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6.25 전쟁중 피난간 외가에서 주인공을 업어 키웠던 꾸야 삼촌, 그 삼촌이 이제 60대의 치매 노인이 되어 주인공의 집에 잠시 맡겨진다. 파탄 직전의 가정에서 고통받던 주인공은 엎친 데 덮친 격인 노인의 존재에 분통을 터뜨리지만, 삼촌의 노망 속에서 하나 둘 잊고 살았던 과거의 편린들을 건지기 시작하는데.. 6.25에서 IMF까지의 격동기를 살아낸 모녀와 전쟁으로 일그러진 삶 속에서도 끝내 순박한 사랑을 간직해 낸 한 남자를 통해 우리들의 간절한 생명력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작품을 발췌 극화한 내용: 장편을 단편 분량으로 줄인 탓에 삼촌의 아들-찬우- 이야기 등 누락된 내용이 많다.]
목차
불청객 ... 7
전쟁과 아이 ... 24
외삼촌들 ... 48
나를 미행해 온 전쟁 ... 58
소년의 전쟁 ... 73
나우리 ... 107
기회를 잡는 방식 ... 120
아버지와 아들 ... 143
찬우, 동우 ... 158
그늘도 깊어라 ... 179
형벌도 삶의 대가 ... 202
흐르고 멈추는 물결 ... 224
찬우의 선언 ... 260
몰락의 절차 ... 298
사랑 찾아가시나요 ... 317
[출판사 서평]
지난 해 한 여자로서 차마 드러낼 수 없는 비극의 개인사를 담담하게 고백해 충격을 주었던 작가 윤정모가 3년만에 신작 장편을 발표했다. <꾸야삼촌>(다리미디어 간). 전쟁으로 인해 비틀어진 한 남자의 생애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6·25에서 IMF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사를 아우르면서 작가는 주인공인 '꾸야삼촌'이 평생 놓지 않은 단 하나의 품성, 그 고귀한 사랑법을 부각시키고 있다.
소설은 '나'의 집에 불청객이 찾아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치매로 인해 기억상실이 있는 노인이 어수선한 속에 불쑥 끼여든다. 남편은 사업 부도로 교도소에 들어가 있고, 연이어 대학에 떨어진 4수생 아들이 있는 '나'에게는 꾸야삼촌을 받아들일 만한 조금의 틈도 없다. 그러나 '나'는 꾸야삼촌을 내치지 못한다. 그는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외가로 내려온 '나'를 보살펴 주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외사촌 찬우가 휴가를 가면서 일방적으로 떠맡긴 그의 아버지 꾸야삼촌을 수양한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며칠간 맡기로 한다.
6·25전쟁이 나던 1950년, 다섯 살이었던 '나'는 피난 도중 군대에 차출당한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어머니와 함께 경주 인근의 나우리 외가로 내려간다. 하지만 어머니도 '나'를 남겨 놓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나'는 외가에서 외할머니와 보야, 꾸야 두 삼촌에게 맡겨진다. 엄마를 찾아 울기만 하는 어린 '나'를 꾸야삼촌은 참으로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준다.
그러나 외가도 전쟁의 포화에서는 안전할 수 없었다. 동사지기가 아침 식전에 피난을 떠날 것을 알리던 날, 꾸야삼촌은 국군 수색대에 길 안내원으로 차출당한다. 결국 '나'는 외할머니와 보야삼촌과 피난길에 오르고, 그때부터 꾸야삼촌은 열다섯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은 꾸야삼촌의 일생을 쫓아다니며 그를 괴롭힌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 있어 동티가 쫓아다닌다"는 그의 말처럼.
전쟁이 끝나고, 죽을 고비를 천운으로 넘기고 포화 속에서 벗어난 꾸야삼촌은 '실패의 길'만 찾아다닌다. 전쟁의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해 군대를 기피하고서 도망다니던 그는 의사인 '나'의 새아버지의 주선으로 미군 카투사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국군 정훈감 사무를 보게 된다. 결국 그는 군대를 그렇게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군대에 자신을 옭아맨 것이다.
