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슈 만

Robert Schumann - Symphony No.3 in E♭ Major ‘Rhenish’ Op.97

Bawoo 2017. 12. 18. 23:39

Robert  Schumann

로베르트 슈만(1810~1856)


Symphony No.3 in E♭ Major ‘Rhenish’ Op.97

슈만의 마지막 교향곡 ‘라인’은 아내 클라라와 라인강 여행 중 느낀 행복함을 표현한 곡이다. 또한 E 조성은 바흐, 멘델스존, 베토벤 등 이전 시대 작곡가의 음악적 유산이 자신의 음악과 한데 어우러지길 바라는 슈만 자신의 염원과 조국 독일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박수갈채 속에서 마친 초연 무대

슈만의 〈교향곡 3번 ‘라인’〉은 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지만, 교향곡 4번보다 앞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교향곡 3번으로 불린다. 이 곡을 작곡했던 1850년은 슈만에게 희망과 의욕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뒤셀도르프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독일의 중심도시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던 활기찬 뒤셀도르프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뒤셀도르프로 부임하기 전 슈만은 아내 클라라와 함께 라인강(Rhenish)을 따라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에서 느낀 행복감과 충일감을 이 작품 속에 녹여냈다. 〈교향곡 3번〉의 초연무대에서 청중들은 모든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악장이 끝난 뒤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슈만에게 갈채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뒤셀도르프 시청


독일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다

슈만은 라인강 유역을 여행하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특히 그는 바흐로부터 베토벤으로 이어져온 독일음악의 전통이 라인강의 물결처럼 면면히 이어지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교향곡 3번〉을 통해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의 유산들이 슈만 자신의 음악과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로렐라이 바위를 중심으로 한 라인강 유역

슈만의 이러한 기획은 그가 선택한 E장조라는 조성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E장조는 바흐가 성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조성으로 사용했던 조성으로, 이러한 상징성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교향곡 3번〉 1악장의 우렁찬 주제는 베토벤의 ‘영웅’ 을 연상시킨다. 또한 악장구성에 있어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전원’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4악장과 5악장을 휴지부 없이 연달아 연주하는 점이나 4악장이 특별한 의미로 사용된 점, 5악장이 다른 악장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또한 노래하는 듯 유려한 선율을 교향곡의 주제로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멘델스존과 슈베르트, 특히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전원〉 교향곡을 작곡하던 때의 베토벤(1804)

악장 구성

1악장 활기차게(Lebhaft)

교향곡 3번은 슈만의 다른 교향곡들과는 달리 ‘서주 없이 바로 시작되는 유일한 교향곡 악장’이다. 또한 슈만의 작품 중에서 19세기의 소나타형식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악장이기도 하다. 전체 오케스트라가 E장조의 1주제를 영웅적인 느낌으로 힘차게 제시하면서 악장이 시작된다. 박진감을 만들어 내는 리듬과 열정적으로 질주하는 음형의 1주제는 라인강의 도도한 물결을 묘사하는 듯하다. 1주제의 이 독특한 리듬은 악장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제시되면서 추진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경과구에서는 현악성부가 역동적인 8분음표로 상행하는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이어서 목관성부가 부드러운 왈츠풍의 2주제를 연주한다. 이 2주제는 우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1주제의 역동적인 질주와 확연하게 대비된다. 전개부에서는 현악성부와 바순이 유니즌으로 2주제, 1주제, 그리고 경과부의 선율을 순서대로 연주한다. 전개부의 마지막 부분에서 호른과 오케스트라가 차례로 1주제를 힘차게 연주한 뒤 재현부로 이어진다. 짧은 코다에서 오케스트라가 1주제의 전반부를 강조하면서 힘차게 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 스케르초, 아주 온화하게(Sehr mäßig)

