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
[소감]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문중에 있는 묘소도 가묘라고 한다. 한편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라는 그림이 17세기에 발견된다. 작가는 이에 착안하여 장영실이 같은 시대를 산 중국 명나라 대항해가 정화와 함께 이탈리아 반도까지 가 지내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제자로 삼아 가르친다는 설정. 내용이 흥미로우면서 쉽게 잘 읽힌다.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자료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여 이를 근거로 쓴 작품이라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강추.
[참고] 검색 과정에서 한복 입은 남자 실제 모델이 중국인이라고 나오는데 글쎄다 중국인들 하는 짓 봐선 이도 못 믿을 일. 사실 여부를 떠나 장영실 이후 조선의 과학은 도태되고 말았고, 이 이유가 종주국 명나라의 입김과 이에 호응한-마지못해서건 자발적이건- 조선조 지배계층 때문인 것으로 보이니 강대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뭐 그 시절보단 훨씬 자유롭긴 하지만 말이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이상훈 장편소설『한복 입은 남자』. 유럽 중심적인 역사 해석을 해체하면서 새롭고 공평한 문명사의 교섭을 장영실의 행방이라는 핵심적 사건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엮어낸 작품이다.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저자는 장영실이 사라진 이후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 10년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왔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발견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이제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거니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역사적 가정’의 공백을 소위 팩션의 형식을 빌려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유명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 속 주인공의 정체를 규명하여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방송국 PD 진석은 우연히 엘레나 꼬레아라는 이탈리아 여성과 조우한다. 엘레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물이라며 한 권의 책을 건넨다. 한자로 비망록(備忘錄)이라고 적혀 있고 그 안에는 온갖 기이한 그림들과 함께 한글과 한자, 이탈리아어가 뒤섞인 책. 진석은 이 책의 번역을 헌책방 세한도의 주인이자 재야 학자인 강배에게 맡긴다. 얼마 후 강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진석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이 비망록의 저자는 다름 아닌 장영실이라는 것인데…….
저자 이상훈: 시청률의 황제로 통하던 한국 방송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신동엽, 강호등 등 정상의 예능인들이 뽑은 최고의 멘토. 대학 강의와 더불어 영화, 뮤지컬 연출로 활동 영역을 넓혀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10년 전 세종대왕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던 중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장영실 미스터리에 주목하게 된다. 장영실과 관련한 숱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도저히 우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을 발견하면서, 장영실과 다빈치를 한 시공간에서 활약하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구상이 시작되었다.
《한복 입은 남자》는 10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역사의 미궁에 빠진 장영실을 세계의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천재 과학자로 복원시켰다. 밝혀지지 않는 명나라 정화 대장의 마지막 행적과 루벤스의 드로잉 《A Man in Korean Costume》의 모델을 둘러싸고 있는 미스터리가 공백으로 남겨진 장영실의 생애와 긴밀하고 긴박하게 맞물려 있는 이 소설은 시놉시스만으로 곧바로 영화화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현재 저자가 《한복 입은 남자》의 감독으로 시나리오를 만들며 영화를 준비 중에 있다.
목차
1 500년 전의 얼굴을 만나다
두 개의 비차도 / 엘레나 꼬레아 / 헌책방 세한도 / 500년 전의 얼굴을 만나다
2 강배의 번역 노트
동래현의 천민 노비 / 무자위를 만들다 / 상투를 튼 미소년 / 매를 맞는 관리들
정화대장과의 첫 번째 만남 / 경연에 우승하다 / 강배의 번역 노트
3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저 별에 가 닿고 싶어 / 나의 이름은 ‘은’이오 / 정화 대장과의 두 번째 만남
/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4 자격루의 눈물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라 / 자격루의 눈물 / 산동 반도의 정화 대장 / 한복 한 벌과 비단주머니
/ 더욱 놀라운 이야기들
5 신의 나라, 로마를 향하여
사흐라에서의 체류 / 긴 항해가 끝나다 / 교황청을 탈출하다 / 다빈치와의 만남
6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지다
피렌체의 나날들 / 엘레나의 재등장 /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지다 / 에필로그, 1년 후
작가의 말
해설
참고문헌
책 속으로
“육안으론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에 연필로 사인을 한 흔적이 남아 있어. 비망록의 저자, 아니 장영실은 한 번도 연필을 쓰지 않았거든. 누군가 장영실을 그려 넣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지. 네가 보기엔 그게 누구였을 것 같아?”
