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0년도 더 전인 1975년 4월 말에 끝난 미국과 자유 베트남이 공산 북부 베트남에게 패배한 전쟁. 우리나라도 참전하여 5,000여 명이 전사헸다고 하는데 바로 이 전쟁에 관한 기록이다. 전쟁의 당사자인 남, 북부 베트남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개입한 미국, 미국 때문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이야기를. 내용은 쉽게 잘 읽히면서도 상당히 깊이 있게 쓰였다. 그 시대를 살아온 나도 모르고 있던 내용이 제법 많을 정도로. 저자의 노고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생인 나보다 두서너 살 많은 47, 48년생까지가 참전한 걸로 알고 있다. 이젠 다들 70대. 내가 입대한 해인 71년 말에는 이미 신규 참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입대해서 월남 파병에 대한 걱정은 안 했던 걸로 기억이 나니까. 이도 운이라면 운이랄 수도 있겠다. 2, 3년 빨리 태어났으면 파병됐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리 됐다면 전사자 5,000여 명에 끼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신기한 것은 내 주변에 작은 삼촌, 사촌 형을 포함해서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이 많은데 전사, 부상당한 이는 한 명도 없다는 거. 5,000여 명 전사자와 부상자들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고통을 안 겪는 행운(?)을 누렸다.
베트남전은 일본이 1950년 한국전쟁 특수 때문에 부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 저자의 이에 대한 시각은 그리 호의적인 편이 아니다. 가난을 뼈저리게 경험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한 계기가 된 것일지도 모르는 전쟁이었는데.
그 시대를 살아온 입장에서 당시 매스컴의 보도가 얼마나 통제되었는가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양민 학살, 패배한 전투 등. 당시 참전했던 이들이 아직 생존해 있는 상태여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아주 민감한 내용은 많이 자제한 느낌도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참전 군인은 모두 희생양에 지나지 않으니까. 국익이란 명분을 내건 위정자들에 의한.
[사족]이 전쟁이 끝난 해인 1975년에 태어난 이도 이젠 40초반 나이가 되어 있을 만큼 세월은 많이 흘렀다. 40 이전 나이인 이들에겐 멀고 먼 시절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도 알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0년도 전에 베트남이란 나라에서 있었던 전쟁이 우리나라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가 정도는. 그걸 이 책이 잘 알려주고 있다.[2018. 3. 26 / 2021. 11. 16 수정]
[책 소개:인터넷 교보문고]
파병 50돌, 전쟁을 생각하다. 1964년 한국이 베트남전쟁 전쟁에 처음으로 파병한 이래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32만이 넘는 한국군이 베트남으로 갔다. 그들 가운데 5천 여 명은 전사했으며, 1만 명 이상은 전후에 고엽제로 고통 받았다. 그리고 죄 없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죽었다. 베트남전쟁 파병은 최초이자 최대의 해외 파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전쟁 특수에 가려 파병 전사들과 민간인 학살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베트남 전쟁』은 20세기 또 하나의 전쟁인 베트남전쟁이 한국과 세계에 남긴 발자국을 살펴본 책이다.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베트남의 내부 상황과 서로 죽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던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후 미군의 철수 과정과 미국의 그늘 아래 있던 주변부 국가들의 변화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 참전 군인과 베트남 피해자에 대한 보상, 이를 둘러싼 역사 인식에 대해 다룸으로써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재학 시 하버드 옌칭 연구소에 방문연구원 겸 특별학생으로서 연구했고, 2007년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한국현대사를 강의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6년 현재 부원장 겸 한국학전공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현대사를 베고 쓰러진 거인들』, 『조봉암 연구』, 『한국전쟁』,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원형과 변용: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기원』 등이 있고, 최근에는 『박태균의 이슈한국사』(2015, 창비)와 『베트남 전쟁』(2015, 한겨레 출판)을 출간했다. 