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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 임헌영 평론집

Bawoo 2020. 5. 15. 21:26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저자 임헌영 | 소명출판 | 2020.2.17.

[소감] 작가 이름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읽은 작품은 극소수. 이런 작품들을 한꺼번에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아주 좋았다. "코레예바의 눈물"로 접한 손석춘 작가의 재발견, 활자가 작아 읽기를 미루고 출판사에 활자 좀 크게 해서 출판해달라고 전화까지 한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은 태백산맥보다 더 비중을 두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작가들 작품은 절판되어 도서관에도 없을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데 아무튼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우선 손석춘 작가의 "아름다운 집"부터.[2020. 5. 15, 2021. 8 28 수정]
[참고]

1. 코레예바의 눈물(양장본 HardCover):저자 손석춘 | 동하 | 2016.1.10

2. 아름다운 집: 저자 손석춘 | 들녘 | 2015.5.26.

 

3.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은 내가 출판사에 전화해서 활자 좀 크게 해서 재출간해달라고 그런 덕분인지 -오비이락?-2021년 8월 현재 나와 있다. 다만 작품이 처음부터 일본인과 이들에게 빌 붙어 동족을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우리 민초들을 묘사한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어 너무 가슴이 아파 읽는 걸 포기했다. 한 권도 아니고 10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인데 얼마나 가슴 아픈 내용이 많을 것인가 싶어서였다.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 임헌영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이병주와 남정현, 조정래, 장용학 등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루고 있다. 우리 시대의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인 최인훈에 대해 개인사적인 관계까지 섞어서 사석에서 담화를 나누듯이 쓴 에세이에 가까운 신작도 있고, 박정희에 관한한 어떤 역사학자나 정치평론가도 이룩하지 못했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풀었던 이병주의 작품만을 다룬 글은 매우 대중성있는 글이다.

  • 임헌영 (문학평론가) 위키백과
  • 임헌영(任軒永, 1941년 1월 15일 ~ )은 대한민국의 사회운동가, 작가, 언론인, 교육자이며 진보적 문학평론가이다. 안동사범학교를 나온 이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으며, 그 후 언론인으로 활동하였다. 1974년 문학인 사건과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

목차

제1부 탈향작가들의 미학적 모험
한 고독한 실존주의자의 역사인식 톺아보기
장용학 문학에 나타난 현실비판 의식
냉전 시대의 고정관념 허물기
이호철의 한국문단 종횡기
헤겔리언, 한국정치를 통매하다
『광장』에서 『화두』까지의 최인훈 들여다보기
역사의 광기에 맞선 오기
박완서론

제2부 이병주, 박정희를 역사 앞에 소환하다
황제를 꿈꾸는 수인-마키아벨리와 사마천, 그리고 이병주
운명 앞에 겸허했던 한 여인의 소망-『‘그’를 버린 女人』에 나타난 인간 박정희
5·16정권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이병주의 『그해 5월』과 한국의 정치가들

제3부 분단과 평화의 정신현상학
풍유의 미학적 예시-남정현의 반외세 의식과 민족의식
남정현의 한반도 평화정착 추구 소설들
뺨 얻어맞고 두 여인을 울리다-남정현 산문집 『엄마, 아 우리 엄마』를 읽는 재미
남과 북, 그리움과 미움의 변증법-황석영 『손님』과 손석춘 『아름다운 집』을 읽고
로맨스와 불륜의 이데올로기-손석춘 장편 『유령의 사랑』론

제4부 근대 민족운동의 증언록
조정래의 『아리랑』에 나타난 인간과 역사와 운명
항일 여성투사들의 사랑법-박화성의 장편 『북국의 여명』과 전향론
8·15 이후 불행해진 사람들의 이력서-한무숙 소설 속의 독립운동가들의 자화상

인명 찾아보기
주제어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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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어느 블로거 서평]

 

역사에서 거대 담론보다는 미시 담론이, 그래서 미시사라고도 하고 생활사라고도 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연구 방향도 거대한 흐름을 추적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로도 많이 흘렀고.

그렇다고 미시사로만 역사가 구성되지 않는다. 이런 미시사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역사 연구는 학자들이라는 전문가 속에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결국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니까 미시와 거시가 함께 잘 어우러져야만 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소소한 세계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거창한 흐름만 표현할 수도 없다. 거창한 흐름 속에서 소소한 일상들이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은 그런 작품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평론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소설에 나타난 정치 현실 또는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평론을 통하여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지금-여기'일 터이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를 작품을 통해서 살펴보라고, 자신은 이런 작품들을 이렇게 읽었다고. 단지 읽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삶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작품들이 나오는데, 그동안 읽지 않았던 작품들도 꽤 등장한다. 아주 오래 전 작가라고만 여기고 묻어두었던 작가들, 그냥 그런 작가라고만 생각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나온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읽고 싶어지게 한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선구적으로 비판했던 작품은 남정현이 쓴 '분지(糞地)'다. 미국을 이렇게 대놓고 풍자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 필화 사건에 휘말렸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 작품만 기억하던 나로서는 남정현이 '허허선생' 연작으로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풍자라 함은 비꼼인데,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비꼬아 그 사람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군림했던 미국과 또 그에 추종하던 사람들을 풍자한 남정현의 소설은 당시 우리 사회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뿐만이 아니라 지금 현실을 이야기할 때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 때 문학적으로 어떤 장치를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이런 작품뿐만 아니라 최인훈의 작품도 마찬가지고... '총독의 소리'나 '주석의 소리'를 보라. 얼마나 당대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지. 이렇게 많은 작가와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다시 주목하는 작가가 이병주인데... '지리산'의 작가로만, 또 보수적인 작가로만 알고 있던 이병주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박정희에 대해서 꽤 비판적인 작품을 썼다는 것. 그런데도 이병주를 1970년대 이전의 작품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해준다. 물론 이병주는 박정희와도 잘 어울렸지만 5.16쿠테타 직후 감옥 생활을 하게 되어 반감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반감이라고 해서 다 소설이 되지는 못한다. 그는 많은 자료를 모아 5.16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소설은 역사가 아니지만, 소설을 통해서 역사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는 있다. 그렇다면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소설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그 작업을 이병주가 했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역사가 아닌 소설, 그래야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이다.

 

(이병주가 쓴 작품인 ['그'를 버린 여인], [그해 5월]을 읽어보면 소설 속 인물로 표현된 박정희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밖의 다른 인물들도.)

 

여기에 더불어 박화성과 한무숙이라는 작가에 대한 글을 통해 우리 소설에 대한 지식의 폭을 좀더 넓힐 수 있다.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들을 들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사회 속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활인이자 정치인이다. 정치가 그들의 삶에서 사라질 수가 없다.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정치기 때문이다. 이런 소설들을 통해서, 당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금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가게 된다.

 

관심이 있으면 찾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삶과 관련짓게 된다. 우리가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인간은 원초적으로 경제인이지만 정치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그런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통해 지금-여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하는 듯하다.

 

평론집, 안 읽은 지가 오래되었는데, 그만큼 문학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소설을 읽어 봐야겠다는, 소설이 우리 사회의 모습, 우리들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어, 소설을 통해서 나를, 우리 사회를 발견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뱀발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나부랭이에 해당하는 작가들의 가족관계를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인데... 박화성의 아들이 천승세인것, 그리고 한무숙과 한말숙이 친자매지간인 것. 여기에 한묘숙이라는 자매가 있는데, 이 분의 활동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는 호기심을 갖게 되고... 임헌영 평론가가 남정현, 이호철, 최인훈과 어울리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출처:ps://blog.aladin.co.kr/774420113/11576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