군대를 제대한 뒤 돌아오는 열차에서 만난 미모의 아가씨에게 한눈에 마음을 빼앗긴 꾸야삼촌은 우여곡절 끝에 그의 말대로 "평생에 단 한번 잡을 수 있는 아주 큰 행운"을 놓치지 않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새아버지의 소개로 약품 배달을 하면서 평탄한 가정을 꾸리는 듯 한다. 그러나 그런 행운도 잠시, 결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거리의 모든 사물에 공포를 느끼는 병을 안고서 실직한다. 결국 처녀 시절 방직공장을 다녔던 그의 아내가 다시 공장에 나가며 생계를 꾸린다.
1970년, 모르핀 중독자였던 새아버지는 보건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모르핀을 다량으로 복용, 어이없이 사망한다. 어머니는 가산을 정리하여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외숙모 또한 실직 상태로 무위도식하는 꾸야삼촌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결국 꾸야삼촌은 '나'의 사촌 동생인 찬우와 동우를 데리고 어머니에게 의탁하고, 두 동생과 무능력한 삼촌까지 떠안게 된 '나'는 번역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러던 중 동우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외숙모가 다시 집으로 들어와 꾸야삼촌네는 따로 나가 살게 된다. 그러나 가족이 다시 모여 산 지 채 몇 달 되지 않아 외숙모는 동우의 교통사고 배상금을 챙겨 다시 집을 나가 버린다. 외숙모의 가출 이후 꾸야삼촌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대구로 내려간다. 한편 결혼한 '나'는 출판사를 창업한 남편을 도와 번역일을 계속한다.
몇 년 뒤,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들 운수와 살고 있는 '나'를 찾아 꾸야삼촌이 서울로 올라온다. 이번에는 지명수배자의 신분으로. 교통사고를 낸 무면허 트럭 운전사의 불쌍한 처지를 딱하게 여긴 나머지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하여 그만 수배자가 된 것이다. 다시 꾸야삼촌은 우리(나) 집에서 숨어살게 된다.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죽고 신군부가 정권 전면에 등장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그 와중에 남편은 출판사를 인수할 때 인수한 지형이 문제가 되어 3개월 영업정지를 받는다. 꾸야삼촌과 남편, 두 명의 남자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에 질린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이런 속에서 더 이상 갈 데 없는 꾸야삼촌은 수의를 장만할 돈을 내놓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남대문시장에 포장마차를 벌인다.
포장마차를 벌인 꾸야삼촌은 자식들을 위해 죽기살기로 일한다. 그리고 찬우는 아버지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듬해 명문 대학에 합격을 한다. 한편 '나'의 남편은 지인의 도움으로 국가원수를 찬양하는 책을 출판하라는 기관의 뜻밖의 제의를 받게 되고 천우신조의 기회를 붙잡은 남편의 출판사는 그것을 발판으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 마침내 '나'는 상류사회에 진입한다.
출판사가 성장하면서 꾸야삼촌은 인척이라는 이유로 출판사의 관리팀장을 맡게 된다. 그는 새로운 일에 열성을 다해 일을 하며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 그러나 그는 출판사를 먹여살리는 책이 신군부를 미화하는 내용의 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6·25전쟁과 군대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그는 출판사를 사직하고 찬우가 다니는 대학의 수위로 취직을 한다. 그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수위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와 어머니를 학교 정문으로 초대해 자신의 '위치'를 과시한다. 그 즈음 찬우는 운동권에 깊숙이 빠져든다.
상류사회에 진입한 '나'는 '부'의 달콤함에 빠져 허우적댄다. 운동권의 핵심 인물로 성장한 찬우는 그런 '나'를 볼 때마다 민중을 들먹이며 비판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후배들을 강도로 들여보낸다. 그러나 찬우는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3년형을 선고받는다. 찬우의 행동에 분노한 '나'는 혈연을 끊기로 작정한다.
한편 출판에서 성공한 남편은 위성방송 쪽으로 사업 방향을 돌리고, '나'는 남편을 이어 출판사 사장을 맡는다. 그러나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위성방송 사업은 풀리지 않고, 출판사마저 위기에 몰린다. 마침내 남편은 부도를 내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간다.
