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ořák,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2번
Antonín Dvořák
1841-1904
Sviatoslav Richter, piano
Borodin Quartet
Mikhail Kopelman, violin
Andrei Abramenkov, violin
Dmitri Shebalin, viola
Valentin Berlinsky, cello
Grand Hall of Moscow Conservatory
1982.12.31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첫 피아노 5중주 A장조 Op.5를 31세가 되던 해인 1872년에 작곡했다. 당시 그는 작곡가로서 음악적 성숙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한편 고전과 당시의 현대 작품들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무렵 바그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그는 비올라 연주자로서 <탄호이저>와 <로엔그린>을 연주하며 새로운 음악세계에 눈을 떴지만, 이와는 반대로 그는 교향곡과 실내악을 작곡해야 한다는 고전주의자로서의 포부를 갖게 되었다. 바로 이 당시 작곡한 그의 초기 피아노 5중주는 당시의 주류인 바그네리안에서 벗어나고자 한 젊은 작곡가의 초상과도 같은 작품이다.
슈만과 브람스를 잇는 피아노 5중주의 걸작
그러나 안타깝게도 1872년 11월 22일 초연된 이후 작곡가는 이 작품을 찢어버렸거나 태워버렸다고 생각했다가 1887년에 우연치 않게 이 작품을 발견했다. 바그너적인 영향이 강하게 배어 있는 이 3악장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다섯 달 가량 개정작업을 했지만 개정보다는 새로 작곡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그 해 8월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6주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이전 작품과 동일한 A장조 조성으로 새로운 피아노 5중주를 작곡해서 다음 해인 1888년 1월 6일 프라하에서 초연했다. 브람스의 소개로 슬라브 무곡을 출판해준 심록 출판사에서 출판도 이루어졌는데, 드보르자크가 체코어와 독일어 모두로 제목을 표기하자는 의견과 독일어 표기만을 원했던 출판사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피아노 5중주의 역사를 연 슈만과 브람스의 뒤를 잇는 명곡으로 인정받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 Op.81은 피아노와 현악기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실내악적인 간결함이 돋보이는 동시에 체코의 민속음악 요소들을 적극 도입했다는 점, 드보르자크 특유의 서정성이 극대화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교적 많은 양의 실내악을 작곡한 그의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이 피아노 5중주 Op.81은 음악적 구성과 풍부한 내용에서 단연 돋보이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Weiyin Chen, piano
Lindsay Deutsch, violin
Bei Zhu, violin
Paul Neubauer, viola
Gary Hoffman, cello
La Jolla Music Society SummerFest
2007.01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
피아노 반주와 첼로의 꿈결 같은 도입부로 시작한다. 마치 <탄호이저> 서곡의 첫 도입부를 연상케 하는 이 아름다운 서주부가 끝나면 곧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로 이어지며 주제를 다채롭게 발전, 변형시켜 나아간다. 2주제는 비올라에 의해 서정적인 멜로디가 펼쳐지고 자유로운 재현을 거친 뒤 격정적이면서도 활기 넘치는 코다로 마무리된다.
2악장: 둠카. 안단테 콘 모토
F샤프단조로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속 선율을 바탕으로 한 둠카 형식, 즉 A-B-C-A-B-A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서정적인 주제 멜로디가 일품인 이 악장은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의 음색이나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악장의 정서를 연상케 한다.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는 실내악 선율에 체코,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속음악을 잘 조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3악장: 스케르초 (푸리안트). 몰토 비바체
보헤미아의 민속 무곡인 푸리안트를 기본으로 한 스케르초 악장이다. 왈츠의 3박자보다 조금 빠른 푸리안트 리듬이 첼로와 비올라의 리드미컬한 피치카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빠른 보헤미아 지방의 민속 무곡으로서의 운동감이 활력을 더한다.
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빠른 피날레 악장으로 발전부에서 제2바이올린이 주도하는 모습이 신선함을 더한다. 코다는 코랄 풍의 일종의 트란퀼로이며,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는 짧은 1주제에 대한 회상이 전개된 뒤 모든 악기들의 아첼레란도로 급격한 마무리를 짓는다.
추천음반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와 보로딘 4중주단이 남긴 여러 음반들 가운데 1982년 프라하 실황(DECCA)이 음질과 연주 모두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로 기억된다. 한편 카즈코 미무라와 탈리히 4중주단이 함께 한 연주(Calliope)는 체코의 정서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연주로 그 명성이 높고, 언드라시 쉬프와 파노차 4중주단의 연주(Teldec) 또한 슬라브적인 서정성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어우러진 명연이다.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피아노와 장영주 및 여러 솔리스트들의 연주(DEC)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강렬하게 발산하는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