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칼:저자 야마모토 시치헤이 | 역자 박선영 | 21세기북스 | 2010.6.25
[읽은 소감]
일본 전국시대[센고쿠 시대]를 최종적으로 끝내고 에도 막부 (Tokugawa shogunate, 江戸幕府)를 설립하여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德川家康, Tokugawa Ieyasu)란 인물에 관한 평전.
대하소설 "대망 " 이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소설화하여 쓴 까닭에 작가의 주관과 불필요한 수사, 특정 사건-오사카성 전투-에의 지나친 편중(2015년 동서문화사판 20권 짜리 전집에 마지막 세 권이 오사카성 전투를 다루고 있다) 경향을 보이는 문제점이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가감없이 기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1. 당시의 인물평에 임진왜란 때 잡혀간 강항 (姜沆)선생의 "간양록(看羊錄)에 실린 내용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점. 2.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내용들을 변명하는 듯한 느낌이 든 거였다.
소설 대망이 그렇듯이 이 저작물도 메이지 유신을 일으킨 세대 다음 세대의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일어난 대외 침략 전쟁으로 인해 자국민만도 3백만 명 이상 죽어나간데 대한 환멸감으로, 커다란 전쟁이 없었던 에도막부 시절에 대한 향수로 창설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재평가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쓰여진 거 아닌가 싶다.
소설 "대망"에서 생략되어 있는 대외무역 부문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참고]
1.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인물을 이해하는데는 "대망"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될 듯하다. "대망"은 소설이라 등장 인물이 살아있게 묘사되어 있으나-데신 불필요한 묘사가 많아 좀 지루하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자료에 의거 기록하고 분석했다. 등장 인물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저자 박상휘 | 창비 | 2018.10.1"란 책에 보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인뿐만 아니라 자국민인 일본인도 증오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히데요시의 은덕을 입은 인물들이 많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기록하고 있다. 아마 지배 계층인 사무라이 중 고위급을 이야기 하는 것일 듯.
["1600. 10. 20일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서군으로 참전한 인물들을 생각하면 될 듯.]
책소개
『기다림의 칼』은 신념을 인내로 지켜낸 무장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본다. 이 책은 이에야스의 초인적인 자기 절제에서 나오는 인내와 기다림의 자세 외에도 정치가로 경제인으로 무장으로, 또한 의리의 사나이로서의 모습을 통해 이에야스를 재평가한다.
목차
1장 불굴의 명장 모리 모토나리에게 배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평가 / 이에야스가 모범으로 삼은 불굴의 영웅 / 이에야스도 따라잡지 못할 기발한 책략 / 대의명분을 앞세운 승리 / 교묘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냉혹하게 / 철저한 경계와 초인적인 끈기의 원천 / 백전불패, 그 55년간의 기록 / 운명의 지배자에 대한 경외심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2장 인질 혹은 증인으로 센코쿠 시대에서 살아남다
대우받는 인질들 / 하극상과 예의가 공존하던 시대 / 아버지와 아들 / 든든한 후견인을 둔 인질 / 비참한 가신들 / 미카와 무사들의 충성 / 서부 진격의 선봉에 서서 / 연전연패 후의 완승, 오케하자마 / 이에야스의 수동적 인생
3장 정당한 무력으로 미카와를 통일하다
센코쿠 시대의 통솔력은 무력과 무공 / 종교적 권위에 대한 대항책, 족보 매수 / 영내 통치의 기반은 소손 / 소령 안도에 의한 지배 / 발밑의 막강한 세력, 잇코잇키 / 정정당당한 승리에 대한 신념 / 정당한 무력자 이에야스의 진심 / 호조 정벌의 일등공신
4장 센코쿠 시대는 무법천지가 아니었다
센코쿠 시대의 엄격한 법질서 / 제가의 가법과 천하의 법도 / 당시의 농업 진흥책 / 개인적 싸움 금지법 / 도쿠가와 장자상속의 발상 / 민원 제기 투서함 메야스바코 / 구게 문화에 무관심한 이에야스 / 이에야스의 실용적 학문 취향
