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내 젊은 시절 꿈은 대학교수(학자)가 되는 거였다. 사람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그랬는데 가정 형편상 이룰 수는 없는 꿈이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융계 일을 했지만, 대학교수에 대한 동경은 늘 있었다. 아마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대학 30명 동기 중 다섯 명이 대학교수가 되고 과 3년 후배 중에도 역시 몇 명이 대학교수가 된 것을 알기에 이들에 대해 부러움도 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대학도 일반 직장과 마찬가지로 취업 자체가 어려운 곳이 됨에 따라 내 시대에 대학교수가 된 것은 커다란 행운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문과생인 내가 은행에 취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우리 세대는 자랄 때는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사회에 진출할 나이 때는 양질의 직장이 넘치던 시대를 살았음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내 동기 중 한 명은 박사 학위가 없이 석사 학위만으로 대학에 재직 중이면서 박사 학위를 따도 됐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나 내 나이 30대 중반이던 80년대 중반부터는 이런 호시절이 아니었나 보다. 박사 학위가 있어도 취업이 안 된다고 신문에 난 기사를 봤었으니까. 이후로 대기업이나 관공서를 비롯한 양질의 직장은 고학력을 가지고도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쭈욱 그럴 것이다. 나라가 잘살게 된다는 건 각 가정도 비례하여 경제력이 향상되어 단지 먹고살기만을 위한 직장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나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니까. 설사 부모한테 기대어 살지라도 소위 3D라고 일컬어지는 직장엔 절대로 안 가려고 하는 시대이니까.
이 작품은 이런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젊은이들 중 고학력 여성-작품에선 석사학위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학사학위로는 명함조차 못내민다는 뜻이다.-의 비애를 대학 부설 외국어학당에 근무하는 계약직 여성(시간강사) 네 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말하고 있는데 IMF가 터진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인지 뭔지가 도입되어 계약직이라는 한시적 고용제가 생긴 이후 -그전에도 대학에는 시간강사 제도가 있기는 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근로자를 착취하여 고용주를 배부르게 하는 신자유주의가 먼저 도입되어 있었던 셈이다. ㅎㅎ-일어난 비애를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 그러나 애환의 내용이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다루기 곤란한 내용을 뺀 -이를테면 취업을 미끼로 한 금품 요구나 성착취, 재단의 비리 같은 거-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때문에 작품의 분량이 장편소설 중엔 분량이 적은 편이다. - 300쪽이 채 안 된다.- 23회 수상작인 체공녀 강주룡도 역시 300쪽이 안 되는 걸 보면 주관사에서 소분량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시간강사의 비애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있는 걸 확인하게 된 효과는 있었다. 처음에는 기록문학-다큐-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나 중간중간 문학성 짙은 문장을 보면서 작가의 글쓰기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한 절제하여 쓴 느낌. 장편소설로는 분량이 너무 적은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분량이 많은 게 꼭 우수한 작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테니까.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긴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년 그 신뢰에 보답하고자 노력해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다섯 번째 수상작 《코리안 티처》를 출간했다.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정아은의 《모던 하트》,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소설을 이끌어가는 많은 작가를 배출해온 한겨레문학상은 비록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전원 여성 심사위원을 위촉했던 제24회 한겨레문학상에 이어, 이번 제25회 한겨레문학상에서도 심사위원 전원을 여성 작가로 위촉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작품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
심사위원 여덟 명의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선정된 수상작은, 한국어학당에서 일어나는 네 명의 여성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담은 서수진 작가의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다. 심사를 맡은 강영숙 소설가는 이 소설이 “고학력 여성들을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 것을 아직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평했고, 오혜진 평론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충분한 인적·물적 여건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국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한국어학당’이라는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냈다는 점과 “결코 ‘미래’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고객님’들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시간과 노동, 감정과 에너지를 마지막 한 알까지 쥐어짜내는 무저갱의 세계, 그런 세계조차 누군가에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가능성’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인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 불참을 알려왔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중 재해로 인해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건 서수진 작가가 최초다. 이번 제25회 한겨레문학상은 수상 소식 고지에서부터 신문사 인터뷰, 책 홍보 등 모든 것이 다 랜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저자 : 서수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재 호주에서 살고 있다.
