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림스키코르사코프

Rimsky-Korsakov: Mlada Suite[믈라다 모음곡]

Bawoo 2018. 1. 5. 22:39


Rimsky-Korsakov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


 Mlada Suite[믈라다 모음곡]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모음곡 〈믈라다〉는 4막 구성의 오페라-발레 〈믈라다〉의 음악을 모은 작품집이다. 빅토르 크릴로프가 대본을 쓴 〈믈라다〉는 원래 러시아 5인조 중 4명의 작곡가들이 함께 작업하여 완성하려 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합작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독자적으로 1890년에 ‘오페라-발레’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완성하였다.



[실험적 음향으로 그려지는 환상의 세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믈라다〉의 플롯과 분위기에서 바그너의 음악극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바그너풍의 신화적 세계를 러시아만의 색채로 그려낸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가 선택한 것은 오페라-발레라는 독특한 형식이었다. 오페라-발레는 단순히 오페라 속에 발레가 삽입되는 것을 넘어서 오페라와 발레가 두 개의 중심축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형식이다. 실제로 〈믈라다〉의 여주인공은 성악가가 아닌 발레리나가 연기하며, 발레의 비중이 매우 크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 속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대담한 음향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3관 편성과 13개의 금관악기를 사용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기용했을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악기를 사용하였다. 그는 알토 트럼펫과 팀파노, 피콜로, 브라스 팬파이프 등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특별히 고안한 케틀드럼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음향의 실험은 세심하게 계획되어 극적인 흐름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사원이 배경이 되는 장면에서는 12대의 호른과 튜바를 무대 위에 배치하여 장엄한 분위기를 배가시켰고, 특히 3막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피콜로와 클라리넷 같은 목관악기와 함께 리라를 사용하고 있다.

3막에서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

이처럼 다채로운 음향적 실험은 빈번한 감7화음과 온음음계와 어우러져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펼쳐 보이는 강렬한 음향과 풍부한 음색은 러시아 특유의 색채를 담아내면서 바그너와는 구별되는 신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매력적이고 장대한 작품은 그 큰 규모로 인해 자주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원작의 춤곡들을 중심으로 하여 1903년에 발표한 모음곡 〈믈라다〉는 꾸준히 사랑받는 관현악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모음곡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3막의 ‘트리글라프 산의 밤’(Night on Mt. Triglav)도 교향시풍으로 편곡되어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자주 연주된다.


오페라-발레 〈믈라다〉

오페라-발레 〈믈라다〉는 9~10세기의 슬라브를 배경으로 하여 결혼을 앞두고 죽은 여인 믈라다의 영혼과 야로미르 왕자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야로미르 왕자를 짝사랑하는 보이슬라바는 그의 약혼녀 믈라다를 살해하고, 지옥의 여신 모레나의 도움으로 야로미르 왕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믈라다의 영혼이 야로미르 앞에 나타나, 그를 죽은 이들이 모이는 트리글라프 산으로 데려간다. 왕자는 이곳에서 클레오파트라의 환상을 보고, 이 환상에 이어 마녀들의 축제가 소란스럽게 펼쳐진다. 마지막 막에서 야로미르는 비로소 믈라다를 죽인 범인이 보이슬라바임을 알고 그녀를 죽인다. 보이슬라바의 공모자 모레나는 사원과 도시를 파괴하지만 야로미르는 믈라다와 천국에서 재회한다.

1곡 ‘서곡’

모음곡 〈믈라다〉는 서곡과 3개의 춤곡, 1개의 행진곡으로 이루어진다. 서곡은 목관이 신비로운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된다. 신화적인 세계와 환상적인 내러티브를 암시하듯 아르페지오 음형을 중심으로 한 매력적인 선율이 펼쳐진다.

2곡 ‘레도와: 보헤미아의 춤’(Redowa: A Bohemian Dance)

오페라의 1막에서 펼쳐지는 보헤미아의 춤으로, 목관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소박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의 선율을 제시한다. 독특한 악센트의 춤 리듬과 다채로운 음색변화를 통해 단순한 형식 속에서도 더없이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는 곡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템포가 빨라지고 모든 악기가 가세하면서 열광적인 절정을 연출하면서 마무리된다.

3곡 ‘리투아니아의 춤’(The Lithuanian Dance)

2막에서 가져온 음악으로, 리듬감과 색채의 대비가 극도로 선명한 곡이다.

4곡 ‘인도의 춤’(The Indian Dance)

5막의 춤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으로, 2박의 소박한 리듬과 단조로운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한 이국적 색채를 가미하지 않고, 시종일관 우아한 여유로움을 유지하면서 음색의 변화만으로 다채로움을 구가하고 있다.

5곡 ‘귀족들의 행렬’(Cortège)

모음곡 〈믈라다〉 중 가장 유명한 곡으로, 오페라의 2막 3장에서 사용된 음악이다. 고전적인 장중함이 매력적이다. 금관의 힘찬 팡파르로 시작된 음악은 위풍당당한 행진곡으로 전개된다. 행진곡인 만큼 관악기와 타악기가 중심을 이루며, 교묘하게 사용된 반음계와 중간부분의 민속적인 선율을 통해 러시아적인 색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간부분에서는 목관과 금관이 효과적으로 대비되면서 민속적인 느낌과 위풍당당함을 함께 연출한다.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