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난생처음 간독(間讀)-건너뛰며 읽기-을 한 작품. 읽어가면서 결말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작가 입장에선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게 분명한 문장들이 읽는 입장에선 건너뛰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되었다. 추리적 기법으로 쓰였는데 결말을 어떻게 내는가가 더 궁금해서인 쪽이
강했고. 작품 내용은 어둡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이가
많이 든 편인 내 입장에선 바람직스러운 전개는 아니다.
광부의 딸로 태어난 여성-한희연-이 서울에 와서 전문대학을 다니는 중에 그녀의 미모에 반한 사채업을 하는 여인의 외동아들-인철-과 결혼하여 아들 한 명을 낳는데, 이 아들은 본가에 가다가 강간당했을 때 임신한 아이인지 남편의 아이인지 자신이 없어하면서 키우는 데 결과적으로 애증의 감정이 얽혀있게 된다. 자기 배 아파 낳았지만 강간한 남자가 자꾸 연상되기 때문에라는 설정. 여인은 아들이 피부명을 앓게 의도적으로 만든다.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시어머니가 죽고 난 뒤 자금 관리를 하던 직원이 재산을 다 빼돌리는 바람에
남편과 이혼 상태가 되고 남편이 준 패물로 아들과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무기력한 여인이 되어있다.
이런 와중에 집에 불이 나 여인은 죽고 아들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아남는데 사회 복지사 일을 하는 한 여인의 도움을 받아 사회 복지사가 된다. 주인공이랄 수 있는 소설가와의 만남은 이때 시작되는데 -작품의 도입부에 나온다- 작가로서 글 쓸 소재만 찾느라 정작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행동 때문에 폭행을 당하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꽤 많은 분량-원고지 1,700매?-의 작품인데 전체적인 흐름이 비극적이어서 작가가 4년 동안 공들였다는 소개글에 불구하고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아마 어두운 내용의 작품은 무조건 싫어하는 내 성격 탓일 것이다. 그나저나 작품의 큰 줄거리와는 관계가 없지만, 엄청 공을 들인 게 눈에 확 뜨이는 뛰어난 문장들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작가는 얼마나 많은 산통을 겪었을까? 경외감이 든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거미줄과 거미줄 사이 텅 빈 공간에 숨겨진 비밀!
2013년부터 구상, 4년간 몰두해서 완성해낸 정재민의 장편 데뷔작 『거미집 짓기』. 2012년 12월 서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 그리고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이렇게 시점도 다를뿐더라 시공간적 배경도 전혀 다른,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면서 각각 다른 소설로 읽히는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고, 인물들은 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작품이다. 치밀한 묘사, 견고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가 흡인력을 발휘한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쓰는 '나'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낯선 사람들과 종종 인터뷰를 한다. 어느 날, 얼굴에 화상 흉터가 두드러진 김정인이라는 사회복지사와 인터뷰하던 중 그를 자극하는 질문을 하고 폭행을 당한다. 갑작스런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던 '나'. 그날부터 그에 대한 복수심과 소설가적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김정인이 일하는 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해 주변을 탐색한다.
처음의 폭력적인 모습과 달리 그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회복지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와 그가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된 경위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김정인이 감추려는 비밀에 은밀히 다가서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출판사 서평]
압도적인 서사, 전율이 흐르는 마지막 1페이지!
책장을 덮고도 헤어나기 힘든 문학적 충격!
처절한 운명과 욕망이 교차하는 장편 미스터리 소설!
먹먹한 슬픔, 처절한 분노, 닿을 수 없는 복수…
인간의 욕망 뒤에 숨은 서늘한 진실을 파헤친 수작!
이공계 출신으로서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미스터리 존재방식〉으로 등단한 정재민 작가. 서강대 전자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9년간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예 당선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장편 데뷔작으로 선보이는 《거미집 짓기》는 2013년부터 구상, 4년간 몰두해서 완성해낸 역작이다.
소설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구조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점도 다를뿐더러 시공간적 배경도 전혀 다르다. 2012년 12월 서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 그리고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범죄추리물을 쓰는 소설가가 한 사회복지사의 은밀한 생을 추적하며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다가서는 것이 이야기의 한 축이고, 탄광촌에 사는 한 소녀의 신산한 성장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각각 다른 소설로 읽히는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고, 인물들은 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킨다.
이 소설의 강점은 원고지 1700매 가까운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다. 작가가 한 편의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당장 참고문헌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오랜 시간에 걸친 자료조사와 답사 그리고 매일매일 수정한 부분을 작업노트 4권 분량에 기록할 만큼 끈질긴 퇴고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치밀한 묘사, 견고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강렬한 반전과 결말이 심장을 움켜쥐는 소설!