주로 한미관계사와 전쟁사를 비롯한 한국현대사의 주요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1부 그들은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 ·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 |파병의 진짜 이유 · 한반도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전쟁 |북한의 도발 · 파병군은 박정희에게 ‘알라딘의 램프’였나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착 |미국이 늪에 빠진 이유 · 토끼가 죽기를 기다리기만 한 미국 |중국 개입의 트라우마
2부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전쟁 · 도미노 이론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북베트남과 중국의 갈등 · 이데올로기는 눈을 가렸다 |남베트남 대통령의 최후 · 그들은 왜 베트콩이 됐는가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의 분열 · 죽은 자와 죽인 자의 이야기 |민간인 학살 · 그것은 미친 살인의 축제였다 |1968년 밀라이 학살
3부 병사들의 기록 · 지옥의 정글에서 우리를 구출해다오 |군의 붕괴 · 노동 계층의 전쟁 |참전 미군들은 누구인가 · 한국군은 개·돼지인가 |미군이 한국군을 대하는 방식 · “잘 싸우지만 지나치게 잔인하다” |초기 한국군의 명암 · “돈과 백 있는 사람들은 다 빠졌다” |누가 베트남에 갔는가
4부 미국은 베트남에서 어떻게 패배했는가 · 북베트남의 어뢰 공격은 없었다 |통킹만 사건의 진실 · 베트콩을 격퇴하고도 패닉에 빠지다 |구정공세와 반전 운동 ·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닉슨 철군 정책의 이면 · 평화를 위한 폭격? |한국전쟁의 빗나간 교훈 · 새로운 시대의 디딤돌 |미국의 반전 운동
5부 한강의 기적과 감춰진 진실 ·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전 국민적 동원 · 쏟아지는 외화와 신흥 재벌기업 |전쟁 특수 · 죽음의 전선에서 번 돈은 어디로 |파월 군인과 노동자에 대한 보상 · 미국, 박정희의 뒤통수를 치다 |닉슨 독트린
6부 미군 철수 이후의 세계 · 미군이 없어도 남는다? |1972년 한국의 베트남전쟁 · 돈이 장병들의 목숨보다 중요했나 |정부의 미련과 안케패스 전투 · 암흑을 향해 가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닉슨 독트린이 부른 위기 · ‘제2의 한국전쟁’ 풍문의 진위 |남베트남 패망과 한반도
7부 기억되는 것과 기억되지 않는 것 · 1970년대를 말하다 |전쟁 특수, 땅 투기, 통기타 · 베트남 파병 장병이 평양에 나타나다 |포로와 실종자 · 지킬 가치가 있는 정부인가 |남베트남 패망의 교훈 · 그리하여, 다시 이라크로 |반쪽의 기억
[오마이뉴스 김병현 기자]아직 베트남에서는 매년 집집마다 가족 단위로 '따이한 제사'를 지낸다. 한국군에 의해 죽었다고 해서 '따이한 제사'라고 한다. 베트남의 모든 위령비와 증오비에는 '남조선 군대' 앞에 '미제국주의자의 괴뢰'란 수식어가 붙는다. 우리가 외면한 '베트남 전쟁'의 상흔이다.흔히 같은 사안을 두고 가해자는 쉽게 잊지만 피해자는 결코 잊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알고 싶은 '베트남 전쟁'만 배워왔다. 무엇이 두려워 정면으로 마주하길 꺼려했을까. 이제 몰랐던 나머지 반쪽을 떠올리고 기억할 때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베트남 전쟁>
ⓒ 한겨레출판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베트남 전쟁>을 썼다. 그는 책을 낸 동력이 두 가지라고 소개했다. 하나는 언젠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버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인들을 다시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베트남 전쟁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이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꿈으로써 한국은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국 사회는 범죄 행위를 미화하고 숨기는 일본의 극우 세력들과는 다르단 사실을 말이다.