5장 전쟁보다 경제 개발을 선택하다
이에야스가 에도를 선택한 이유 / 히데요시의 이에야스 봉쇄 정책 / 보통사람은 따를 수 없는 인물 / 간토의 가치를 꿰뚫어본 이에야스 / 이에야스의 파격적인 인사 방침 / 하천 정비와 경제 기반 구축 / 인공 매립 도시, 에도 / 다이묘의 경제력을 약화시킨 협조 방식
6장 법치 체제의 기본을 확립하다
이에야스만의 학문 사랑 / 통치자의 실학 / 정략가와 정책가 / 가혹한 형벌의 법질서 / 법과 예의의 공존 / 구법은 뿌리, 신법은 가지 / 신중했던 세이이타이쇼군 즉위 / 부케쇼핫토 13개 조 / 구게와 무가의 분리 / 황실과 천황에 대한 이에야스의 태도 / 종교 세력의 자리매김
7장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복잡해진 정국을 정정당당하게 맞서다
이에야스 조선 출병설의 전제 / 히데요시의 죽음과 이에야스의 행보 / 이에야스와 도시이에의 쌍두정치 / 조선 출병 문제의 앙금 / 사혼 문제로 야기된 10인슈와의 갈등 / 타협 그리고 기다림 / 도시이에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버린 이에야스 / 미쓰나리의 위험한 출현 / 이에야스 암살의 음모 / 호?인의 현명함 / 모략인가, 자기방어인가
8장 이에야스의 명성을 경계하는 세력이 도발하다
예상치 못한 역사적 사건 / 우에스기 가게카쓰 거병의 목적 / 세키가하라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 대조적인 두 편지 / 야유와 강변 그리고 궤변 / 이에야스에 대한 대담한 도발 / 안코쿠지 에케이의 세치 혀 / 에케이, 미쓰나리, 가네쓰구의 접촉 / 밀약의 사실 여부 / 명성은 있으나 인기는 없는 사무적 인간 / 준엄하고 냉혹한 결단력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
9장 실전 경험이 많은 이에야스가 당연히 승리한다
유능한 관리들의 바람 / 이시다 미쓰나리의 계략 / 반대 세력들의 분주한 움직임 / 이에야스 탄핵 초읽기 / 이에야스의 대응책 / 이에야스와 미쓰나리의 차이 / 대의명분을 활용한 작전 / 동서 협공에 대한 견제 / 히데요리 출진의 회피책 / 자주적 전투 개시의 필요성 / 장수들의 속내 읽기 / 서군에게 무엇이 부족했는가
10장 뛰어난 수완으로 오사카에 무혈입성하다
완승을 위한 마지막 분투 / 결정적인 단서 포착 /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히데아키의 내통 / 지휘권 없는 지휘관인 미쓰나리의 불안 / 유사이의 60일간의 저항 / 이에야스도 계산하지 못했던 히데아키의 거취 / 이에야스의 고심과 오산 / 최후의 총공격, 중앙 돌파 / 오사카 성을 접수한 이에야스 / 무혈입성을 도운 너구리들 / 큰 너구리와 작은 너구리의 차이 / 평화에 젖은 멍청이, 데루모토 / 진퇴양난의 히로이에 / 모리 가문에 대한 상식적인 처분
11장 적극적인 외교 추진자로서 조선과의 강화를 끌어내다
재평가해야 할 이에야스의 외교 수완 / 당돌한 작전 중지 명령 / 시마즈의 훌륭한 대응 / 한편으로는 저항을, 한편으로는 교섭을 / 요시히사의 집요한 요구 / 정공법 vs 정공법 / 조선과의 강화조약 체결의 이면 / 강화를 위한 물밑 작업 / 체면을 세워주고 얻은 국교 정상화 / 공동 모의에 의한 국서 위조 / 교묘한 시위에 압도당한 조선의 사절
12장 이에야스는 결코 쇄국주의자가 아니었다
근대적 경제 외교 / 둘로 나뉜 지구 / 포교상의 혼란과 재정적 혼란 / 기리시탄 금지의 배경 / 12년간의 기리시탄 전성기 / 표류자 윌리엄 애덤스에 대한 후한 대우 / 이에야스식 등거리 외교 / 선교 허락의 대가는 조선기술과 항해술 전수 / 이루지 못한 이에야스의 야망 / 계속되는 교섭의 난항 / 스페인 답례 사절단의 목적 / 스페인에 대한 실망과 단념 / 고집불통의 희생자
13장 화폐 통합과 대외무역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다
금은 축적의 진짜 이유 / 최대 수입품이었던 목면과 비단 /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천하를 거머쥔다 / 전쟁과 지진 그리고 기근을 대비한 금은 축적 / 광산 경영과 관련 법률 / 치외법권의 특권을 누린 광 산 개발자 / 스페인 광산기술에 대한 기대 / 교묘한 광산 개발자 나가야스의 공적 / 사리사욕에 대한 처분 / 평화와 생활수준의 향상
14장 비범한 외교 전략으로 열강과 중립을 유지하다
이에야스 최대의 실패작 / 신중하게 진행한 류큐 공략 / 쇄국 상황의 숨통, 류큐의 양속 / 이에야스의 목적은 명과의 무역 / 류큐인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 / 네덜란드인에 대한 호감 / 마카오 사건의 진상 / 역사와 운명의 불가사의 / 차별당한 포루투갈인 / 황금을 가진 자의 힘
15장 오사카 전투는 이에야스의 모략이 아니었다
너구리 영감 혹은 현대 일본의 창시자 / 도요토미 가문의 합병 거절 / 꿈속에 살던 요도기미 /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던 세키가하라 / 영토 욕심으로 가득찬 욕망의 전쟁 / 임종을 앞두고도 떨치지 못했던 히데요시의 그림자 / 세상이 요구한 임명 / 과도한 편애의 올가미를 쓴 히데요리 / 무장의 자존심으로 지켜낸 배려 / 이에야스의 쇼군직 양위 / 도요토미 가문의 고립
