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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 황석영

Bawoo 2020. 7. 16. 23:20

철도원 삼대 - 황석영 장편소설

[소감] 이 작품을 쓴 황석영 선생은 1943년 생이시니 올해 78세이시다. 71세인 내가 눈에 무리가 와 잡문 쓰는 것도 포기했는데 나보다 7년이나 더 사신 선생이 이리 대작-원문만 600여 쪽-을 써내시다니 놀랍다 못해 경외감마저 든다.  이미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자리에 계신 분이시지만 건강 관리 잘하셔서 더 많은 작품을 쓰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작품은 현재 시점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이진오란 인물을 화자로 하여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시기를 살아낸 선조-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와 작은 아버지 그리고 부모- 비중이 적다 .특히 어머니- 4대이야기를 그려낸다. 일제 강점기 영등포와 인천 지역 공장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항일운동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 이진오의 작은 아버지인 이이철(두쇠)이 사회주의 항일운동을 하는 중심 인물로, 할아버지 이일철-한쇠-는 동생 이철의 항일 사회주의 운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철도원으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인물로 나온다. 동생 이철이 옥사한 후  이에 대한 한을 품고 있다가 해방후 자연스럽게 좌익활동을 하다가 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에는 친일세력이 미군정의 비호아래 다시 활개를 친게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놈들보다 그 밑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이 동족에게 더 악랄했는데 이게 해방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해방후 좌우익이 대립할 때 우익은 일본 순경보다 더 악랄하게 좌익을 탄압했다. 일본인은 고문해서 죽게까지 만들기는 했지만 총을 써서 학살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오니까.
작가는 철도원 삼대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큰 줄거리는 일제 강점기 시절 사회주의 항일운동은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재유, 김형선이란 실재했던 인물도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안재성 작가의 경성트로이카"란 작품의 내용이 많이 보인다. 이복남매인 이관술과 이순금의 이야기도 이름이 바뀌어-이관수, 이금순-나오는데 부산 지역에서 실제로 독립운동을 한 이관수란 분이 있어 처음엔 헷갈렸다. 나머지 주요 인물은 모두 가공의 인물인데 이일철의 동창이면서 친일파로 해방후 경찰서장 직위까지 올라있던 인물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친일파에게 분노하는 모든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이다.
작중에 4대 째인 이진오가 고공 농성을 하는 현재와 일제 강점기 시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일제 시대에는 항일 사회주의 운동이고, 현재는 악덕 자본가에 대한 노동 운동이라는 점일 것이다. 둘 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은 일경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고 절박했다는 차이가 있다.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꿰뚫는 『철도원 삼대』. 이 작품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분단된 한반도 현실을 그 누구보다 애달파하며 민족의 정체성과 한을 집요하게 묘파하고 복원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황석영. 세월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독보적인 입담과 그가 그려내는 생생한 인물들은 우리 문학사의 자랑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이 작품은 원고지 2천매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임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실감을 주는 캐릭터로 황석영의 저력과 장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는 페트병 다섯개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견딘다. 매섭게 춥고 긴긴 밤,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진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207면)
 
저자: 황석영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일회담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돈다. 공사판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이때의 체험을 담은 단편소설 '탑'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다시 문학으로 돌아온다. 이후 그는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1974년부터 1984년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길산'은 지금까지도 한국 민중의 정신사를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9년 방북 후 독일 미국 등지에서 체류했으며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5년여를 복역하고 1998년 석방되었다. 이후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를 발표하며 불꽃 같은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중국, 일본, 대만,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장길산', '오래된 정원', '객지',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등이 있다.

목차

철도원 삼대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농성 개시 전날 정과 막내 차가 함께 굴뚝으로 올라와 비닐 가리개와 천막 설치를 도와주었다. 그들은 맨 마지막에 난간을 가린 비닐 바깥쪽에 플래카드를 두르고 단단히 붙들어맸다. ‘!라하장보동노용고 지저각매할분’이라는 글씨는 농성의 이유를 밝히는 제목답게 크게, ‘!직복원전 계승조노’라는 글씨는 소제목처럼 그 아래 작게 썼다. 이진오는 그것을 올려다볼 사람들의 세상 반대쪽에서 거꾸로 보이는 글씨를 읽을 수밖에 없다.(12면)

“노동투쟁은 원래가 이씨네 피에 들어 있다. 너 혼자 호강하며 밥 먹자는 게 아니구, 노동자 모두 사람답게 살아보자 그거 아니겠냐? (…) 한두달 새 내려올 생각 아예 마라. 쩌어 예전부터 지금까정 죽은 사람이 숱하게 쌨다.”
그녀가 하는 말은 큰할아버지 이백만과 할아버지 이일철과 아버지 이지산이 늘 입에 달고 쓰던 말이었다. 그 말은 이진오의 어머니 윤복례도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동의했고 자신의 생각이기도 한 말이었다.(110∼11면)

