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문: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데이비드 그랜 지음 | 김승욱 옮김 |
[소감]인간의 잔악함을 1920년대 미국을 통하여 알게 하는 작품. 그나마 이들을 단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단지 재물이 많다는 이유로 희생물이 된 이들과 그 후손들의 억울함과 아픔은 어디에서 풀 것인가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역사상 특별한 발자취를 남긴 인간과 사건에 대해 여러 유수의 매체에 글을 써온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그랜이 근대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선 미국의 풍경을 탁월하게 포착해낸 『플라워 문』. 오늘날의 미국 시스템이 확립되기 시작한 시대인 1920년대. 가장 미국적인 관습이 질기게 남아 있던 공간이자 ‘검은 황금’ 석유가 솟아나는 중남부 지역에서 1인당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부유한 인디언들이 수년에 걸쳐 살해당했다. 범인을 찾지 못한 죽음만 스물네 명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물론이거니와 검사와 판사, 그리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조차 믿을 수가 없다. 막 태동한 FBI의 특수요원 톰 화이트가 이 기이한 죽음의 도시에 투입된 것은 이미 사건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였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도시는 정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FBI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수사 체계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금욕적인 텍사스 레인저, 부패한 사립탐정, 무시무시한 갱과 강도 같은 인물 군상들을 다채롭게 그리며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밝혀낸다.
목차
연대기 1: 표적이 된 여자
1장 실종
2장 신의 부름인가, 사람의 짓인가?
3장 오세이지 힐스의 왕
4장 지하 보호구역
5장 악마의 사도들
6장 백만 달러 느릅나무
7장 이 어둠이라는 것
연대기 2: 현대적인 수사관
8장 헤프고 방종한
9장 비밀요원 카우보이
10장 불가능을 제거하라
11장 제3의 남자
12장 거울의 황야
13장 사형집행인의 아들
14장 죽음 앞에서 남긴 말
15장 숨겨진 얼굴
16장 수사국의 발전을 위하여
17장 권총 빨리 뽑기 기술자, 살인 청부업자, 수프맨
18장 최고의 게임
19장 일족의 배신자
20장 맹세코!
21장 온실
연대기 3: 기자
22장 유령의 땅
23장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24장 두 세계에서
25장 사라진 원고
26장 피가 부르짖는다
감사의 말
자료에 대해서
문서보관소 소장자료와 미간행 자료
주
참고문헌
도판출처
책 속으로
11쪽 사람들은 오세이지족의 부유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백인과 처음 만나 잔혹한 일을 당했을 때부터(이 원죄에서 미국이 태어났다) 굳어져 있는 미국 인디언의 이미지와 오세이지족은 너무나 달랐다. 기자들은 “재벌 오세이지족”이나 “붉은 피부의 백만장자들”, 벽돌과 테라코타로 만든 그들의 저택과 샹들리에, 다이아몬드 반지, 모피외투, 운전기사가 딸린 자동차 등에 대한 기사로 독자들을 감질나게 만들었다.
23~24쪽 이끼가 자라는 개울가를 가리키며 소년이 말했다. “사람이 죽어 있어요.” 인디언 여성으로 보이는 시체가 잔뜩 부풀어서 썩어가고 있었다. (…) 리타의 남편 빌이 나서서 막대기로 시체의 입을 벌렸다. 금으로 때운 치아가 보였다. “확실히 애나로군.” 빌이 말했다.
67쪽 오세이지족은 달과 별에서 많은 일족들이 내려왔다고 믿었다. 몰리는 안갯속의 여행자가 되었다. 밤의 세력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지만, 소리만 들릴 뿐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코요테들이 횡설수설하는 소리,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들 하는 올빼미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79쪽 허공에서 호선을 그리며 커다란 검은 날개처럼 흩뿌려지는 석유는 죽음의 천사 같았다. 벌판과 꽃에 석유가 한 꺼풀씩 내려앉았고, 인부들과 구경꾼들의 얼굴에도 얼룩으로 남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서 서로를 끌어안고 모자를 허공으로 던졌다. 토지분할이 실시되고 곧 세상을 떠난 빅하트는 “오세이지족의 모세”로 찬양받았다. 검고 미끈거리고 냄새가 나는 이 광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건으로 보였다.
88~89쪽 “수수께끼의 전화통화다.” 10번 탐정은 이렇게 썼다. 그는 랠스턴의 전화번호가 사실은 ‘차단막’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어떤 교환수가 뇌물을 받고, 처음 전화연결을 요청한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 있는 기록 원본을 파기한 것 같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는 듯했다.