“그걸 안다면 너를 찾아와 푸들처럼 아양을 떨고 있진 않겠지.”
“Vinci!”
“뭐, 설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진석의 심장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90쪽
뿔테안경 속 강배의 두 눈이 천장으로 향했다. 이마가 닿을 듯 낮은 천장을 뚫고 강배의 시선이 높고 그윽이 하늘로 치달았다. 푸르도록 시린 하늘,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 뜨거운 사막이 펼쳐지고 폭풍우와 파도가 지나갔다. 수많은 그리움의 세월을 중첩하며 밝게 빛나는 새 한 마리가 날갯짓을 계속하다가 한 여인의 어깨 뒤로 떨어져갔다.
강배, 아니 장영실의 눈길이 먼 허공으로 달아났다.
“저 새들처럼 날개가 있다면 저 하늘 속 나의 별을 찾고 싶다…….”
-93~94쪽
“나는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 한다. 하늘이 내려준 인재이거늘, 힘없고 약한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도다. 부디 이 좁은 조선 땅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가서 대호군의 뜻을 맘껏 펼쳐, 부디 이 나라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 만민의 백성들을 위해 일하며 후세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되어라.”
“전하…….”
영실은 속울음을 끄억끄억 삼켰다.
“알아보는 사람들을 피해 녹사복 차림으로 급히 이곳을 떠나거라. 돈의문을 나가면 붉은 전립을 쓴 사람이 말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말에 오르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가 이끄는 대로 달리거라. 그가 너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339~340쪽
그날 오후, 영실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은 한 소년을 보게 된다. 소년은 화공이나 기술자들이 즐겨 입는 흰색 튜닉을 상의로 걸치고 밑에는 무릎에 구멍이 뚫린 진청색 브레를 받쳐 입고 있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장영실은 그가 집주인의 천덕꾸러기 서자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곱 살 안팎의 앳된 얼굴에 유난히 높은 콧대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
“얘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소년이 돋보기를 거두고 대답했다.
“제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431~433쪽
책 속으로
“육안으론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에 연필로 사인을 한 흔적이 남아 있어. 비망록의 저자, 아니 장영실은 한 번도 연필을 쓰지 않았거든. 누군가 장영실을 그려 넣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지. 네가 보기엔 그게 누구였을 것 같아?”
“그걸 안다면 너를 찾아와 푸들처럼 아양을 떨고 있진 않겠지.”
“Vinci!”
“뭐, 설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진석의 심장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90쪽
뿔테안경 속 강배의 두 눈이 천장으로 향했다. 이마가 닿을 듯 낮은 천장을 뚫고 강배의 시선이 높고 그윽이 하늘로 치달았다. 푸르도록 시린 하늘,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 뜨거운 사막이 펼쳐지고 폭풍우와 파도가 지나갔다. 수많은 그리움의 세월을 중첩하며 밝게 빛나는 새 한 마리가 날갯짓을 계속하다가 한 여인의 어깨 뒤로 떨어져갔다.
강배, 아니 장영실의 눈길이 먼 허공으로 달아났다.
“저 새들처럼 날개가 있다면 저 하늘 속 나의 별을 찾고 싶다…….”
-93~94쪽
“나는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 한다. 하늘이 내려준 인재이거늘, 힘없고 약한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도다. 부디 이 좁은 조선 땅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가서 대호군의 뜻을 맘껏 펼쳐, 부디 이 나라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 만민의 백성들을 위해 일하며 후세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되어라.”
“전하…….”
영실은 속울음을 끄억끄억 삼켰다.