이 모든 노력들에 의미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에서 할아버지 이일철과 아버지 이지산을 통해 그에게 전해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206∼207면)

“너 굴뚝 위에 혼자 있는 거 같지?”
“할머니하구 이렇게 같이 있잖아요.”
그녀는 손자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저어기 하늘에 별들 좀 보아.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다들 살다가 떠났지만 너 하는 짓을 지켜보구 있느니.”
진오는 다시 어린것이 되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영등포시장 거리로 나아갔다. 언제나 꿈속처럼 보이던 버드나무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213면)

모녀는 저녁조차 먹지 못하고 고구마까지 빼앗겨 맥이 풀린 채 터덜터덜 집골목으로 들어섰다. 엄마가 문 앞에서 주저앉더니 꺼이꺼이 울면서 부르짖었다.
“같이 좀 살자, 못된 것들아. 같이 좀 살아.”
이진오는 그녀가 말하려던 충분한 한마디가 바로 이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노동자가 높은 데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자기 처지와 입장을 알아달라고 농성하게 된 것만 해두 엄청난 사회적 변화라구. 우리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어.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고.”(410면)
이진오는 지금 굴뚝 위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 혹한의 겨울밤에도 저 굴뚝 아래 아파트와 건물 빌딩들의 빛나는 창문들과 강변도로 위를 끊임없이 흘러가는 매끈하고 날렵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물결을 볼 때마다 세상은 언제나 그냥 무심하다는 걸 실감한다. 그는 버려지거나 잊힌 것도 아니고 그냥 가로수보다도 못한 관심 밖의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412면) 
 

출판사서평

역사와 허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

공장이 밀집된 영등포지역을 중심으로 한 삼대의 서사 속 이일철 이이철 형제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을 고증하며 더 큰 울림을 준다. 기차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철도공작창 기술자 “이백만이 아들을 낳자 기차를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 한쇠였고 그다음 태어난 아들도 형의 이름을 따라서 두쇠로 지었다가 민적에 올리면서 일철이 이철이가 되었다.”(23∼24면) 형 일철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철도종사원양성소를 거쳐 당시 드물었던 조선인 기관수가 되어 이백만의 자랑이 되었으나, 동생 이철은 철도공작창에 다니다 해고당한 뒤로 공장노동자를 전전하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는다. 이철과 함께 활동하던 것으로 그려지는 이재유 김형선 미야케 등 실존인물이나 이철과 아지트 부부였다가 실제 부부 연을 맺어 아들 장산을 낳게 된 한여옥,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최달영, 이철의 독립운동 연락책을 맡았던 박선옥 등의 인물은 형제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한편 황석영이 꿈처럼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다. 한쇠 두쇠가 아직 어릴 때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이 세상을 뜨게 되자 백만의 누이동생 이막음이 형제를 돌보게 되고, 주안댁과 막음이 고모는 ‘혼’으로 소통하며 형제의 경조사를 챙긴다. “방직공장에 취직하러 왔다가 혼자된 둘째 오빠를 위하여 아이들을 돌보고 살”(88면)게 된 이막음은 센 입담으로 “한쇠와 죽이 맞아서 주안댁에 대한 여러가지 전설을 만들어”(94면)내곤 했는데, 과묵하고 생활력이 강했던 주안댁이 형제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여 고모와 한쇠 부부에게 자주 모습을 보인 터였다. 특히, “누구든지 처음 만나서 잠깐 바라보면 과거에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족집게처럼 맞혀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해 “별명이 ‘신통방통 신금이’였다”(24면)는 일철의 아내 신금이는 과거 시동생 이철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신여성으로서의 지성과 타고난 예지력으로 집안에 닥친 고난을 현명하게 이겨내며 가족을 위로하고 중심을 잡아준다.

문학사적 위업을 달성한 거장의 강한 필치
 
황석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근현대문학에서 “단편소설에 비해 훨씬 질과 양이 떨어지는 장편소설 부분과 그중에서도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 묵직한 한권의 장편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한 고투의 기념비적인 결과물이다. 문학평론가 한기욱은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에서 자본주의의 등장까지를 펼쳐 보였다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역사, 현재의 노동운동까지를 다룬바, 이 두 작품을 함께 읽는 데서 한국문학의 근현대가 완성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1970년 단편소설 「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오십년.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고, 사회의 변화와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반세기 동안 현역으로서 쉼 없이 활동해온 거장은 “방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살던 시대와 삶의 흔적은 몇점 먼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며, “세상은 느리게 아주 천천히 변화해갈 것이지만 좀더 나아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사십오 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위태롭게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진오가 화분에 씨앗부터 기르기 시작한 상추의 여린 잎들이 무성해지듯 작가가 오래 품어온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는 세상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우리가 우리의 뿌리를 발견하고 우리의 저력을 발휘하는 데에 든든한 위로와 자부를 느끼게 해줄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작가의 말, 6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