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강:전진우
[소감] 요즈음 내 몸상태론 하루 2시간 정도 읽는 게 고작인데 이 작품은 첫장을 넘기면서 바로 빠져들어 밤을 새워가며 읽어냈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소재- 역사속의 평범한 인간의 삶 -여서 였다. 문장, 구성이 빼어났음은 물론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출판사 서평 참조.^^(소감 쓰는 것도 힘든 시기에접어들었네요.ㅠㅠ)
책소개-인터넷 교보뮨고
끈질긴 투쟁을 전개한 끝에 1954년 마침내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이룬 베트남.
그러나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북베트남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남베트남에는 미국의 비호를 받는 정권이 들어선다.
북베트남 하노이 근교 지주의 아들이자 프랑스 학교 교사였던 람은 가족을 데리고 남쪽의 사이공으로 이주한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후 미군정이 들어선 1946년 대구의 소작농 아들이자 우편국 직원인 박용민은
미군정과 경찰의 하곡 공출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죽도록 매를 맞은 아버지를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식민 경험, 해방 후의 혼란과 좌우 대립,
미국의 개입, 분단과 전쟁까지. 베트남의 현대사는 우리의 역사와 너무나 닮았다.
이곳과 그곳에 살았지만 이제는 잊힌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는 베트남 전쟁에서 서로 맞닥뜨리게 되는 두 나라 반세기 역사에 바치는 애도.
“둔덕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동중국해.
그러나 박동수의 눈에는 강처럼 보였다.
한국의 서해에서 베트남의 동해로 이어지는 강.
그 강에 한 시대가 휩쓸려 가는 것 같았다.
원점은 어디였을까? 모두들 어디에 서 있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박동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속으로 강물이 차올랐다.”
저자: 전진우 소설가, 전 기자
1976년 겨울〈동아방송〉기자가 되었다가 1980년 여름 강제해직 되었다. 해직된 후 재벌그룹 홍보실에서 밥을 벌면서 습작을 했다.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1988년 이른 봄 〈동아일보사〉에 복직했다. 월간 〈신동아〉기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1994년까지 두 권의 소설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을 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논설실장, 대기자를 거쳐 2008년 퇴직했다. 퇴직 후 여러대학에서 미디어와 관련해 강의했다. 2010년 이후 ‘동학농민전쟁’에 대해 공부했다. 2014년 장편 역사소설 〈동백〉을 펴냈다. 칼럼집으로 〈역사에 대한 예의〉가 있다. 1949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출판사서평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의 쌍둥이처럼 닮은 역사
전봉준과 동학농민군을 다룬 장편소설 『동백』(2014)을 통해, 제대로 규명ㆍ복원되지 못했던 동학농민혁명에 숨결을 불어넣었던 작가 전진우가 이번에는 베트남 전쟁과 1946년의 대구 항쟁, 한국전쟁으로 그 펜 끝을 옮겼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소설로는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 전쟁』, 이상문의 『황색인』, 그리고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베트남인들과 파병된 한국군 병사들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 처해 어떻게 바뀌어가는가를 보여주는 데 성과를 거둔 작품들이다. 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미 제국주의와 반공의식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또는 인물의(특히 베트남인들의) 내면을 단순하고 평면적으로만 그려내기도 했다. 그들의 고통이나 고뇌, 의지까지 돌아보지는 못한 것이다. 또한 전쟁의 폐해와 각 개인에게 남은 트라우마를 효과적으로 부각했으나, 더 나아가 깊이 있고 넓은 시야로 역사의 흐름을 들여다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전진우의 이 소설은 베트남과 한국을 배경으로 두 집안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번갈아, 교차 서술한다. 출세를 위해 영어를 공부해 미군의 통역장교가 된 람, 프랑스 경찰에서 남베트남 정권의 보안경찰로 자리를 옮긴 람의 동생 키엠, 아버지와 삼촌의 바람과 달리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 투신한 아들 투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 다른 한 축은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고 두드려 팬 친일 순사 출신 경찰에게 복수하고자 파업과 집회에 나섰다가 대구 항쟁의 물결에 휩쓸려 빨치산이 된 박용민과 그의 아내 선옥, 형제 같은 박용민의 아내를 짝사랑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한국전쟁에서 상이군인이 된 박명도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이는 베트남 전쟁을 다룬 기존의 작품들이 자칫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었음을 고려한 장치이다. 