16장 어머니 치마폭에 싸인 젖먹이, 비극을 맞이하다
요도기미와 히데요리의 내서 사건 / 위기일발에 이루어진 히데요리 상경 / 신사와 사원 수복의 의미 / 요도기미의 호코 사 대불 재건 / 오사카 전투의 불씨인 종명 문제의 진상 / 고고한 학자 세이칸의 해명 / 오사카 성에서의 탁상공론 / 간토와의 친선 유지 방책 / 고립을 초래한 모친 천하 / 가쓰모토와 오사카 성의 운명
17장 오사카 전투로 막번 체제를 정립하다
다이묘들의 충성도 시험 / 농선전으로 대항하는 오사카 / 난공불락 오사카 성의 약점 / 착실한 성공을 이어온 이에야스의 한계 / 끈질긴 교섭을 통해 드러난 이에야스의 생각 / 요도기미의 처소에 떨어진 포탄 / 로닌 무리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역전된 강화 조건 / 초고속으로 진행된 해자 매립 공사 / 오사카 성에 눌러앉은 로닌 무리 / 화평을 단념하고 오사카로 진격 / 오사카 여름전투의 성과
18장 제왕 이에야스, 최후를 맞이하다
후계자로 선정된 3남 히데타다 / 히데야스가 쇼군이 되지 못한 이유 / 은거를 결심한 이에야스 / 짙게 내려앉은 죽음의 그림자 / 마지막까지 치밀함과 용의주도함을 잃지 않은 이에야스 / 정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제어한 일생 / 외모를 역이용한 이미지 관리 / 이에야스의 스승은 미나모토노 요리토모 / 천하의 주인은 선정이다
한국어판 후기
역자 후기
도쿠가와와 관련 장수들의 계보
센고쿠 시대 주요 다이묘와 그 가신들
책 속으로
이에야스가 히데요시를 공모해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부하들이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강력하게 진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결코 암살을 꾸미지 않았고, 천하는 그런 잔계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센고쿠 시대의 무장에게 정면으로 맞서 당당하게 싸우는 것은 악이 아니라 선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에야스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훌륭한 인간이었고 ‘의리의 사나이’였다. 이에야스 스스로 깨달은 것인지 모토나리와 같은 선배들에게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토나리가 남긴 교훈, 즉 알 수 없는 운명의 지배자에 대한 경외심과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태도는 어떤 면에서는 현대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_41p
‘보통 사람은 따를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배경을 잘 살펴보면 이에야스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첫째 이에야스는 자신보다 힘이 강한 자에게는 당연히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젊은 날에는 이마가와를 따르고 이후 오다에 복종했으며 이제는 히데요시를 따른다. 그리고 일단 따르기로 했다면 그에 맞게 상대방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그런 만큼 자기보다 약하면서도 자신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일종의 증오심마저 느꼈던 듯하다. 요도기미와 히데요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에야스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력하다고 판단하는 한 동요하지 않았다. 이에야스가 문제 삼는 것은 오로지 무력뿐이었다. _161p
이런 이에야스의 인사 처리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간핫슈는 통일적인 법제도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이칸은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에야스의 옛 영지 5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한 사람이 통일적인 민정과 개발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려는 발상임과 동시에 이에야스가 이나 다다쓰구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 그 자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그 재능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것이 이에야스의 인사 방침이었다. 그는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를 함께 두면 유능한 자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믿었다. _167p