“알아보는 사람들을 피해 녹사복 차림으로 급히 이곳을 떠나거라. 돈의문을 나가면 붉은 전립을 쓴 사람이 말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말에 오르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가 이끄는 대로 달리거라. 그가 너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339~340쪽
그날 오후, 영실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은 한 소년을 보게 된다. 소년은 화공이나 기술자들이 즐겨 입는 흰색 튜닉을 상의로 걸치고 밑에는 무릎에 구멍이 뚫린 진청색 브레를 받쳐 입고 있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장영실은 그가 집주인의 천덕꾸러기 서자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곱 살 안팎의 앳된 얼굴에 유난히 높은 콧대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
“얘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소년이 돋보기를 거두고 대답했다.
“제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431~433쪽
출판사서평
“조선의 천재, 지중해의 별이 되다!”
역사와 상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숨 가쁜 저공비행!
지금까지 누구도 설명할 수 없었던 조선사 최대의 난제,
장영실 미스터리의 거대한 빗장이 드디어 열린다!
한·중 합작 전격 영화화 결정!
1. 책 소개
역사에 매몰된 천재 장영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치밀한 고증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작가는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10년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왔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엉뚱하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발견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장영실이 천만 길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어린 다빈치를 만났다면,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저자는 이제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거니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역사적 가정’의 공백을 소위 팩션의 형식을 빌려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돌탑을 쌓듯,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의 퍼즐을 완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적 집중력과 성실성, 지적 탐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시도이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씨줄로 삼고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상상력을 날줄로 삼아 촘촘히 직조해낸 이 이야기가 놀라운 것은 단순하고 충격적인 허구의 공간을 넘어 한국 소설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맥락과 문학적 설득력, 사상적 기반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도로에 그치고 말았을 일이다.
2. 출판사 서평
동양과 서양, 600년의 시간대를 넘나드는 호방하고 장쾌한 상상력!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유명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 속 주인공의 정체를 규명하여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방송국 PD 진석은 우연히 엘레나 꼬레아라는 이탈리아 여성과 조우한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는 엘레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물이라며 한 권의 책을 건넨다. 표지에는 한자로 비망록(備忘錄)이라고 적혀 있고 그 안에는 온갖 기이한 그림들과 함께 한글과 한자, 이탈리아어가 뒤섞여 있다. 진석은 헌책방 세한도의 주인이자 재야 학자인 강배에게 이 비망록의 번역을 맡긴다. 얼마 후 강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진석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이 비망록의 저자는 다름 아닌 장영실이라는 것.
이순지 등이 천문서적인 《칠정산내외편》편찬을 앞두고 무엇이 필요한가을 묻는 세종의 물음에, 오직 장영실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모두가 인정했던 천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철두철미했던 조선의 기록 문화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영실. 이후 그의 행적은 세종에 의해 7차 대항해 후 역사 속에서 사라진 명나라의 위대한 항해가 정화 대장의 마지막 항해와 연결되며, 신의 나라 로마를 향한 장영실과 정화 대장의 모험이 시작된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은 ‘안토니오 꼬레아’가 아니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인 소년을 이탈리아 상인 안토니오 카를레티에게 팔았다는 일본 측 기록에 근거하여 조선인 소년에게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소년이 그림 속 주인공이라는 주장이 다수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복 입은 남자》가 입은 옷은 애초에 성인 남자의 의복이다. 노예로 팔려간 소년이 성인의 의복을 입고 갈 리도, 따로 챙겨갈 리도 없음은 물론이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기존의 설은 어긋난다. 《한복 입은 남자》의 하단을 보면 속치마를 입은 것처럼 겉옷 밖으로 안에 받쳐 입은 옷이 노출되어 있다. 즉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즐겨 입었던 철릭 위에 팔소매 밑단이 없는 답호라는 옷을 덧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 중기에 들어서면서 겉에 입는 답호의 길이가 안에 받쳐 입는 철릭보다 길어진다. 즉 《한복 입은 남자》 속 주인공의 의복은 조선 초기, 최소한 임진왜란 이전의 복식이며 그림 속 주인공은 조선 전기의 인물이거나 그 후손임을 의미한다. 또한 그림 왼쪽 하단을 보면 배 한 척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 배는 유선형이었던 당시의 서양 배가 아니라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하게 설계된 동양의 선박이다. 당시 서양의 초상화에는 그림 속 모델이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기 위해 배경이나 소품에 그 인물을 상징하는 요소를 그려 넣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림 속 모델이 이탈리아 배를 타고 갔던 조선인 소년 안토니오 꼬레아가 아님이 확실시된다.
