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Schumann
Cello Concerto in A minor (Op.129)
슈만이 1850년(40세)에 작곡한 첼로협주곡 a단조는 첼로가 가진 음색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실험하면서도 기교를 절제하여 시적인 낭만성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가장 뛰어난 첼로 협주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외적으로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협주곡을 선호하지 않았던 슈만은 특히 이 첼로협주곡에서 내향적이면서도 열정적인 고양감(高揚感)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의 풍부한 시정과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연주기법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해석과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된다.
가장 행복한 시절에 탄생한 걸작
1850년 9월, 뒤셀도르프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슈만은 열광적인 환영에 고무되어 새로운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왕성한 창작열로 교향곡 3번에 착수하였으며, 바로 그 직전에 첼로협주곡을 완성하였다. 그는 겨우 2주 만에 이 작품을 완성하였으며, 자신의 음악적 이상이 충분히 구현된 작품이라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했다. 클라라 슈만 역시 이 작품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우수에 가득 찬 선율에도 불구하고 쾌활함과 행복감을 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녀는 이 작품에는 낭만성, 비상, 참신함, 유머가 있으며 첼로 특유의 울림과 깊은 정감이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생전에 이 작품이 연주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흔치 않았던 첼로협주곡이었던 데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하는 독주 파트로 인해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연주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슈만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뒤인 1860년에야 비로소 초연될 수 있었다.
혁신적인 기법과 심오한 낭만적 시정
첼로가 독주악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런 만큼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첼로를 주인공으로 한 협주곡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슈만은 이 첼로가 가진 가능성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첼로협주곡 a단조를 통해 그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독주 첼로의 기교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섬세한 교감을 통해 깊은 낭만적 울림을 연출하였다. 첼로의 우수어린 선율이 탁월한 모티브 연결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중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슈만은 3개의 악장을 휴지부 없이 계속 연결되도록 하는 혁신적인 구조를 선보이고 있다. 청중들이 악장 중간에 박수치는 것을 매우 싫어했던 슈만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각 악장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전체적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1악장의 첫 모티브를 전체의 중심모티브로 기능하도록 하였고, 각 악장을 혁신적인 기법으로 연결하고 있다.
슈만은 이 작품을 협주곡이라기보다는 ‘콘체르트슈튀크’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즉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에 구애되기보다는 자유롭고 대담하게 시정을 펼쳐나가는 환상곡 풍의 악곡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다. 이처럼 첼로협주곡 a단조는 혁신적이고 대담한 형식 속에서 슈만 말년의 원숙한 서정성이 빛을 발하고 있는 보석 같은 작품이다.
악장 구성
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Nicht zu schnell)
오케스트라가 3개의 화음을 연주하는 짧은 서주로 악장이 시작된다. 이 3개의 화음이 전체 악곡을 아우르는 중심모티브로 사용된다. 이 서주에 이어 첼로가 폭넓은 음역으로 유려한 1주제를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의 격렬한 셋잇단음표에 맞서 첼로는 초절기교적인 기교를 선보이며 격정적인 연주를 제시한다. 오케스트라가 옥타브로 도약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 뒤, 첼로가 저음역에서부터 상행하는 경쾌하고 대담한 2주제를 연주한다. 뒤이어 첼로가 정열적인 카덴차풍의 코다로 예외적으로 긴 제시부가 마침내 마무리된다. 발전부에서는 1주제를 중심으로 첼로가 부각되고, 간결한 재현부로 이어진다. 화려한 카덴차로 코다가 시작되고 오케스트라가 격렬하게 정점으로 향해가다가 ‘조금씩 억제하면서’라는 지시로 차분해지며 1악장이 마무리되고 곧바로 2악장으로 이어진다.
2악장, 느리게(Langsam)
짧고 서정적인 2악장은 F장조로 시작된다. 관악기가 1악장의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3개의 화음을 연주하고, 뒤이어 첼로가 ‘풍부한 표정으로’ 서정적인 선율을 노래한다. 내향적이면서도 깊은 정열을 담은 더없이 아름다운 선율이다. 중간부에서는 더블링 주법으로 깊은 울림을 연출한다. 플루트가 1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을 제시하고 첼로가 이를 이어받다가 레치타티보풍의 선율을 제시하면서 템포가 빨라지면서 3악장으로 이어진다.
3악장, 매우 생기 있게(Sehr lebhaft)
오케스트라와 첼로가 함께 섬세한 1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선율은 1악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뒤이어 첼로가 2주제를 연주하고 점차 열기가 고조된 뒤 코다에서 첼로가 화려한 기교를 제시한다. 발전부에서는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보다 긴밀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재현부에서는 첼로가 더욱 격렬해지고 화려한 연주를 선보인다. 쉼 없는 고난이도의 현란한 카덴차를 거쳐 빠른 템포의 코다로 활기차게 악곡이 마무리된다.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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