100쪽 가 “이 도시의 범죄역사 중 가장 잔혹하다”고 표현한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것 같았다. 범인이 모종의 경고를 전달하려고 한 기색이 역력했다. 는 점차 분명해지는 의심을 헤드라인에 실었다. “부유한 인디언들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는 듯.”
136쪽 1인당 소득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살해당하고 있었다. 나중에 언론은 이 살인사건들에 대해 “금세기의 어느 살인사건 못지않게 어둡고 야비하다”면서 “미국 범죄 역사 중 가장 유혈이 낭자한 페이지”라고 표현했다.
149쪽 톰 화이트는 거의 괴짜처럼 보일 정도로 총 쏘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자기 내면의 어두운 본능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는 경계선은 아주 가늘었다.
157쪽 오세이지의 살인사건들을 해결하고, 더불어 후버의 목까지 보존하려면... 소수의 노련한 요원들 중 한 명, 즉 카우보이 중 한 명인 화이트가 필요했다. “당신이 수사 지휘를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후버가 말했다.
189쪽 수사팀 내에 첩자와 이중첩자가 있었다. 어쩌면 삼중첩자까지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218쪽 화이트는 이른바 인디언 사업이라는 것이 치밀한 범죄임을 깨달았다. 사회의 다양한 부문들이 여기에 공범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사기꾼 후견인과 재산관리인은 대개 사업가, 목장주, 변호사, 정치가 등 백인 지도층 중에서 뽑힌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도둑질을 도와주고 은폐해준 치안관, 검사, 판사 등도 마찬가지였다.
227쪽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점점 더 많은 균등 수익권이 단 한 사람, 즉 몰리 버크하트의 손에 들어왔음이 분명해졌다.
250~251쪽 나비넥타이를 매고 턱을 높이 치켜든 그의 모습은 화이트 형제들과 그의 아버지가 평생 추적해 잡아들이던 범죄자들의 화신 같았다. 그는 “세상이 전부 자기 것인 줄” 아는 것 같았다.
314쪽 후버에게 오세이지 살인사건 수사는 현대적인 수사국을 선전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가 바란 대로, 이 사건은 전문적이고 과학적이며 전국을 무대로 하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345쪽 “공포시대에 벌어진 일들을 우리는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해요.” 그녀가 설명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매나 형제나 사촌을 잃은 오세이지족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 고통이 영영 사라지질 않네요.”
410쪽 “이 땅에는 피가 가득해요.” 웹이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침묵했다. 떡갈나무 이파리들이 바람 속에서 계속 바스락거렸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뒤, 하느님이 카인에게 했던 말을 웹이 되풀이했다. “피가 땅에서 부르짖는다.”
출판사서평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 (2017)
★ 최다 매체 ‘2017년 최고의 책’ 석권 (논픽션)
★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영화화 확정
경찰, 법조, 의사, 정치인, 폭력조직…
이 도시에서는 누구도 믿지 마라
“저자는 쫄깃하고 다층적인 미스터리의 대가다. 혼을 쏙 빼놓을 것이다.”_<뉴욕타임스>
‘검은 황금’ 석유가 솟아나는 1920년대 미국 중남부의 도시. 1인당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부유한 인디언들이 수년에 걸쳐 살해당한다. 하지만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데도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물론이거니와 검사와 판사, 그리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조차 믿을 수가 없다. 더구나 그들은 왜 수상쩍은 폭력조직과 그토록 가깝게 지내는 것일까?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도시는 정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 최대의 논픽션 화제작으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올해의 책’ 종합 1위에 선정되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등 가장 많은 매체에서 그해 ‘최고의 책’(논픽션)으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치밀한 자료 조사, 묵직한 주제 의식 등 3박자가 어우러져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거머쥐었다.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로 꼽혔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다 매체 ‘올해의 책’ 석권
(리터러리 허브 집계, 논픽션)
아마존, 월스트리트 저널, 보스턴 글로브,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GQ, 타임, 뉴스데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매거진, NPR, 보그, 스미스소니언, 코즈모폴리턴, 시애틀타임스, 블룸버그, 리트 허브, 슬레이트……
저자 데이비드 그랜은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역사상 특별한 발자취를 남긴 인간과 사건에 대해 여러 유수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 2003년에 <뉴요커>에 전속작가로 합류한 이후, 마이클 켈리 상(2005), 조지 포크 상(2009) 등을 수상했다.
