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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 장편소설]천년을 훔치다 - 조완선

Bawoo 2020. 3. 10. 20:18

 

천년을 훔치다

천년을 훔치다 - 조완선
 

[소감] 작가의 비취록[http://blog.daum.net/wwg1950/12719]을 우연히 읽고 매료되어 다른 작품이 있나 찾아서 읽게 된 작품. 1232년 몽골족의 침입으로 불타 버린

초조대장경

(初雕大藏經)이 현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를 탈취하려는 도굴꾼-우리나라는 할아버지와 손자. 일본은 할아버지와 손녀-과 지키려는 승려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거기에 문화재청 관리도 가세하고. 이 과정에서 두 노인은 물론 여러사람이 살해되고  스님도 한 명 대장경을 지키려다가 죽게 된다. 대장경을 일반에게 공개하자는 주장을 하다가 환속을 한 장각이란 이름의 스님. 추리소설 기법으로 전개되어 대중성을 띄고 있는데 내가 주목한 건 대장경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사찰- 건봉사 -그리고 1930년 5월 항일 투쟁과 불교 개혁 운동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만당 (卍黨)이란 스님들의 비밀결사 이야기. 이 결사의 뿌리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승병을 모아 활약한 사명당 대사이고 일제 강점기에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는 내용 등 불교 관련 많은 역사공부가 되었다. 한일 두 나라의 도굴꾼의 이야기를 통해 도굴에 관한 내용도 알 수 있었는데 소설적 재미- 읽는 재미-도 상당했다. 초조대장경이 현전한다는 가정하에 쓰여진 작품이긴 하지만 작가의 노고를 엿볼 수 있었다. 대중성 때문에 만점은 못 주고 4점.^^

 

책소개

『천년을 훔치다』는 2008년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로 국내 역사 추리 소설계에 돌풍을 몰고 왔던 조완선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존재했던 ‘일본 안국사 초조대장경 도굴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이 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완성되었다.

‘전설의 대장경’이라고 알려진 고려 왕조 최대 국책 프로젝트인 초조대장경, 이 천하의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한국과 일본의 전설적인 도굴꾼, 그리고 그들의 배후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음모가 작가 특유의 정갈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도굴꾼’, ‘보물사냥꾼’ ‘문화재 밀매꾼’ 등 문화재 주변의 아웃사이더들의 집념과 모험을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거쳐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천년을 훔치다』는 국내 소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 빠르고 리얼한 스토리 전개,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역사 미스터리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저자: 조완선

인천에서 태어나 동인천 고등학교, 단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건국대, 단국대, 영남대, 관동대 등 전국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끈끈한 ‘문청’ 시기를 보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반달곰은 없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이후 십여 년 간의 긴 침묵을 깨고 첫 장편인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교양 문화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년을 훔치다』는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장편이다. 이 소설은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존재했던 ‘일본 안국사 초조대장경 도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완성된 『천년을 훔치다』는 고려의 대보(大寶)와 한일 도굴꾼들의 집념을 작가 특유의 정갈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빠르고 경쾌한 스토리 전개, 씨줄과 날줄로 빈틈없이 채워 가는 탄탄한 구성은 이 소설을 떠받치고 있는 양대 기둥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목차

 

작가의 말
천향, 잠에서 깨어나다
그곳에 전설은 없다
열망을 찾아서
동행
길에서 길을 묻다
꿈꾸는 영혼
숨은 그림 찾기
건봉사, 또 하나의 세계
연꽃의 비밀
재회, 그리고 운명
천 년의 유혹
불꽃 속으로 사라지다

 

책 속으로

 

승려의 매서운 눈빛이 그들을 집어삼킬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어서 이 토굴을 나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단칼에 목을 베겠다고 으르렁거렸다. 하야코는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림 속의 승려들은 너무도 살기가 등등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는 것 같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토굴 안에는 이와 흡사한 그림이 여럿 붙어 있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칼끝의 살기, 수백여 개의 섬뜩한 눈동자가 관자놀이에 매섭게 파고들었다.
하야코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림이 붙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림 속의 승려는 마에다의 유품에서 나온 그림처럼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나무판을 허리춤에 품고 있었다.
“여기에도 그 문양이 있어요!”
연꽃 속의 卍자 문양…… 승려가 허리춤에 꿰차고 있는 나무판에도 이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p. 170)

수기대사와 사명대사……. 이들은 고려와 조선이 외침으로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전면에 나선 고승이었다. 수기대사는 초조대장경을 토대로 팔만대장경을 판각하고 사명대사는 초조대장경을 보존하면서 승병들을 모집하고 훈련시켰다. 이들은 국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대장경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토굴은 조선 승병의 무기고나 전략 기지 이외에 또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초조대장경이 성큼 턱 앞까지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 어서 찾아와요. 초조대장경이 이 토굴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
“아, 알았다.”
하야코는 어깨에 짊어진 가방을 내려놓고 미친 듯이 토굴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궤짝 안을 더듬어 보고 승려들의 그림이 붙어 있는 토굴 벽 틈을 세세하게 살폈다. 최만준 역시 토굴 안을 더듬는 손길이 빨라지고 있었다.
“거기 누구야!”
그때였다. 토굴 입구에서 선 굵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왔다. 하야코는 감전된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
토굴 입구에는 네 명의 승려가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그림 속의 조선 승려의 눈빛과 꼭 닮아 있었다.
(p. 187-188)

 

출판사서평

 

역사를 훔치고 천 년을 얻다!

