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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파헬벨 ‘카논과 지그’(Pachelbel, Canon and Gigue in D major)

Bawoo 2014. 2. 10. 12:26

Pachelbel, Canon and Gigue in D major

파헬벨 ‘카논과 지그’

Johann Pachelbel

1653-1706

Trevor Pinnok, conductor

The English Concert

 

The English Concert performs Pachelbel's Canon and Gigue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 D장조는 독일 바로크 음악가 요한 파헬벨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다. 3대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해 작곡되었으며, 같은 조의 춤곡 ‘지그’가 딸려서 ‘카논과 지그’로 연주되곤 한다. <카논과 지그>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었고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재발견됐다. 1919년 처음으로 출판되면서 이 곡의 인기는 급속도로 높아졌고, 오늘날에는 여러 대중매체의 삽입곡, 클래식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되는 빈도도 높아지면서 그 인기는 가장 대중적인 바로크 음악의 하나인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에 비견될 정도이다.

대부분이 유실된 파헬벨의 음악

뉘른베르크 출신의 파헬벨은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에 실내악 작곡으로 잘 알려진 음악가였다. 그의 세레나데, 소나타는 현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칭송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작품들 대부분이 유실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파헬벨 당대에 출판된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음악의 즐거움>(Musikalische Ergötzung)이라고 이름 붙여진 파르티타 모음집이 유일했고, 극소수의 따로 떨어진 악보들이 존재했을 뿐이다. 가까스로 전해지는 필사본 하나가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등재된 악보이다. 여기에는 실내악 모음곡 두 곡이 수록돼 있다. 과거 베를린 예술대학이 보관하던 또 다른 필사본은 현재는 분실되었다고 한다.  파헬벨이 음악가로 활동했던 독일 뉘른베르크의 성 제발두스 성당.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가 작곡되던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어느 작가는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가 1694년 10월 23일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큰형인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의 결혼식에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됐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는 파헬벨의 제자였고, 이 결혼식에 파헬벨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있다. 바흐의 아버지 요한 암브로시우스 바흐와 파헬벨, 그리고 바흐 가문의 몇몇 사람들이 연주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파헬벨의 <카논>(지그를 제외한)은 1919년 음악학자인 구스타프 베크만에 의해 최초로 출판되었다. 베크만은 이 악보집에 파헬벨의 실내악에 관한 글을 함께 수록했다. 베크만의 연구에 영향을 준 사람은 저명한 고음악 학자이자 편집자인 막스 슈타이페르트였다. 슈타이페르트는 1925년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를 편곡해 자신의 ‘오르가눔’ 시리즈로 출판했다. 그러나 이 판본은 오리지널 스코어에는 나와 있지 않은 아티큘레이션 지시와 다이내믹 표시가 상당수 있었다. 슈타이페르트가 정한 곡의 템포는 근래의 연구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었다.

Paillard Chamber Orchestra performs Pachelbel's Canon and Gigue

Jean-Francois Paillard, conductor

Paillard Chamber Orchestra

1940년에 처음으로 음반으로 등장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가 처음 음반으로 등장한 해는 1940년이다. 보스턴 팝스의 지휘자로 유명한 아서 피들러가 최초로 녹음했다. 이 곡으로 인기 음반의 반열에 오른 것은 장 프랑수아 파야르가 지휘한 파야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반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카논과 지그>는 여러 차례 편곡되었고 수없이 많은 앙상블이 이 곡을 연주했다. 비올라의 피치카토 부분은 원래 악보에는 없지만 현악 오케스트라나 4중주 구성일 경우 자주 연주되곤 한다. 하프시코드나 오르간 주자가 즉흥연주로 화성과 베이스 라인을 보완하지 못할 경우에 그러하다. <카논과 지그>의 화성 전개는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헤아릴 수 없는 팝과 록 등 대중음악 작품에 이 곡이 사용되었다. 

<카논과 지그>가 쓰인 대표적인 경우로 1980년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을 들 수 있다. 당시 일시적이었지만 이 곡의 인기는 단숨에 클래식음악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치달아 올랐다. 이후 이 곡은 가사를 붙이는 등 여러 가지 장치와 편곡을 거쳐서 발표되었다. 로드 매퀸의 ‘And to Each Season’이나 우리나라에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의 작품이 피아노 악보로 보급되면서 <카논과 지그>는 그 대중성을 굳혔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도 삽입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San Francisco Early Music Ensemble Voices of Music