이에야스의 ‘학문 사랑’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긴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만년에는 확실히 학문광 같은 면이 있지만 유년시절부터 학문을 즐겼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문제는 이 ‘학문’의 정의다. 만일 당시의 ‘학문 사랑’이 한시를 짓고 와카를 읊으며 렌가를 즐기는 취향을 뜻한다면 이에야스는 그런 종류의 ‘학문’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_185p
이에야스가 당시 사람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에야스의 이런 재능을 싹틔우고 자라게 한 힘은 무엇일까?
우선 이에야스는 ‘가이도 제일의 활잡이’로 전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지휘자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에야스가 자신의 무용을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스스로 이에야스의 무공과 지...휘 능력에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다음은 통치력과 부하들을 이끄는 통솔력이다. 이것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간토 영지 이동과 또 새로운 봉지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지배권 확립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세 번째가 그의 재정 능력이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이에야스 세 사람 중에 이에야스는 화려한 것을 싫어했으며 가장 검소했다. 구두쇠나 다름없었지만 세 사람 중에서 재정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자는 이에야스였을 것이다. 이 능력 또한 결코 과시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은연중에 주위에 영향력을 미쳤다. 조선인 포로 강항의 이에야스 평가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능력을 키운 바탕이 바로 그의 ‘학문’이었다. 그는 결코 당시의 교양주의적 학문에 얽매이지 않고 배워야할 것과 그것을 배우고 또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바로 그것이 그의 특성이었으며 천재적인 점이었다. _187p
……나 이에야스 젊어서 미카와 절반을 소유하고 그 후 큰 인물이 되어 지금은 간핫슈의 슈고가 되었다. 지금 일본 전국에 모리 데루모토와 이에야스만큼 영지를 가진 다이묘는 그 누구도 없으리라. 하지만 금은이라는 물건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은이 부족하면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우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만, 금은을 모으려면 수입이 늘어야하고, 수입만 늘리려 하면 사람을 가질 수 없다. 허나 사람이 없으면 나라의 방비가 약해지며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람도, 금은도 많이 가지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는가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_460p
출판사서평
신념을 인내로 지켜낸 무장,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본다
400년이나 지난 지금 왜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센고쿠 3대 영웅이지만 두 영웅과는 달리 극적인 인생 역경이 없어서인지 세간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천재적인 지략을 통해 천하를 움켜쥐었으나 부하의 반란으로 스스로 자결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노부나가와 일개 비천한 농민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을 통일한 히데요시와 달리 이에야스는 요시모토의 보호 아래 인질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외에는 평범 그 자체였다.
이에야스가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지나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에야스는 평판도 좋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다. 더욱이 ‘너구리 영감’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은 뱃속을 가진 음흉한 사나이로 오해받고 있었다.
