 3곡은 섬세하고 내밀한 선율을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이 선율을 다른 성부들이 모방하면서 대위법적인 텍스처를 만들어간다. 뒤이어 조성이 B♭장조로 바뀌면서 간주곡이 시작된다. 앞부분보다 활기찬 리듬과 정서를 펼쳐내면서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첫 부분의 대위법적 텍스처가 반복된 뒤 마무리된다.
4곡 내밀하게(Innig) - 보다 빠르게(Schneller)
사색적이고 차분한 선율로 4곡이 시작된 뒤, 템포가 빨라지면서(처음 템포로, Tempo I) 다음 곡으로 이어진다.
5곡 매우 생기 있게(Sehr lebhaft) - 스트레토, 더욱 화려하게(Stretto, Immer lebhafter)
g단조의 빠른 선율로 곡이 시작된 뒤 B♭장조로 조성이 바뀌면서 더욱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트레토 부분으로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조성변화를 보여주면서 격정적이고 화려한 음악이 펼쳐진다.
6곡 화려함을 가지고(Mit einigem Pomp)
앞서의 화려한 분위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보다 장엄한 느낌으로 c단조의 선율이 이어진다. 전곡의 빠른 리듬 대신 화음진행이 중심을 이루면서 무게감을 주고 있다.
7곡 마지막으로, 빠르게(Zum Beschluss, Allegro)
앞서 사용되었던 선율들이 번갈아 제시되면서 회상의 느낌을 자아낸다. 다채로운 표정과 감정을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절정을 향해 나아간 뒤 전체 악곡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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