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85)
Bawoo2014. 2. 19. 14:38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85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Edward Elgar
1857-1934
Sol Gabetta, violin
Stéphane Denève, conductor
Danmarks Radio SymfoniOrkestret
DR Koncerthuset, Copenhagen
2010
Sol Gabetta/Stéphane Denève/DRSO -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에드워드 엘가는 헨리 퍼셀과 조지 프리데릭 헨델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이다. 헨델의 경우엔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지만 독일 태생의 작곡가였고, 퍼셀은 300년 전인 17세기의 작곡가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품 <사랑의 인사>와 <수수께끼 변주곡>,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유명한 엘가는 무엇보다도 20세기에 작곡된 첼로 작품 중 가장 비극적인 곡 첼로 협주곡 E단조를 남긴 작곡가이다.
감정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비탄에 잠긴 첼로의 노래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엘가는 교향곡과 같이 4개의 악장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 작품은 1, 2악장과 3, 4악장을 서로 묶어서 휴식 없이 연주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에서 위로를 받는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슬픔의 입자들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은 매우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엘가의 이 위대한 첼로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힘은 ‘마음의 위로’에 있다. 이 음악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슬픔의 바다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한다. 꿈보다 오래된 기억처럼,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눈물 같은 조각들은 엘가의 한숨과 섞여서 흐른다. 첼로의 저음은 이토록 절절한 감정들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흔들린다. 엘가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작품의 간단한 구조 안에 있다.”고 말했는데, 삶에서 죽음 쪽으로 무너지는 인생에 대한 추억이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은 첼로 협주곡의 흐름을 타고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구성한다.▶영국의 낭만파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경.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22일 영국의 햄스테드에서 엘가는 첼로 협주곡의 첫 번째 스케치를 쓰기 시작했다. 종종 대포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엘가는 부지런히 작곡을 계속했고, 마침내 7월에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작품을 완성해 나가던 사이사이 햄스테드의 야간특별경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엘가는 자신의 삶이 막바지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며 대작 완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해 여름의 대부분을 바이올린 소나타와 현악 4중주를 작곡하는 데 열중했고, 첼리스트 펠릭스 잘몬트와 첼로 협주곡에 대해 함께 의견을 교환한 이후 7월에는 촛대를 만드는 틈틈이 협주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손보았다.
엘가는 이 첼로 협주곡의 헌정을 오랜 친구였던 콜빈 부부에게 바쳤다. “당신과의 우정은 너무도 소중해서 우리들의 우정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이 협주곡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던 작곡가는 몇 번이나 작품을 고쳤다. 8월 12일에는 일기장에 “나는 느린악장의 마지막을 생각해내지 못할까봐 두렵다. 따로 연주한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텐테.”라며 작품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919년 10월 27일 마침내 첼리스트 잘몬트의 연주와 엘가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협연으로 영국의 퀸즈 홀에서 곡을 초연했다. 청중의 반응은 썰렁했다. 많은 사람들은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던져준 달콤함을 기대했던 것이다.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연습 부족도 문제였다. 악보의 출판도 2년 후에나 나왔는데, 첼로 협주곡을 출판한 출판사의 사장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엘가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원하지 않아. 다만 합창곡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엘가의 부인은 이 협주곡이 초연된 후 5개월 뒤에 사망했고 엘가의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졌다. 사실 엘가로 하여금 작곡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가 절망에 빠질 때마다 어둠 속에서 끌어올려준 존재가 바로 그의 부인이었던 캐롤린 앨리스였다. 바이올린 소품 <사랑의 인사>는 바로 이러한 사랑의 결과물이다.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의 혼이 담긴 격정적인 연주는 엘가 첼로 협주곡의 명연 중의 명연으로 남아 있다.
Jacqueline du Pré/John Barbirolli/BBC SO -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Jacqueline du Pré, cello
Sir John Barbirolli, conductor
BBC Symphony Orchestra
Prague, 1967.01.03
추천음반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인기만큼이나 녹음도 많이 있다. 뒤프레(EMI)에 이어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연주는 베아트리스 해리슨(EMI)이다. 엘가 지휘로 협연한 그녀의 연주는 뒤프레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레퍼런스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유했던 음반이다. 1928년 녹음으로 음질이 떨어지지만, 작곡가가 인정한 연주와 엘가의 지휘를 들어볼 수 있다. 에이드리언 볼트가 지휘하는 런던 필과 협연한 폴 토르틀리에(EMI)의 산뜻한 연주, 리처드 히콕스와 협연한 스티븐 이셜리스(Virgin)의 따뜻하고 온화한 연주도 추천한다.
글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