한국은 '잘 싸웠다' 그러나...베트남 전쟁에 한국은 네 차례에 걸쳐 32만5000여 명을 파병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의 활약은 '뛰어났'다. 남베트남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군이 잘 싸웠다는 말이다.하지만 반대로 베트콩의 입장에서는 '잔인하다'는 평가가 된다. 책에 따르면, 당시 주베트남 한국군 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한국군은 잘 싸우지만 적들에게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소문을 걱정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적'이 확실치 않았다는 데 있다.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군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한국군은 미군보다 더 잘 싸웠다, 그래서 한국군과는 교전을 안 하려고 했다"는 증언이 있는가 하면 "한국군은 새로운 방식으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미군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방식이었다"는 지독한 폄하도 있다. - <베트남 전쟁>에서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짚어야 될 사실은, 이들이 가해자가 된 것은 국가에 의한 동원 때문이었단 점이다. 국가는 '국가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구성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트라우마로 악몽을 꾸는 참전자들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국립현충원 정문 옆 휴게실에서 열렸던 서화 전시회에서 본 편지 하나를 떠올렸다.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제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물 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왜 수의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저는 살아서 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냉수를 한없이 들이켜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 <베트남 전쟁>에서 재인용이 편지를 쓴 이는 결국 전사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약 5000명이 전사하고 1만2000여 명의 장병이 고엽제로 인한 질병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왜 머나먼 이국에서 죽어야 했고, 지금도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하는가.국가는 왜 파병을 결정했는가책은 '파병된 사병들이 자원해서 갔을까?'란 의문을 던졌다. 전방부대의 경우 지원자가 없어서 사단별로 지원자를 할당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소개했다. 물론 그때도 "돈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은 다 빠졌"단다."(훈련 중) 매일 도망자가 나왔다. 돈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은 다 빠졌다. 어쩌다가 고졸 있고, 전문대 다니는 사람도 (우리 소대에) 없었다. 한 소대에 고등학교 졸업자가 1명 정도 있었다.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은 베트남을 가면 돈을 벌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 - <베트남 전쟁>에서 재인용그렇다면 이들을 사지로 몬 국가는 왜 파병을 결정했을까. 책에 따르면 1963년 전후로 미국에서는 주한미군과 함께 단계적으로 한국군 25만 명을 감축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1965년 백악관에 제출된 보고서에서는 한국군 10만 명의 감축이 권고됐다.박정희 정부에게 감군은 큰 부담이 됐다. 군축은 가뜩이나 좁은 군대 내의 승진 기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박정희 정부의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또다시 한국군의 해외 파병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 <베트남 전쟁>에서책은 베트남 전쟁이 한국의 일부 기업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도 언급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1966년 한 해에만 계약한 공사가 무려 480만 달러나 됐다. 미국에 대한 수출도 증가했다. 전투병을 파병한 직후부터 일본을 제치고 미국이 제1수출국이 됐다. 1972년에는 대미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50퍼센트에 육박했다.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한국의 10대 재벌 순위가 바뀌었다. 저자는 "해체된 대우와 쌍용을 제외하고는 이때 형성된 10대 재벌 순위가 아직도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이 한국 경제와 국방의 성장에 지대한 공로를 미쳤다는 주장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성장과 발전이 전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돌아갔는가?미안합니다, 베트남책은 베트남 전쟁이 확전된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의 정책적·전략적 오류를 들었다. 미국의 정보 판단에 의지해 전쟁을 치르고 있던 한국군의 오판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와중에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미국은 '밀라이 학살'이 알려지면서 민간인 학살을 자인했다. 하지만 한국군은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북한군 소행이라고 떠밀거나 베트콩을 사살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당연히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는 국내에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신은 달랐다. 1970년 1월 10일 <뉴욕타임스>는 "한국군이 수백 명의 베트남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1972년 7월 31일 <AP통신>도 "맹호사단이 아이 7명을 포함한 29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보도했다.또한 2000년 구수정 박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80여 건에 달하고 약 9000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저자는 이를 "반드시 풀어야 할 인륜의 문제이며 시대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일본의 역사 인식을 이야기하든, 미군의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이야기하든 모든 문제는 베트남에서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모든 사건에 우리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 <베트남 전쟁>에서지난 4월 4일, 베트남 전쟁 민간인 피해자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국에서 만났다. 