교향곡 3번은 2악장에서 느린 악장 대신 스케르초 양식을 사용하여, 라인강의 다채로운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섬세한 8분음표의 물결, 전통적인 미뉴에트와 트리오 형식에 주제와 변주 형식을 결합시킨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올라와 첼로, 바순이 민요풍의 나른한 주제를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되고, 이어서 다른 악기들이 이 선율을 반복한다. 민속춤곡 랜틀러(Ländler)를 연상케 하는 소박하고 활기찬 주제선율이 제시되고, 재기 넘치는 삽입구들이 스케르초 양식의 묘미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곧이어 잘게 부서지는 물결 같은 리듬이 제시되고 주제선율이 반복되면서 트리오로 이어진다. 이처럼 두 번째 악장에서 강물의 흐름을 표현한 것 역시 베토벤의 교향곡 〈전원〉과 유사하다. 베토벤이 교향곡 〈전원〉의 2악장을 ‘시냇물의 장면’이라는 표제를 붙인 것처럼, 슈만 역시 2악장에 ‘라인의 아침’이라는 표제를 붙이려 하기도 했다. 목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두 개의 트리오가 이어진 뒤 다시 오케스트라가 스케르초 주제를 재현한다. 점차 악기가 줄어들면서 첼로와 바순만 남아서 부드러운 피치카토를 연주하며 고요하게 악장이 마무리된다.

랜틀러 리듬

독일/오스트리아 농촌에서 18세기 말 유행한 춤곡으로 왈츠의 전신으로 알려졌다.

3악장 빠르지 않게(Nicht schnell)

3악장에서는 팀파니와 금관이 배제되고 정적인 화성진행을 사용하여 고요한 휴식의 느낌을 만들어 낸다. 3개의 주제가 번갈아 제시되는 론도풍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악장으로, 클라리넷과 바순이 길고 아름다운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뒤이어 바이올린이 두 번째 주제를 제시하고, 바순과 비올라가 세 번째 주제를 제시한다. 두 번째 주제와 세 번째 주제가 번갈아 제시되다가, 마지막으로 첫 번째 주제가 되풀이되면서 악장이 마무리된다. 차분한 템포와 분위기의 이 악장은 전체 교향곡의 중간부분에서 마치 간주곡 같은 느낌을 준다.

4악장 장려하게(Feierlich)

이 장엄한 악장은 슈만이 여행 중에 클라라와 함께 쾰른 대성당에서 보았던 추기경 즉위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다. 슈만은 이 악장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장엄한 화음진행과 코랄 풍의 선율, 엄숙한 음향의 연출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드레스덴에서 클라라와 함께 공부했던 바흐의 대위법이 슈만 특유의 스타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현악성부가 e단조 화음을 스포르찬도로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곧이어 갑자기 피아니시모로 작아지면서 호른과 트롬본이 코랄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이 아름답고 숭고한 선율은 이전까지 트롬본이 연주한 적 없는 가장 낮은 음고로 이루어져 있어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박자가 3/4박자로 바뀌면서 첫 번째 주제가 대위법적으로 제시된다. 뒤이어 다시 박자가 2/4박자로 바뀌고, 현악성부가 16분음표 리듬을 반복하는 동안 금관과 목관이 주제선율을 대위법적으로 엮어나간다. 이 장대한 대위법의 향연은 e단조 화음으로 마무리되고, 갑작스러운 휴지 뒤에 B장조의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이에 답하듯 현악성부가 피아니시모로 팡파르 선율을 반복하고, 금관과 현악의 주고받음은 점점 느려지면서 반복된다. 마지막으로 주제선율의 단편들이 울려 퍼지며 악장이 마무리된다.

5악장 활기차게(Lebhaft)

바이올린이 생기 넘치는 1주제를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되고, 뒤이어 팡파르가 어우러지면서 활기로 가득한 축제의 분위기를 묘사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2주제는 1주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4악장의 카논 부분에서 사용된 선율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제시부를 마무리한다. 전개부에서는 1주제와 새로운 선율이 서로 어우러지고, 재현부를 거쳐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에서는 4악장의 주제선율과 1악장의 주제선율이 다시 등장하면서 전체 교향곡의 흐름을 하나로 응집시키면서 극적으로 막을 내린다.


[글-이은진/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