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오카 쇼헤이 | 역자 허호 | 문학동네 | 2010.5.17.
[소감]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었던 작가의 체험기.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나 내가 보기엔 다큐멘터리(기록문학)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창작이란 느낌이 든 내용을 전혀 발견 못했기에. 혹 모르겠다. 포로들 개개인에 대한 인물 묘사에 가공한 내용이 있는지는. 그러나 이들에 대한 묘사가 단순한 서술로 나열되어 있어 일본인의 특성을 가진 인물들을 대표하는 설정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체험한 인물을 나열한 정도. 작품에 대한 내 나름의 평가는 그저 평이하다는 느낌.
대부분의 일본군이 전투에서 패하면 포로가 되기보다는 자살을 하도록 강요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가는 운 좋게 미군 포로가 되어 자국내에서보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포로생활을 하다가 귀환한 케이스이고 그때 체험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평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그야말로 개죽음-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군의 공격에 의해 수장되고 전장에 투입되고서도 보급이 제대로 안 돼 굶어죽고 병으로 죽은 병사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에 대한 분노같은 게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고, 국가가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의 결정 특히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그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성찰을 담은 내용이 있었으면 싶어서였다. 또한 전투 중 포로가 된 병사와 종전이 되면서 자동으로 포로가 된 병사 간에는 당연히 갈등이 있었을 텐데 이에 대한 언급도 미약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고, 새로 안 사실이 있다면 미군의 일본군 포로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전투시에는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일단 전투가 끝나고 포로가 되면 봉급까지 지불하는 식으로 포로를 대했다는.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군의 만행-바탄"죽음의 행진" 같은 경우는 같은 필리핀 내에서 포로가 된 미군이 일본군의 가혹 행위 때문에 많은 인명이 죽은 사건이었다.-과 어찌 이리 다르게 대우를 한 것인지. 새삼 미국이란 나라의 긍정적인 일면을 보게 된 내용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명나라를 지원해서 출정했던 조선 강홍립 군이 신흥 청국에게 대패한 심하전투에서 포로가 된 조선군들이 민가에 들어가 강간, 약탈을 했다는 내용이"'책중일록"이란 책에 나온 게 기억났는데, 이는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어 포로가 되면 전투 시와는 다르게 적으로 간주 안 한 탓에 포로 관리를 가혹하게 안 하면서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렇다면 일본군이 한 짓과 종전 후 소련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일본군이 받은 대우는 무엇인지?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김효순 지음 참고]. 나라에 따라 전쟁포로를 대우한 방식이 다른데 미국이란 나라는 그중에서 가장 인도적인 대우를 한 것 아닌가 싶다. 일본군은 탄약, 식량도 제대로 보급 안 되는 상황에서 싸워야 했지만, 자발적 항복은 거의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데 운 좋게(?) 포로가 되어 마음껏 먹으면서 귀환할 날만 기다리면 되었던 나날은 오히려 행복한 나날 아니었을까? 국가 권력을 쥔 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야 나름대로 다 있지만, 그 때문에 희생되는 건 애꿎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일 터이니.....
[2018. 1. 21 올린 걸 2020. 11. 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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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 전쟁 문학의 최고 걸작!
'전후 문학의 기수'라 불린 오오카 쇼헤이가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포로기』. 1944년 태평양 전쟁 당시 징집되어 필리핀 민도로 섬의 산호세 전선으로 향한 오오카 쇼헤이는 12월 미군이 상륙하자 산 속으로 도망쳐 방황하던 중 이듬해 1월 미군의 포로가 된다. 이때 삶의 실존에 직면했던 처절한 경험이 그에게 새로운 시점을 제공해주었으며, 이 책에서 포로가 된 경위를 객관적이도 내성적으로 기록해 제1회 요코미쓰 리이치상을 수상했다. [양장]
저자 오오카 쇼헤이
- 저서(총 30권)
- 1909년 도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장편소설을 연재하기도 하나 생활고로 인해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택한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되어 미군의 포로가 된 것을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귀환 후 1948년 전쟁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붙잡힐 때까지」를 발표하며 등단, 요코미쓰 리이치 상을 수상한다. 이에 수용소 경험을 추가해 1952년 장편으로 재구성한 것이 오늘날의 『포로기』이다. 그 후 『들판의 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1952), 『꽃 그림자』로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과 신초샤 문학상을 수상(1961), 『레이테 전기』로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1973), 『오오카 쇼헤이 전집』 간행과 전후문학에의 공헌을 인정받아 마이니치 문학상을 수상(1976)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으며 문단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한다. 추리소설과 역사소설도 다수 발표하여 1977년 『사건』으로 일본 추리 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1988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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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붙잡히기까지
산호세 야전병원
타클로반의 비
팔로의 태양
살아 있는 포로
전우
계절
노동
8월 10일
새로운 포로와 옛 포로
장기자랑
귀환
부록 | 니시야 중대 이야기
해설 | 철조망 속의 인간 군상
오오카 쇼헤이 연보
[출판사 서평]
만약 오오카 쇼헤이와 아베 고보가 살아 있었다면
이 노벨문학상은 그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_ 오에 겐자부로
일본 현대문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전후 문학의 기수 오오카 쇼헤이의 『포로기』는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일본 문단에 등장한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06년 요코미쓰 리이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포로수용소에서조차 우스꽝스런 권력구조를 만들어내고 그에 휘둘리는 인간군상, 구속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근대 일본 문학의 시대적 증언 역할을 한 전쟁문학의 걸작
『포로기』는 작가 오오카 쇼헤이의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1944년 태평양 전쟁 당시 징집되어 필리핀 민도로 섬의 산호세 전선으로 향한 오오카 쇼헤이는 12월 미군이 상륙하자 산 속으로 도망쳐 방황하던 중 이듬해 1월 미군의 포로가 된다. 일 년 남짓 포로수용소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집단의 아이러니와 에고이즘을 통해 전후 일본사회의 축소판을 발견하고, 이처럼 삶과 직면한 경험은 당시 문학적 불모에 빠져 있던 그에게 새로운 시점을 마련해준다. 귀환 후 그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필리핀 전선에서 혼자 고립되어 미군에 포로로 잡히기까지의 체험을 수기 형식으로 쓴 「붙잡힐 때까지」를 발표하여 큰 화제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후에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묘사한 작품들을 덧붙여 장편소설 『포로기』를 완성했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해 스탕달 연구 논문과 평론 등으로 익히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반을 굳혔고, 이후 『들판의 불』 『레이테 전기』 등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불리는 작품들과 더불어 추리소설, 사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는 활발한 집필활동을 펼치며 ‘전후 문학의 기수’라 불리게 되었다.