Katherine Kyme, baroque violin

Carla Moore, baroque violin

Cynthia Freivogel, baroque violin

Tanya Tomkins, baroque cello

Hanneke van Proosdij, baroque organ

David Tayler, theorbo

서로 흉내 내고 뒤쫓는 돌림노래 형식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는 구조적으로 음악의 여러 독특한 형식이 결합해 있는 복잡한 작품이다. 여러 성부가 동시에 연주된다는 면에서 다성음악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성부가 차례로 진입하며 3개의 성부가 카논에 관여한다. 네 번째 성부인 통주저음(바소 콘티누오)도 존재한다. 통주저음은 독립해서 연주된다. 화성적 뼈대를 제공하는 조용한 베이스 성부(28회 반복된다) 위에 바이올린이 3성 카논을 이어 나간다. 세 대의 바이올린이 하나의 멜로디를 서로 흉내 내고 뒤쫓으면서 돌림노래를 전개해 나간다. 베이스 성부는 동일한 2마디를 시종일관 반복한다. 음악학적으로 이것을 오스티나토(ostinato, 어떤 일정한 음형을 같은 성부에서 같은 음높이로 계속 되풀이하는 수법 또는 그 음형), 더 자세히는 바소 오스티나토라고 한다. 저성부에서 일정한 음형을 집요하게 반복하면서 상성부에서 다양한 변주가 펼쳐지는 기법이다.

파헬벨 <카논과 지그>의 반복 음형은 클래식음악의 여러 명곡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헨델은 이 반복부를 자신의 오르간 협주곡 11번 G단조 HWV 310 2악장의 메인 테마와 변주로 삼았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세 소년이 등장할 때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23번 K.488의 마지막 악장에 이 부분을 도입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으로부터 이 음형을 배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이든은 1785년 작곡한 현악 4중주 37번 Op.50-2의 미뉴에트 악장에서 카논을 사용했다. 헨델도, 하이든도, 모차르트도 파헬벨의 작품과 완전히 화성적으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차용한 반복 음형은 마지막 마디에서는 규칙에서 벗어나 변격 반복이라고도 일컬어진다. 17세기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바소 오스티나토(고집저음이라고도 번역된다)가 사용된 몇몇 작품들은 ‘샤콘느’나 ‘파사칼리아’라 불렸다. 이런 작품들은 고음의 변주 부분을 잘 통합시킬 수가 있었다.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에서 바이올린 라인에서 이러한 부분을 볼 수 있다. 각각의 4마디 가량의 변주 12개가 존재한다.

카논은 ‘규칙’ ‘표준’을 뜻하는 그리스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중세 이래 가장 엄격한 모방 형식을 갖춘 대위법 악곡의 일종이다. 주제인 제1성부의 선율이 시작되고, 이것에 응답하는 다른 성부에 의해,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정확하게 주제 선율이 모방되는 형식을 카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카논과 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모방에 의해 전개되는 형식이다. 그러나 푸가에서는 모방이 주제에만 한정되는 것에 반해, 카논에서는 시종일관 모방이 행해지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추천음반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는 주로 바로크 명곡집에 수록돼 있다. 따라서 이 곡을 제외한 곡들 중에서도 좋은 곡들이 많아서 푸짐한 종합선물 같기도 하다. 장 프랑수아 파야르가 지휘한 파야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Erato, 1984년 발매)는 오랫동안 이 곡을 대표하는 연주로 사랑받았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과일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처럼 싱그럽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우아하다. 아름다우면서도 화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파야르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연주다.

파헬벨이 17세기의 작곡가인 만큼 원전 연주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첫손에 꼽고 싶은 것이 1980년 녹음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가 고음악 아카데미를 지휘한 음반(L'oiseau Lyre)이다. 낭만적인 분위기보다는 곡 자체의 윤곽이 두드러진다고 할까. 거트현의 음색이 예쁘고 지그에서 춤곡의 분위기도 잘 살아난다. ‘카논’만 6분대에 이르던 파야르의 러닝타임과 비교하면 호그우드는 카논과 지그를 모두 합쳐 5분대의 쾌속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의 초스피드 연주가 또 있으니, 라인하르트 괴벨이 무지카 안티콰 쾰른을 지휘한 음반(Archiv)이 그것이다. 카논과 지그 합쳐서 4분대. 33rpm을 45rpm으로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곡의 엄정한 질서를 지키는 데서 어떤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가 북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음반(Tahra TAH 568-569)은 카논-지그-카논을 12분 30초대로 완보한다. 1954년의 연주이지만 낡았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독일적인 진지함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이 배어 나온다. 지그 후에 다시 나오는 카논은 장중해서 마치 브루크너 교향곡처럼 느껴진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0.04.28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2431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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