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ořák,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 E장조
Antonín Dvořák
1841-1904
Yuri Medianik, conductor
Russian Camerata Chamber Orchestra
Tver' Philharmonic Hall
2012.10.01
“매년 악보를 제출하는 장학생 후보자들을 보면 젊음, 가난, 재능의 세 가지 자격조건 가운데 앞의 둘은 가지고 있으나, 세 번째 것을 포기한 작곡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신청자 가운데 프라하 사람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강렬하고, 비록 충분히 익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작곡 재능을 드러낸 악보를 보았을 때, 우리에게 그것은 아주 유쾌한 놀라움이었다.”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1875년 초, 드보르자크는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예술가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그것은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즉 호텔과 레스토랑의 악사, 가설극장의 비올라 주자, 성당의 오르간 주자, 개인교사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을 청산하고 한결 여유로운 생활기반 위에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더구나 장학금의 심사위원이었던 요하네스 브람스는 그의 재능을 각별히 주목하여 자신이 거래하던 악보 출판사에 그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바야흐로 30대 중반의 드보르자크에게 영광스러운 미래의 서광이 비쳐왔던 것이다.
5년 동안 매년 400굴덴이라는 막대한 장학금에 탄력을 받은 드보르자크는 곧바로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했다. 일단 1875년 한 해 동안에만 교향곡 5번 F장조, 현악 세레나데 E장조, 현악 5중주곡 G장조, 피아노 3중주곡 B플랫장조, 피아노 4중주곡 D장조, 대형 오페라 <반다> 등이 완성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현악 세레나데 E장조이다. ▶현악 세레나데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1875년 5월 3일부터 14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작곡된 이 세레나데는 드보르자크의 가장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작품들 중 하나이다. ‘세레나데’라고 하면 먼저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노래’를 떠올리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18세기 후반에 모차르트 등이 썼던 ‘다악장의 기악 앙상블 음악’을 가리키기도 한다. 드보르자크의 곡은 후자의 선례를 따른 것인데, 평소 모차르트를 경애해 마지않았던 그였기에 이런 곡을 썼던 것이리라. 참고로 드보르자크의 세레나데는 이 곡 말고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관악 세레나데 D단조(1878)이다.
보헤미아의 정취와 풍부한 인간미
모두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즉 진지하고 극적이기보다는 느긋하고 유희적이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저녁 또는 밤에 어울리는 은은한 분위기와 유려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음들의 향연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사랑하는 이와 달빛 아래 정원 또는 오솔길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며, 다소 느슨한 구성과 형식 속에서 사뭇 다채롭고 풍요로운 맛과 멋이 떠오른다. 아울러 이 곡에는 드보르자크가 사랑했던 그의 고향, 보헤미아의 풍경과 정취가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그 특유의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미가 배어 있다.
드보르자크 고향인 보헤미아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볼타바 강 전경. <제공: 황장원 필자>
Daniel Barenboim/ECO - Dvořák,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Op.22
Daniel Barenboim, conductor
English Chamber Orchestra
1971
추천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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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