나는 그 남자의 뒤를 캐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적당히 팔리는 범죄추리물을 쓰는 소설가다.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낯선 사람들과 종종 인터뷰를 하곤 한다. 어느 날, 누구라도 그 얼굴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는, 얼굴에 끔찍한 화상 흉터를 가진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나’는 소설가적 호기심으로 그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한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회복지사라는 그 남자로부터 갑작스런 폭행을 당한다. 갑작스런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던 ‘나’. 그날의 치욕스런 기억이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그에 대한 복수심과 소설가적 호기심이 발동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남자가 일하는 노인복지관을 찾아내고, 그의 이름이 김정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곤 노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그에게 접근하지만, 처음의 폭력적인 모습과 달리 그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회복지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와 그가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된 경위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김정인이란 남자의 이중성을 폭로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도하는 ‘나’. 남자가 감추려는 비밀에 다가서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한편, 모든 것이 검은 탄광촌에서 유난히 흰 피부로 시선을 받는 소녀 서희연. 술에 취해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도 꿋꿋이 엄마를 도우며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집도 검고, 길도 검고, 강물조차 검은 그곳에서 희연은 넓고 환한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다짐한다. 자신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삼척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희연. 동경하던 서울의 간호대학에 진학하여 연애도 하며 그동안 몰랐던 우아한 세계에 한 발 더 다가서려 할 때 운명의 그 밤이 찾아온다.
1부에서는 과거 시점의 주인공인 서희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2부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밤을 지독히 무서워하는 아이. 어릴 때부터 심한 아토피를 앓아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들이 유일한 친구인 아이. 영훈은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내다 하루아침에 집안이 몰락하는 아픔을 겪는다. 그 뒤로 엄마와 함께 살며 암울한 시간을 맞이하는데, 두 모자에게 닥칠 불행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작가는 퍼즐 조각 같은 두 개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아주 조금씩 단서를 흘려 소설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거미줄같이 뻗어나가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비밀!
책장을 넘길수록 빨려드는 경이로운 소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이렇다 할 음악 없이도 엄청난 긴장감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이듯, 이 소설도 그렇다. 《거미집 짓기》에는 미스터리 장르물에 흔히 등장하는 살인마나 시체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처절한 분노, 먹먹한 슬픔 등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아낸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로 얻어낸 리얼리티 덕분에 이야기가 살아서 펄떡인다.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한 구성과 사실적 묘사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제아무리 눈치 빠른 독자라 하더라도 작가가 소설 곳곳에 숨겨둔 트릭을 전부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일부만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충격에 빠졌다가 맨 첫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믿음으로 사람들을 재단하는 데 아무 의심이 없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자기 기준대로 거리낌 없이 재단하고 분류해나가던 자신감. 그 믿음이 너무 자신만만해 보였다. 때로 믿음은 욕망을 포장할 때 위험해진다.” _p.485
불행한 운명의 감옥에 갇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타인의 진실을 함부로 재단하는 글쓰기의 위험한 욕망을 서늘하게 경고한다. 마치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듯, 독자들이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문학적 충격을 안겨줄 작품이다.
책속으로
매화가 갈라지는 지점에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오른편으로 다가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여학생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화상이었다. 뺨부터 귀까지가 엉겨 붙어 있었다.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잔인한 갈색 공터만 있었다. 마스크를 걸 고리가 없다는 뜻이다.
_ p.10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나타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에게서 왜 그랬는지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듣고 싶었다. 그것이 일을 마무리 짓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었다. 궁금했던 그의 과거도 곁다리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그를 찾아갈까 고민했다.
_ p.72-73
나이프는 다시 가방에 넣었다. 배달하는 동안 내내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끈도 달았다. 그의 눈에서 보았던 번쩍임. 그 번쩍임은 욕망의 빛이 아니라 분노의 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_ p.136
감추는 사람은 내가 아닌 정인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은 정인의 어머니일 것이다. 왜 정인은 어머니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일까. 감추는 이유는 보통 수치심 때문이다. 정인은 무엇이 부끄러운 것일까?
_ p.231
엄마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한 손을 머리에 대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영훈은 자신의 발견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영훈의 세 번째 발견. 소중한 것은 돌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슬픈 일이 생긴다.
_ p.335
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쉽지.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어.”
“그러면요?”
“사람은 그렇게 쉬운 존재가 아니니까.”
_ p.356
영훈이 대답을 들으려 엄마의 어깨를 확 잡아챘다. 엄마가 놀란 듯이 영훈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니가 짐승 새낀지 사람 새낀지 알 수가 있어야지.”
영훈은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전 들었던 말보다 지금 엄마가 짓는 표정에서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그동안 품고 있었던 진심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_ p.378
납치된 인질은 시간이 갈수록 생존 가능성이 줄어든다. 빨리 신고해야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직감상 이번은 아니다. 정인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만약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 그래도 경찰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줄 수 있을까?
_ p.390
잃은 뒤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길을 가다 구덩이에 발이 빠지는 순간은 예상할 수 없이 찾아온다. 아픈 곳을 문지르며 몇 걸음 걸어 나간다. 옷을 털고 돌아보니 구덩이는 저기 있고, 나는 여기 있다. 이제 벗어났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뒤돌아 걸음을 내딛는다. 슬픔은 그렇게 시작된다.
_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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