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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Berlioz - Les Francs Juges Overture Op.3 [서곡 ‘비밀 재판관’]

Bawoo 2017. 11. 30. 21:44


Hector Berlioz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


 Les Francs Juges Overture Op.3  

서곡 ‘비밀 재판관’]


원숙한 경지에 이르다

베를리오즈는 일평생 극적인 음악을 추구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극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1825년부터였다. 그가 처음 시도한 극음악 작품은 친구 페랑의 시를 내용으로 한 칸타타 〈그리스 혁명의 영웅적 정경〉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 번도 연주되지 못한 채 그냥 잊혀졌다.

캐롤라인 바르두아,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초상화〉, 1821년


베를리오즈와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나타낸 캐리커처


이듬해인 1826년, 베를리오즈는 다시 한 번 페랑의 대본을 바탕으로 오페라 〈비밀 재판관〉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중세 후기를 배경으로 하여 타락한 종교의 폭압적인 독재에 맞선 한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던 이 작품은 상당한 진척을 보이며 작업이 진행되었다. 1824년 파리에서 초연된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특히 베를리오즈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때까지 베토벤의 작품이 파리에서 연주된 적이 없었던 상황에서, 베버의 대담하고 상상력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 오페라는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고, 서곡만이 전해지고 있다. 대신 이때 작업한 음악은 이후 〈환상 교향곡〉에서 다시 사용되면서 부활할 수 있었다. 서곡 〈웨이벌리〉보다 조금 앞서 작곡되었지만, 서곡 〈비밀 재판관〉은 표제적인 표현법이나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어 훨씬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헌법의 가치에 대한 우화

폭압에 맞선 영웅의 투쟁

〈비밀 재판관〉의 ‘서곡’은 비밀 재판관의 박해를 받는 레노르 공작과 그를 구해내려는 아내 아메리의 투쟁을 베를리오즈 특유의 다채로운 음색적 실험으로 그려내고 있다. 베를리오즈는 자신이 오페라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영웅적 이야기를 음색에 대한 타고난 감각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거대한 규모의 혁신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모두 467개의 악기와 360명으로 구성된 합창을 기용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했던 극적 음악을 웅장하고 다채로운 음색으로 구현하였다.

자신의 곡을 지휘하는 베를리오즈의 캐리커처

베를리오즈의 파격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표현하고 있다.

서곡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와 소나타 형식의 알레그로 아사이 부분으로 구성된다. 목관성부와 현악성부가 피아니시모의 느린 선율을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추방당하게 된 레노르 공작의 한탄을 묘사하는 듯한 이 선율은 점차 음량을 더해가면서 비통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 통렬한 한탄이 마침내 포르티시모에 도달하면 갑자기 고요해지면서 현악 성부가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이때 갑자기 트롬본과 튜바가 가세한 관악기가 유니즌으로 강렬한 주제선율을 연주한다. 이 관악기 선율은 음악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웅장하고 영웅적인 부분으로, 종교재판관의 막강한 권력을 표현하듯 위압감을 준다. 뒤이어 오보에가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하며 아메리의 성격을 묘사한다.

베를리오즈 작품의 200대의 트롬본

뒤이어 템포가 빨라지면서 알레그로 아사이 부분으로 들어선다. 바이올린을 필두로 각 현악기들이 강렬한 1주제 선율을 푸가토풍으로 전개하면서 점차 포르티시모로 고조됨으로써 박해받는 자의 고통이 극심해짐을 묘사한다. 격렬한 고통의 순간에 이어 바이올린이 장조의 감미로운 2주제를 연주하면서 구원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이를 제압하려는 듯 무거운 금관의 모티브가 반복적으로 끼어든다.

발전부에서는 1주제가 비통하게 연주되고 이를 위로하는 듯한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선율이 교차되고, 마침내 폭압적인 금관 선율과 이에 맞서는 1주제의 거센 싸움이 전개된다. 1주제가 금관 선율을 제압하면 마침내 2주제가 장조로 울려 퍼지면서 영웅의 승리를 기뻐하며 음악이 마무리된다.

합창단을 지휘하는 베를리오즈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