이러한 오명을 완벽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벗겨내고 평범함 속에 비범한 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모습을 찾아준 것이 이 책 ‘기다림의 칼(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21세기북스)’이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울게 하려고 노력하고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많이 알려져 있는 위와 같은 일화를 통해 이에야스의 초인적인 자기 절제에서 나오는 인내와 기다림의 자세에 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면모 외에도 정치가로서 경제인으로 무장으로, 또한 의리의 사나이로서의 모습을 통해 이에야스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란의 세상,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사람의 뼈를 장작삼아 불태우는’ 세상에서 이에야스는 일본의 무장으로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며 무사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전투력으로 일본 전국을 평정했다. 광기에 가까운 노부나가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기고만장하는 일 한 번 없었던 사내. 히데요시의 정치적 계략과 모략이 난무하는 전장 속에서도 전통적인 무사, 사무라이의 자존심을 지키며 실질적인 지휘관으로 활약했던 사내. 황금빛 투구를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딛어 마침내 인류 역사상 예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적인 평화를 이루어낸 사내. 천재적인 전략가들에게 둘러싸였으면서도 지극히 평범했던 초인. _본문 중에서
현대 일본의 기틀을 마련하고
일본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 이에야스
이에야스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평생 긴장을 푼 적도 기세등등하거나 의기양양해 본 적도 없는 그의 성격대로 언제나 전투에서는 계략과 모략보다는 정공법으로 적을 공략했다. 특히 야전의 지휘 능력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모...략만 뛰어난 인간은 참모는 될 수 있지만 천하는 가질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가이도(海道) 제일의 활잡이’로서 명성에 흠이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둘째는 이러한 무력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력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화폐 제도를 확립한다. 이는 절묘한 재무 능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었는데, 그는 화폐를 쥐는 자가 천하를 거머쥔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던 지도자였던 것이다.
셋째, 명예보다는 실리를 취하는 외교 전략으로 네덜란드와 국교를 개시하고 류큐, 즉 오키나와의 영유권 확립과 조선과의 강화를 끌어낸다. 흔히들 일본인은 외교에 서툴다고 하지만 이에야스는 전혀 달랐다. 흔히들 이에야스하면 쇄국을 떠올리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개국주의자였고 근대적인 경제외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뛰어난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에도(훗날 도쿄)의 건설과 쇼핫토의 공포, 그리고 막번(幕藩) 체제를 확립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법천지였던 센고쿠 시대를 여자 혼자 몸으로 여행할 수 있고, 방랑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굽은 허리로 일본 전역을 방랑할 수 있는 법치 사회의 기초를 닦은 것은 바로 이에야스였다.
이에야스는 쇼핫토를 공포한 이듬해에 7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도요토미 가문이 멸망한 바로 다음 해이다. 센고쿠 시대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고 법치 체제의 기본을 확립한 후, 마치 이제 자신의 임무는 다했다고 선언하듯 그는 세상을 떠났다. 돌이켜보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단하게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을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일본은 ‘도쿠가와 300년의 평화’가 이어지고 자손이 15대까지 쇼군직을 지키게 된다.
■ 책속으로 추가
말하자면 작달막한 키에 배가 나오고 촌스런 아저씨였다. 아무리 보아도 재능 있는 사내로는 보이지 않았으며 물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이에야스 본인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그 외모가 주는 인상을 역이용한 면도 보인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외모에 부합하는 ‘의리 있고 성실하지만 재치나 명석함은 없는’ 인상을 만들어냈다. ‘바보는 바보 흉내를 내지 못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그는 분명히 범상한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뛰어난 점을 과시하거나 지혜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법이다. 이에야스는 ‘주군은 의리 있는 자’라는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상당히 자신을 억제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인간이 주는 신뢰감은 그 이미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에야스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는 또 무엇에도 빠지는 법이 없었다. 폭음, 폭식은 물론 여자에게도 빠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욕주의자도 아니었으므로 한마디로 절제가라고 할 수 있다. 만사는 적당한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절연은 금연보다 어렵다’고 하듯이 만사를 적당하게 절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에야스는 평범하지만 어려운 이 ‘적당히’를 평생 지속했다. _655p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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