분단과 전쟁으로 냉전 시대의 갈등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두 나라의 비극적 역사. 총 22개의 장(章) 가운데 홀수 장에서는 베트남의 이야기가, 짝수 장에서는 한국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발음하기 어색한 낯선 이름들의 베트남인들과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독립 투쟁 이야기들이지만, 그것은 전혀 이질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아니 되려 자꾸만 기시감이 들게 한다. 그것은 그만큼 그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해방을 얻었으되 온전히 해방되지 못한 상황. 자신들의 정부를 세우지 못하고 여전히 외세와 그 부역자들(미군정과 이승만, 미국과 남베트남의 지엠 정권)의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다가 끝내는 전쟁에 이르게 되는 상황. 그 와중에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무관했음에도 다만 살기 위해 또는 목전의 불의를 참지 못해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인물들의 원한과 해원(解怨)이 쌓여간다. 그리고 그것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마치 하나의 이야기인 듯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베트남과 한국에서 각기 전개되던 두 이야기는 마침내 베트남 전쟁에 이르러 서로 겹쳐진다. 25년간 지속된 이 ...전쟁에 박용민의 아들 박동수가 파병 군인으로 참전하고, 무의미한 전투의 참혹한 기억과 민간인 학살, 그리고 라이따이한의 역사가 다루어진다. 그것은 그저 닮은 데서 그치지 않고 얽키고설킨 아픈 매듭으로 묶여버린 두 나라의 역사이다.
사라진 흔적을 추적하는 기록으로서의 문학, 실천적 글쓰기로서의 문학
베트남 전쟁은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 5,000여 명에 이르는 한국군이 파병되었고, 이 가운데 5,000여 명이 전사했고, 1만 2,000여 명이 고엽제로 인한 병을 얻었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을까.
“베트콩”들은 베트남의 해방전사이자 독립운동가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또 한 가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이 그것이다. 최근에도 당시 학살의 생존자들이 5년째 한국을 찾으며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했고, UN에 한국 정부의 인권 침해를 확인해 달라는 진정을 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교전 중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했고, 당시 마을 사람들을 ‘베트콩’으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피해자들이 UN에 보낸 진정서 내용은 “그날의 진실이 밝혀져야만 원혼들이 두 눈을 감고 안식에 들 수 있다”, “바라는 건 ‘미안하다’는 한마디뿐이다”라고 한다.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 할머님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역사가 있음에도, 이제는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의 박항서 감독이나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 한류 열풍, 가성비 좋은 이국적 여행지 등이 베트남의 이미지 전부인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베트남 전쟁 자체와 한국군 참전을 둘러싼 평가가 언급될 때마다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한국전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반공이 국시가 된 후로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 이념 대립 또는 이념을 내세운 기득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전쟁을 기억하고 성찰하려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례 없는 전염병의 시절을 통과하느라 버거운 탓도 있겠지만, 기실 이제는 모두가 한국전쟁을 너무나 먼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망각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분단은 여전히 엄연한 현실이고,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전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20세기 우리가 겪은 두 개의 전쟁,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이 두 이야기의 원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냉전 체제 아래서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전쟁. 소설 『그대의 강』은 이 두 개의 전쟁이 일어났던 곳과 그곳의 사람들, 그곳의 역사를 잊지 말기를, 제대로 대면하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다. 그것은 역사 기술의 한 측면으로서의 문학, 사라진 흔적을 추적하는 기록으로서의 문학, 실천적 글쓰기로서의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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