전쟁과 국가에 의해 크나큰 피해를 입었단 동병상련이 이들을 포옹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이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국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흔히 우리는 일본을 향해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폴란드인들에게 말한 "당신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다, 나치의 범죄는 무한책임이다"란 문구를 들이댄다. 스스로 돌아보자. 잣대가 공평할 때 주장은 힘을 얻는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명진스님이 지난 7월 베트남에서 민간인 학살 생존자를 만나 큰 절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관련기사: 맹호부대 '참전군인' 명진 스님의 눈물).너무도 늦어 죄스런 마음으로 나도 동참한다. 미안합니다, 베트남 그리고 전쟁터로 내몰린 모든 가여운 사람들.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덧붙이는 글 |<베트남 전쟁> (박태균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015.08 / 1만6000원)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베트남전쟁: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2005년 <한국전쟁>으로 주목받았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가 베트남전쟁을 다룬 신간을 내놓았다. 국내외 관련 도서와 논문은 물론 외교문서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10여 년간의 조사 끝에 이 책을 내놓았다. 베트남전쟁은 파병은 전쟁 특수에 가려 파병 전사들과 민간인 학살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세기 또 하나의 전쟁, 베트남전쟁이 한국과 세계에 남긴 발자국을 살펴본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 전쟁, 병사들의 기록, 미국은 베트남에서 어떻게 패배했는가, 한강의 기적과 감춰진 진실, 미군 철수 이후의 세계, 기억되는 것과 기억되지 않는 것 순으로 짜여졌다. 저자는 이 글을 쓰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둘째, 베트남전쟁의 역사적 기억이 특정 방향으로 남아 있어 현재 한국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를 밝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박태균 지음/한겨레출판/ 352쪽/16,000원<세계사 브런치: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45권의 고전을 통해 세계사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다.인류의 수천 년 역사 가운데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27가지 명장면을 불멸의 고전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이 책은 "역사는 재미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증명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런 만큼 도표나 연표식 정리 같은 지루한 통사식 서술을 지양하고,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역사>, 로마사의 으뜸이라 할 만한 <로마 제국 쇠망사>, 중국 고대사의 정수인 사마천의 <사기>, 혁명의 긴박감을 생생히 펼쳐 보이는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등 45권의 역사 고전에서 가려 뽑은 글들을 소개한다. 역사 속 결정적 장면을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묘사하고, 어지러운 사건과 인물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핵심을 단번에 짚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제공된다.정시몬 지음/부키/536쪽/18,000원<위험한 역사 시간:우리 역사를 외면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실체를 밝힌다> <위험한 역사 시간>은 고대사에 중점을 두고 역사의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어 현행 국검정 역사 교과서를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과서의 지은이들이 쓴 역사서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여 그들의 사관까지 폭넓게 비판한다.저자 이주한은 현재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가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 한사군 한반도설, 임나일본부설 등 그야말로 조선총독부가 날조한 내용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다고 본다. 조선의 식민지배를 영구히 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던 조선총독부사관이 21세기에도 우리 역사 교과서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이주한 지음/인문서원 /416쪽/ 18,000원[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
32만5천명 파병, 5천여명 사망, 1만2천여명 고엽제 질병 판정. 1964년 9월~1973년 3월, 첫 파병에서 철수까지 베트남에 간 한국군, 거기서 죽거나 병을 얻은 이의 숫자다. 이 기간 한국경제는 연평균 8%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른바 '베트남 특수'다. 고엽제 질환자 정도를 빼곤 한국 사회가 베트남 전쟁을 얘기할 때 늘 거론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런 베트남 전쟁 기억법에는 의도적인 맹점이 있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죽인 베트남 사람들에 관한 망각이 그것이다. 지은이가 <한겨레> 토요판에 1년 6개월간 연재한 글을 갈무리해 책을 내며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이라는 부제를 단 이유다.
집단 가해는 잊고 싶은 역사다. 20세기 인류는 두 갈래 길을 걸었다. 나치의 만행을 쉼없이 반추하는 독일, 침략과 식민의 역사를 부인하려는 일본. 한국은 어느 쪽인가? 지은이는 역사적 사실을 밝혀, 한쪽으로 기운 기억을 바로잡아, 반성(한국)과 용서(베트남)가 만나는 '정의로운 화해'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적었다.
1968년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북한 무장공작원의 울진·삼척 침투, 주민등록증 발급,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 무하마드 알리의 병역 거부, 히피 문화…. 얼핏 무관해 뵈는 역사를 관통하는 열쇠말은 '베트남 전쟁'이다. 왜 그런지는 책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