근대에 들어 청일 전쟁, 러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을 차례로 겪은 일본의 역사적 배경은 전쟁에 관한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전쟁으로 평가되며 결국 패배로 끝난 태평양 전쟁 당시를 묘사한 오오카 쇼헤이의 작품은,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과 그 영향에 얽힌 심리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전쟁문학 작품과 차별성을 가진다. 『포로기』에는 그가 처음 포로병원에서 일본군 포로들을 대면했을 때 느낀 공범자의 수치심, 군에서의 계급과 상하관계가 의미를 잃은 포로수용소 안에서의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과 갈등, 미군의 지시에 따라 육체노동만 수행하는 단순한 생활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안락함, 이윽고 패전 소식을 접한 후 굴욕감과 죄책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름의 유희거리를 찾아 밀조주로 향연을 벌이고 일부 병사들에게 여장을 시켜 즐기는 등 타락의 일로를 걷는 포로들의 모습과 귀환 후의 생활에 대한 불안과 열등감, 피해망상 등이 과장 없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건조하고 명료한 문체로 그려낸 인간의 고독과 에고이즘
작가의 배경과 이력을 생각해보면 『포로기』에 묘사된 일본군 병사의 고백은 순수한 고백이라기보다는 지식인의 에고이즘에 의하여 여과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징집을 당해 필리핀으로 향할 때, 적에게 고립당하고 결국 포로가 되었을 때, 죽음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미군의 병원과 수용소에서 의외로 안락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음을 확인했을 때, 주인공 병사는 상황과 변화에 따라 매번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며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포로가 되기 전 숲을 헤매면서 미군 병사를 발견했을 때 부성애적인 연민으로 인해 결국 그를 쏘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한참 동안 돌이켜보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려 시도하는 모습에서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포로 신분에서도 여전히 바깥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런 권력 구조를 만들려 하고 그에 휘둘리는 갖가지 유형의 인간군상들, 구속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 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단순히 전후 일본사회의 풍자뿐 아니라 인간사회의 본질을 풍자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론평
전쟁 속의 인간을 보는 눈에서 심상치 않은 섬광이 느껴진다. 언어로 전쟁을 은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숨 막히는 싸움이다. _마쓰오카 세이고(편집자, 문학자)
자기변호나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은 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자기 자신이 자기 행위의 증인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오카 쇼헤이는 가능한 한 감정을 이입하지 않은 채 원래의 모습을 재현하고 과학자나 이론가처럼 분석해간다. 그러한 방법과 문체가 독자에게 신선한 감명과 강한 충격을 안겼으며, 새로운 문학의 출현을 알렸다._카메이 히데오(문학평론가)
『포로기』는 여타 전쟁소설과 달리 삶이 아닌 죽음의 입장에서 바라본 기록이다. 이것이 에고이스트의 논리와 분석을 지적 상상력을 승화시켜 오오카 쇼헤이를 ‘소설가’로 만들었다. _요시다 히로(평론가)
오오카 쇼헤이는 포로가 된 것과 전쟁에서 죽지 않은 것 사이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책속으로
미군이 나타난다. 우리는 서로 총을 겨눈다. 그는 내가 총을 쏘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여 결국 먼저 쏜다. 나는 쓰러진다. 그는 이 불가사의한 일본인 곁으로 달려온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있을 수 없지만, 그때 내 상상에 떠오른 대로 기록해둔다. 나의 이 최후의 도덕적 결의에도 남들이 알아주기 바란다는 희망이 숨어 있었다. _ 32쪽
나는 거듭 그 순간을 재현해보려 했다. 내 앞에는 부드러운 초원이 있고, 그 저편에 어두운 숲이 있었다. 나는 병들고 지쳐서 걸을 기력을 잃은 고독한 병사였으며, 이미 스스로의 목숨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잠시 후 미군 병사가 전방의 숲에서 나타나리라고 예상했다. 그때 나는 미군 병사를 쏘지 않고 내가 총에 맞으려 했다.
나는 공상했다. 미군 병사가 나타난다. 전진해서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총을 겨누고 마주 본다. 결국 상대는 내가 계속 쏘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여 총을 쏜다. 나는 쓰러진다. 상대는 내 곁으로 달려온다.
이 황당무계한 공상의 의미는, 내 선의를 남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산속에서 남이란 결국 나를 죽이려는 상대밖에 없었다. _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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