루벤스는 작품 중에서 조선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이다. 루벤스는 이미 《앙기아리 전투》와 같은 작품에서 다빈치의 작품을 모사한 바 있으며, 《한복 입은 남자》를 스케치한 배경이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서 여러 배경인물 중 한 사람을 그리기 위한 기초 작업의 일환이었다면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루벤스가 그림 속 여러 민족을 표현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다빈치의 그림이나 스케치에서 조선인의 그림을 발견했으리란 상상 또한 가능하다. 그렇다면 루벤스가 다빈치의 작품을 모사하여 그린 《한복 입은 남자》의 주인공이 안토니오 꼬레아가 아니라면 과연 그는 누구인가?
왜 세종은 가마 제작을 굳이 종3품 대호군 장영실에게 맡겼을까?
명나라의 역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던 혼란스러운 현실을 개탄하며 조선만의 시간을 찾고자 했던 세종은 장영실을 통해 경복궁 내에 천문대인 간의대를 설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를 살피는 천문대는 오직 명나라 황제의 전유물이었다. 다연발 무기인 신기전을 개발하여 이미 명나라의 경계 대상이되었던 장영실이 천문대까지 만들었으니 명나라 황제의 노여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일로 조선 조정은 명나라의 압박을 받게 되고 장영실은 살해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 위기에서 장영실을 구해내고자 세종은 의도적으로 가마 사건을 꾸민다. 부서질 수밖에 없는 가마의 설계 책임을 물어 삭탈관직한 후 장영실을 조선 밖으로 빼돌린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당시 7차 대항해 후 은거 중이던 명나라의 위대한 모험가 정화 대장이었다. 장영실과 정화가 만났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장영실이 여러 차례 명나라 유학을 했고 정화 함대를 통해 들어오는 서역의 책자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 더구나 정화의 부관 중엔 조선 출신 환관도 끼어 있었다는 점 또한 그 개연성을 뒷받침하며, 마지막 항해에 대한 세종의 은밀한 지원이 따랐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라 하겠다. 영락제의 손자 선덕제의 지원으로 7차 항해를 재개하던 중 선덕제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자신은 해상에서 병사한 것으로 위장하고 행방을 감춘 정화. 소설 속에서 그는 또 다른 모험을 떠나기 위해 산동 반도에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으며, 그 시기가 정확히 가마 사건이 벌어졌던 1442년과 맞물린다.
장영실,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어넣다!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사고》를 바탕으로 KBS 《역사스페셜》에서 복원한 비차를 보면 날개가 꺾인 각도며 지지대의 위치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스케치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임진왜란 당시 비차가 전투에 이용됐다는 기록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공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건대 이미 임
진왜란 이전에 비차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하늘을 비행할 날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무렵 벌써 인간을 하늘에 띄웠던 조선 전기의 천재는 누구였을까. 이것 하나만이 아니다. 다빈치가 다연발로 화살을 발사한다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기 전 이미 장영실은 조선에서 화약을 장착하여 100개의 화살을 동시에 멀리 날릴 수 있는 신기전을 완성하여 그 명성을 명나라에까지 널리 떨쳤다. 신기전과 다빈치의 다연발 로켓 스케치를 보면 발사 원리부터 화구의 형태까지 판에 박은 것처럼 유사하다. 하나 더. 1473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산타 마리아 델라 네베의 풍경Landscape drawing for Santa Maria della Neve》은 서양미술사에서 유럽 최초의 풍경화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산수를 즐겨 그리던 동양의 미술과는 달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서양에서는 풍경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산타 마리아 델라 네베의 풍경》은 다빈치의 사인만 없다면 동양의 산수화라고 여겨도 손색이 없다. 다빈치가 여백의 미를 활용한 산수화를 그렸다는 것은 명백하게 동양의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과연 다빈치에게 비차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다연발 로켓의 원리를 전수하였고 산수화의 미의식을 가르친 스승은 누구였을까?
