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슈 만

Robert Schumann - Symphony No 2 in C major, Op 61

Bawoo 2017. 12. 17. 22:51

Robert  Schumann

로베르트 슈만(1810~1856)


Symphony No 2 in C major, Op 61

슈만의 〈교향곡 2번 C장조〉는 그가 세 번째로 완성한 교향곡이다. 그의 두 번째 교향곡이 가장 마지막으로 출판되면서 교향곡 4번이라는 번호가 붙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세 번째로 완성한 이 작품이 교향곡 2번으로 출판되었다. 슈만은 이 교향곡을 1845년부터 스케치하기 시작했지만 우울증이 악화되면서 작곡에 전념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작업이 중단되었고, 그리하여 이 작품은 이듬해 10월에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고통을 딛고 일어나게 해 준 작품

슈만을 평생 괴롭혔던 우울증은 1843년부터 다시 재발하기 시작했다. 클라라와의 사랑과 결혼으로 호전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한 것에는 슈만 자신의 열등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지 못했던 슈만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펼치면서 가계를 이끌어가는 클라라에게 열등감과 죄책감을 함께 느꼈다. 또한 1844년 클라라의 러시아 연주여행에 동행하면서 건강까지 악화되어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겨운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특히 같은 해 게반트하우스의 지휘자에 지원했다가 실패한 경험은 그를 깊은 좌절로 밀어 넣었다. 이러한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드레스덴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작곡에 매진하기로 하였다.

안드레아스 스타우브, 〈클라라 슈만〉


새로운 환경에서 심기일전하여 야심차게 착수한 것이 바로 이 〈교향곡 2번〉으로, 좌절을 딛고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영웅적인 분투를 담고 있다. 슈만의 다른 세 편의 교향곡과는 달리 고통과 좌절 속에서 작곡된 이 작품은 베토벤의 교향곡이 보여주는 영웅적인 서사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라라와 함께 바흐의 작품들을 연구했던 과정들이 도움이 되어, 정교하고 깊이 있는 대위법을 보여준다.

멘델스존, 〈작품이 초연된 게반트하우스〉


세계대전으로 파괴되기 전 1890년대의 드레스덴

악장 구성

1악장 소스테누토 아사이–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Sostenuto assai-Allegro ma non troppo)

장중한 트럼펫의 선율로 서주가 시작된다. 이 작품을 작곡하기 전 슈만은 〈바흐 이름에 의한 6개의 오르간 푸가〉 Op.60을 썼는데, 〈교향곡 2번〉의 서주는 이 푸가의 텍스처와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코랄풍의 이 서주 선율은 작품 전체에서 반복되면서 주요한 모토로 사용된다. 박자가 6/4박자에서 3/4박자로 바뀌면서 날카로운 부점 리듬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며 소나타-알레그로 부분이 시작된다. 서주의 선율이 거의 강박적으로 반복되면서, 운명과의 투쟁을 그리듯 극적이고 격렬한 진행이 이어진다. 그러나 슈만은 숨가쁘게 몰아치는 진행 속에서도 비극적 서정성을 잃지 않음으로써 낭만적 정신을 고수하고 있다. 코다 부분에서 다시 서주의 선율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서 1악장이 마무리된다.

2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비바체(Scherzo, Allegro vivace)

슈만은 이 작품의 2악장을 전통적인 느린 악장 형식으로 구성하는 대신, 스케르초와 두 개의 트리오로 이루어진 악장으로 구성하였다. 스케르초 부분은 감7화음을 반복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해학적인 느낌을 만들어내고, 빠르고 거칠게 질주하는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패시지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어지는 첫 번째 트리오는 G장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악기가 연주하는 셋잇단음표 리듬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트리오는 4분음표 리듬의 선율과 8분음표 리듬의 선율이 주고받으면서 정교한 대위법적 텍스처를 만들어간다. 다시 스케르초로 돌아간 뒤 코다 부분에서 다시 서주의 선율이 울려 퍼지며 마무리된다.

3악장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Adagio espressivo)

c단조로 시작되는 3악장은 2/4박자의 차분한 박동 위에서 우수 어린 아름다운 선율을 제시한다. 다양한 악상이 교차되는 론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환상곡적인 느낌을 준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고뇌하던 슈만의 심경을 대변하듯 깊은 비애감과 애틋한 동경의 감정이 교차된다.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4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Allegro molto vivace)

3악장의 깊은 비애감을 떨쳐 버리려는 듯 힘찬 행진곡으로 제시부가 시작된다. 이 행진곡의 주제는 슈만이 교향곡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이끈 작품인 슈베르트의 9번 〈대교향곡〉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어지는 2주제는 3악장의 1주제와 유사한 형태로 서정적이면서도 우수에 어려 있다. 제시부의 후반부에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는데, 이 주제는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마지막 곡에서 가져온 선율이다. 베토벤의 가곡에서 이 선율이 노래하는 가사는 ‘이 노래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힘을 극복할 것이니,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바라던 것을 얻게 되리니’로, 클라라와의 사랑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버텨낸 슈만 자신의 심경을 이 가사에 투영시킨 듯하다. 코다에서는 1악장의 서주 선율이 되풀이되면서 전 악장의 통일성을 이루어내고, 마침내 웅장한 팀파니의 연타와 환희에 가득한 C장조 화음으로 운명과의 길고 긴 투쟁이 승리로 막을 내린다.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