천 년의 세월에 감춰진 ‘전설의 대장경’의 비밀과 스릴, 그리고 충격!
치밀한 짜임과 리얼한 전개가 돋보이는 역사 미스터리의 진수!

“대장경이,
초조대장경 경판이 남아 있어…….”


고려 시대의 대보(大寶)인 ‘초조대장경’ 경판이 실존해 있다는 고문서를 발견하고 그 뒤를 집요하게 쫓는 한국인 도굴꾼 장재석. 죽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설의 대장경을 찾아 나선 일본인 도굴꾼 하야코. 장재석은 문화재청 정찬국의 지시에 따라 일본 남선사에 초조대장경의 비밀을 찾아 나서고, 하야코는 보물사냥꾼인 최만준과 함께 한국에서 ‘천향’의 발자취를 쫓는다. 하지만 하야코와 함께 초조대장경을 찾던 최만준은 시체로 발견되고, 장재석을 이용해 정보를 입수한 정찬국 역시 주검이 된다. 우연히 조우하게 된 하야코와 장재석의 조부인 장기봉과 이라부의 인연으로 한일 네 도굴꾼들은 힘을 합쳐 천향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윽고 초조대장경이 안치되어 있는 천향고를 찾아내지만, 장재석은 승려들에게 붙들려 수장고에서 죽음에 처할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2008년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로 국내 역사 추리 소설계에 돌풍을 몰고 왔던 작가 조완선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천년을 훔치다』가 발간되었다.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존재했던 ‘일본 안국사 초조대장경 도굴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이 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도굴꾼’, ‘보물사냥꾼’, ‘문화재청 관리’와 같이, 대중들에게 생소한 소재들을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조사를 거쳐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숨을 불어 넣었다.
도굴 실력은 알아주지만 성질이 고약하고 이기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한국인 도굴꾼 장기봉. 남을 배려하는 교토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인 도굴꾼 이라부. 아버지를 내팽개쳐 두는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는 장재석. 할아버지를 도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하야코. 친절한 지식인으로 보이지만 속이 까만 박물관 관장 등, 본서는 팩션이라는 장르에서 소재를 풀어나가는 장기 말에 불과했던 천편일률적인 인물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인물상을 그려 냈다. 비단 『천년을 훔치다』가 장르의 틀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중국 유적을 도굴하다가 아들만 현행범으로 잡히고 홀로 살아 돌아온 장기봉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작업을 하다가 흥분한 현지 주민들에게 아들을 잃고 손녀 하야코와 함께 오랜 시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이라부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매우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다. 『천년을 훔치다』는 같은 목표를 지닌 두 인물이 교차 서술되면서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려의 대보(大寶)와 한일 도굴꾼들의 집념을 작가 특유의 정갈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린 『천년을 훔치다』는 독특한 소재, 빠르고 리얼한 스토리 전개,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역사 미스터리의 진수라 할 수 있다.

고려 왕조 최대의 국책 프로젝트 천 년 만에 부활!

축복받은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유독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한반도. 거란과 몽고를 비롯,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바로 ‘대장경’이 있었다.
초조대장경은 현종 2년인 1011년, 거란의 침입을 계기로 발원하여 선종 4년인 1087년에 완성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이다. 초조대장경 판각은 고려 왕조 최대의 국책 프로젝트로, 무려 칠십육 년에 걸친 대역사의 산물이었다. 그 규모는 대략 육천 권 정도의 분량으로 당시의 한역(漢譯) 대장경으로서는 동양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러나 팔공산 부인사에 봉안했던 이 대장경은 1232년 몽골군의 침입 때 모두 불타 버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초조대장경의 실물 경판은 물론 경판으로 찍어 낸 인쇄본조차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세기까지 초조대장경에는 늘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그것은 ‘전설의 대장경’이었다. 초조대장경은 팔만대장경보다 무려 이백여 년 앞서 만들어졌다. 팔만대장경이 십육 년에 걸쳐 완성된 것에 비해 초조대장경은 그 다섯 배나 되는 칠십육 년이 걸렸다. 그리고 초조대장경은 팔만대장경보다 예술적 가치고 높고 서체나 판각 기법, 목판 인쇄술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고려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발원 일천 년과 함께 발간된 『천년을 훔치다』는 그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