《플라워 문》에서 저자는 근대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선 미국의 풍경을 탁월하게 포착해낸다. FBI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수사 체계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여주며,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금욕적인 텍사스 레인저, 부패한 사립탐정, 무시무시한 갱과 강도 같은 인물 군상들을 다채롭게 그린다.
이 책의 무대인 1920년대는 오늘날의 미국 시스템이 확립되기 시작한 시대로, 특히 당시 중남부 지역은 가장 미국적인 관습이 질기게 남아 있던 공간이었다. 저자는 과거의 질서와 근대 세계가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던 이러한 시공간에서 미국을 읽어낸다. 이는 오늘날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풍부한 영감을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보편적인 울림을 갖는 주제들로 빼곡하다. 법의 이름으로 어떻게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가. 정치권력과 폭력조직이 유착했을 때 사법 체계는 얼마나 허약해지는가.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어떻게 집단 폭력을 정당화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내내 묵직하게 따라다닌다.
“가족 모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해요.”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인 몰리 버크하트. 오세이지족이 소유한 땅에서 ‘검은 황금’ 석유가 솟아나면서 부족원인 몰리와 그녀의 가족 모두 부자가 되었다. 몰리는 백인 남편과 결혼도 했고 은행 잔고도 넘쳐났다. 그녀의 삶에는 부족할 게 전혀 없어 보였다. 언니 애나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예쁘고 당찼던 언니는 이혼 후에 유흥에 빠져 허우적댔다. 밀주 위스키를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댔으며, 동네의 백인 남자들에게 “헤프게” 굴었다.
그러던 어느 밤, 언니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다. 슬퍼하는 몰리 곁을 남편 어니스트가 살뜰히 지켰다. 하지만 언니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오기는 했다. 머리에 총알을 맞은, 끔찍한 사체가 되어. “내가 곁에 있어줄게. 범인을 반드시 잡고 말겠어.” 남편 어니스트가 진심으로 몰리를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대대적인 경찰 조사 끝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의 동생, 브라이언이었다. 브라이언은 가장 마지막까지 언니 애나와 함께 있었다. “아니야. 내 동생은 아니야.” 몰리의 남편 어니스트는 한사코 수사 결과를 부인했다.
“인근 지역의 폭력조직이 범인 아닐까요?”
“권총강도나 악당 짓이 분명해요.”
남편 어니스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동생 브라이언은 풀려난다. 때마침 범인도 자수를 한다. 그는 애나의 이혼한 전남편에게 사주를 받아 애나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오, 신이시여. 망자에게 안식을 허락하소서.” 몰리의 가족은 슬픔 속에서 언니의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언니의 장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리지가 시름시름 앓더니 숨이 멎었다. 노환이라기에는 석연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동생 미니의 수상쩍은 죽음과 비슷한 병세였다.
기막힌 점은 자수한 범인과 애나의 전남편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경찰들은 무성의한 수사를 거듭하다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해버린다. 남편 어니스트가 지역에서 존경받는 삼촌의 도움을 받아 사립탐정까지 고용해가며 범인을 추적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한편, 애나의 죽음을 열정적으로 뒤쫓던 여동생 리타의 남편 빌도 점차 자신감을 잃어간다. 어느 날 새벽, 큰 폭발이 일어나 이들 부부마저 처참히 죽었다. 누군가 일부러 설치한 폭약이 분명했다.
어머니와 자매 셋을 모두 잃은 몰리는 이제 혼자였다. 혹시 다음은 몰리의 차례일까? 그녀의 죽음만이 남은 걸까? 범인은 누구이며, 그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단지 몰리 개인의 비극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수상쩍은 죽음은 늘어만 갔다. 범인을 찾지 못한 죽음만 스물네 명이었다. 모두 부유했고, 모두 인디언이었다.
막 태동한 FBI의 특수요원 톰 화이트가 이 기이한 죽음의 도시에 투입된 것은 이미 사건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였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톰 화이트 요원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도시는 과연 정의를 되찾을 수 있을까?
‘플라워 문’이란?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_본문 중에서
‘플라워 문’은 ‘플라워 킬링 문’을 축약한 문구로, 오세이지 인디언들이 5월의 달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에서 ‘플라워 문’은 빛과 그늘,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상징하며, 비극의 시대를 시적으로 포착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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