사업 실패로 오갈 데 없는 '나'는 어머니가 만일을 대비해 마련해 놓은 서민 아파트로 들어간다. 그리고 며칠 후, 장례식을 치를 여유조차 없는 가운데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돈이 없어 장례식 절차가 아득하기만 할 때 꾸야삼촌은 그 동안 마련해둔 하얀 고급 모시 수의를 내놓는다. 그리고 생활인이 된 찬우는 과거의 빚을 갚는 거라며 천만 원을 내놓는다.
이제는 치매에 걸려 과거의 기억도 온전치 않은 꾸야삼촌과 같이 살게 된 며칠 사이, 지우고 싶은 과거를 돌아본 '나'는 항상 실패만 하던 꾸야삼촌의 삶에 실패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잘 자란 찬우와 동우야말로 꾸야삼촌의 최고의 성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깨닫는다.
본문 소개
삼촌이 별안간 손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빈 하늘이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보는 듯 눈꼬리가 흔들린다. 무엇을 보고 있을까. 치매가 온 뒤 자주 가서 머무는 곳, 거기서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미 자기 인생을 돌아볼 능력조차 잃은 사람에게도 과거는 자락자락 찾아와 그에게 환영처럼 되비춰주는 것일까. 거기에 어린 내가 있었던 것일까. 누님이 던지고 간 아이, 울며 엄마를 찾던 아이, 그 아이를 달래고 어루어야 할 열다섯 살 소년의 의무감.....
그래, 이 사람은 내 삶의 한 부분을 이어준 사람이다. 혼자서는 자랄 수 없는 어린 나무에 물과 사랑의 퇴비를 준 사람이다. 따라서 이 사람은 나에게 불청객이 될 수 없다. 어느 순간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나로부터 거부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세월이 변화시킬 수 없는 관계, 그래, 내 부모와 같은 사람이다.
그래, 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당신이 한 일은 그늘을 지우고 또 닦는 것이었지. 닦아낸 자리마다 웃음을 심었지. 아니, 아니야 사랑을 심었어. 당신의 허리에서 불거져나온 아이들도 다 사랑으로 자랐지. 그 아이들도 또 그렇게 새끼들을 엮어냈고 모두가 튼튼한 자리에 앉았지. 그러자 당신은 서둘러 떠나고 싶었던 거야. 이제 당신이 할 일은 숙모 만나는 것, 그렇죠? 그래요, 당신은 당신이 말한 그 업을 모두 닦았어. 제대로 다 닦아낸 거지. 그러니 이제 갈 수 있어. 훨훨 떠날 수 있어.
저자 소개
지은이 윤정모(尹靜慕)
1946년 경북 월성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장편 <무늬져 부는 바람>을 간행하였고, 1981년 여성중앙 중편 공모에 <바람벽의 딸들>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창작집으로는 <밤길> <님> <빛> <딴 나라 여인>이 있고, 장편소설로는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 <고삐><들> <나비의 꿈> <슬픈 아일랜드> 등이 있다. 1988년 신동엽창작기금, 1993년 단재문학상, 1996년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으로 있다.
저자 윤정모
- 저서(총 22권)
- 1946년 경주 외곽 나원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 1970년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68년 장편 『무늬져 부는 바람』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1년 《여성중앙》에 『바람벽의 딸들』이 당선되었다. 작품으로는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밤길』,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 『님』, 『고삐』, 『빛』, 『들』, 『봄비』, 『나비의 꿈』, 『그들의 오후』, 『딴 나라 여인』, 『슬픈 아일랜드』, 『우리는 특급열차를 타러 간다』, 『꾸야 삼촌』 등이 있다. 1988년 신동엽 창작기금, 1993년 단재 문학상, 1996년 서라벌 문학상을 수상했다.윤정모는 민족 현실과 분단 상황, 사회 대립과 갈등 문제를 다뤄온 사회파 베스트셀러 작가다. 직접 취재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생동감 넘치는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1989년 발표한 『고삐』는 100만 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지금까지도 8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로 꼽힌다.한민족 대서사시 『수메르』는 로마보다 화려하고 이집트보다 과학적이었던 인류 최초의 찬란한 문명 수메르에 매혹된 윤정모가 무려 10년 동안 집필한 작품이다.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수없이 답사를 다니면서 작가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마침내 완성한 3부작 소설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의 영웅 대서사시이자 한민족의 시원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파헤친 한민족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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