《한복 입은 남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장영실임을 정교한 퍼즐 맞추기를 통해 설복한다.
3. 작가의 말
충분한 고증을 거치고 역사적인 자료를 빈틈없이 준비했다. 장영실의 흔적은 10년의 노력 속에 탄생한 것이다. 장영실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위대한 천재 과학자였다. 왜 우리는 유럽의 과학자를 달달 외우고 존경하면서 이처럼 위대한 우리의 과학자는 잊고 지내는가. 장영실은 자격루나 측우기를 만든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천재 과학자였다. 하여 장영실이 역사에서 한 번 더 재평가받기를 바란다. 이 책의 내용들은 절대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허구가 아닌 것이다. 50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 넘어 역사 저편에서 들려주는 가슴 벅찬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다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쳤을 뿐이다. 그 상상의 날개가 아름답게 보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 이상훈 《작가의 말》 중에서
4. 해설
《한복 입은 남자》는 현재와 과거, 조선과 명나라, 동양과 서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틔워주고 넓혀준다. 최근에 나는 우리 소설들이 소재 면에서나 주제 면에서 빈곤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소설의 소재와 주제는 너무 많이 동시대적이고 너무 많이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비현실적인 전개 속에 현실을 넓게 보고 날카롭게 진단하는 사유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
이 소설은 유럽 중심적인 역사 해석을 해체하면서 새롭고 공평한 문명사의 교섭을 장영실의 행방이라는 핵심적 사건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엮어나간다. 이 질문과 추구의 방식이 날카로우면서도 지적이고 재미마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소설의 사상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작가의 생각을 믿는다.
(…)
나는 소설 양식이 시험받는 이 시대에 이처럼 넓고 큰 이야기가, 그것을 직조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우리 소설은 이러한 작가를 필요로 한다. 장편소설의 분량에 걸맞은 능력과 성실성을 갖춘 작가를 말이다. 나는 독자들이 이 작가를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담대한 사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5. 추천사
《한복 입은 남자》를 순식간에 다 읽고 덮는 순간 머릿속에는 이미 한 편의 대하드라마 완성되어 있었다. 명색이 PD라면 이런 대박 시청률이 보장된 완벽한 콘텐츠를 보고 어찌 군침을 안 흘릴 수 있을까! 다음 작품에 큰 영감을 주었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김병욱(《거침없이 하이킥》 연출자)
《한복 입은 남자》를 처음 펼친 순간 과연 이게 사실일까 하며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가다가 탄탄하게 뒷받침된 역사적 사실과 그 공백을 꿰어 맞추는 절묘한 상상력에 몇 번이나 소름이 돋고 말았다. 나는 이제 믿는다,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었음을. ?
-김미화(방송인)
?장영실이란 위대한 천재 과학자가 조선과 중국을 넘어 이탈리아로까지 건너가 활약하는 광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이야기에 정신없이 빨려들어갔다. 약 빤 듯한 흡입력, 주체할 수 없는 속도감, 극강의 몰입도. 단언컨대 《다빈치 코드》보다 《한복 입은 남자》가 백배는 더 재밌다!?
-남희석(방송인)
《한복 입은 남자》를 읽고 나서 ?장영실과 다빈치, 그리고 세종대왕, 정화와 같은 역사 속 위대한 영웅들이 같은 시공간 속에서 살아 숨 쉬며 활약하는 장면이 스크린 속에서 펼쳐진다고 상상하니 온몸이 짜릿해졌다. 이토록 놀랍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집요함과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순열(현진씨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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