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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하소설]한강- 조정래

Bawoo 2020. 11. 17. 21:45

[소감] 2001년에 초판이 나온 작품이니 읽는 게 많이 늦었다. 이유는 읽으려고 마음먹은 시기가 너무 늦어 도서관에 있는 책이 손을 너무 타 낡았기 때문. 그렇다고 사서 읽기엔 이젠 살날이 많이 안 남은 터라 소장하고 있던 책도 거의 다 처분한 처지여서 엄두를 안 냈다. 그런데 평소 다니는 도서관에 이번에 새로 산 책이 들어왔다. 2019년 12월 30일 2판 36쇄본.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작품은 1950년생인 내가 살아온 시절 중 60년부터 1980년 5.18까지 이야기이다. 4.19, 5.16, 월남 파병, 서독에 간호사, 광부 파견, 중동 건설 붐, 10월 유신,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등 우리 현대사가 망라되어 있다. 이중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작고하신 부친이 미군 부대 소속 기술자로 베트남에 가셨었고 사촌 형과 막내 삼촌도 베트남에 파병되었다가 무사히 귀국한 정도다. 또 나보다 두어 살 더 많은 당숙이 부친이 월북-피랍인지도 모르겠다-했는데도 연좌제에 안 걸리고 교대를 나와 평생 교직에 있었다. 연좌제에 대한 해설을 보니 교육계는 상대적으로 덜 적용했다는데 이 덕을 본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는 좌익활동을 한 부친의 연좌제에 걸린 유일민, 일표 형제를 비롯 여동생 등 가족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오는데 본인이 지은 죄도 아닌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가족들 앞길을 막았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아닐 수 없다. 아무튼 군사독재 시절이어서 사회 분위기는 어둡고 혼란이 많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본 건 군 복무 기간이 김신조 일당 때문에 33개월 보름이나 되었었던 것. 사실 이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알았다. 나보다 먼저 입대한 선배들 복무기간이 연장된 건 알았지만 그 전에는 30개월이었었나보다.  

 

주변에서 겪은 일로는 중학생이던 60년 초중반 시절 살던 초등학교만 나온 동네 반장 집 딸과 방앗간 집 딸이 취업- 한 명은 식모, 다른 한 명은 공장-했다가 임신을 해서 돌아왔다는 소문- 그 시절엔 돈 벌러 나갓다가 몸만 망쳐서 돌아왔다고들 수군거렸다-을 들은 적이 있고 역시 한동네에 살던 초등학교 동창과 중학교 1년 선배가 버스 차장을 한 건 직접 봤는데 그 시절엔 다들 그리 사는 거로 생각했기에 별 생각이 없었다. 다만 고등학교 다닐 때 중학교 1년 선배를 버스 안에서 우연히 봤을 때는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은 중학생 시절에 봤고 이성의 감정이 없었으나 중학교 선배는 이성의 감정을 느낄 정도로 미인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버스 차장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 건지까지는 당연히 몰랐다. 자취하던 고등학교 시절엔 주인집과 친척인 옆집의  누나가 초등학교만 나와 가발공장에 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전혀 상상이 안 갈 일들.

 

이 작품은 좌익(진보)에게 우호적인 입장에서 쓴 "태백산맥"과는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공과를 가감없이 기술해놔서- 물론 비판적 시각이 당연히 더 많기는 하다- 80년 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은 역사공부 삼아서 읽어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게 현실이지만-포항제철을 세운 박태준 전 총리 이야기는 아주 긍정적으로 나온다. 그 시절을 살았던 나도 몰랐던 내용- 지금 우리가 사는  나름대로 잘 살게 된 환경은 어쨌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