목차
봄 학기 7
여름 학기 69
가을 학기 131
겨울 학기 193
겨울 단기 261
작가의 말 273
추천의 말 276
책 속으로
게시글에는 37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대부분 베트남어로 된 댓글이었는데 그중 영어로 달린 댓글이 3개 있었다. (…) 이 여자가 정말 예쁘냐고 비꼬는 댓글과 선생님이 되기엔 너무 예쁘다는 정반대의 댓글이 나란히 있었다. 마지막 댓글은 ‘씨발, 꼴리네’라고 번역해야 할 것이다. 선이는 ‘코리안핫걸’이라는 해시태그를 클릭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검색해보았다. 속옷만 걸치고 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의 사진이 쏟아졌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선이는 자신이 ?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단어, ‘부당하다’와 ‘모욕적이다’를 떠올렸다. ? 씨, 이건 부당해요. 이건 정말 모욕적이에요. 내게 이런 이름을 붙이지 마세요. 그리고 미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요.’ _52쪽
미주는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여전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선배들과 동기의 눈을 한 명씩 맞추면서, 공개 사과 대자보가 옆에 붙기 전에는 자신의 대자보를 뗄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울 것. 포기하지 말 것. 그런 것들이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배운 거라고 말했다. 풍물패에서 어떤 신념을 배우기에는 미주가 활동했던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_91쪽
한희는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타 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노동시간으로 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미주는 한희가 외부에서 왔건, 내부에서 뽑혔건 상관하지 않았다. 한희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는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 한희는 책임이었고, 미주는 평강사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 _104쪽
“다른 강사분들도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교육도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여러분은 그 돈으로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학생이 갑이고 여러분이 을입니다. 학생이 없으면 여러분은 여기서 일할 수도 없어요.”
미주는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온갖 말을 간신히 삼켰다. 당신은 틀렸어. 우리는 정이야. 학생이 갑이고, 당신이 을이고, 바로 옆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책임 강사들이 병이고, 나와 같은 평강사들은 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강평으로 우리를 자르겠다고 위협하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거고, 여기 있는 강사들은 위협당하면 위협당하는 대로 당신 비위에 맞춰 멍청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고. _120~121쪽
“그날 밤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왜, 드라마를 보면 병원에서 사람이 죽을 때 기계에서 나는 소리 있잖아요. 그리고 모든 게 멈춘 거예요. 며칠을 누워만 있었어요. 면접 오라는 데도 못 가고. 병원에서는 우울증이래요. 우울하지는 않았는데.” _157~158쪽
“학교에서 잘린 게 스트레스가 컸나 봐요. 이해해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아뇨, 제 말은 왜 잘린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뽑힐 때는 이유가 분명했거든요. 베트남 학생들이 들어와서 강사가 더 필요했던 거. 그런데 잘릴 때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학생들도 정말 좋아했는데. 왜 강의평가가 나빴던 거죠? 어떻게 7점이 나올 수 있죠?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밖에 없는데요. 제가 더 뭘 할 수 있었던 거죠?” _158쪽~159쪽이제 한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했다. 온전한 미래가 필요했다. 의지에도, 추측에도 기대지 않는 하나의 완전한 사실로 존재하는 미래가 필요해졌다. _221쪽“월급을 못 드리면 그분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져요.”원장은 한희와 제이콥이 그분들의 월급을 빼앗아간다는 듯이 말했다. 차가운 복도에서 한희와 제이콥은 원장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들어야 했고, 그들 셋을 합친 것보다 더 삶이 고된 이들에 대해 들어야 했다. 청소부는 집세가 밀렸고, 학원버스 운전기사는 자식들 학원을 모두 끊었다. 한희와 제이콥은 그보다 나았다. 그건 진실이었다. 그러나 매우 잘못된 방식으로 놓인 진실이었다. 한희와 제이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을이었는데, 이제 원장은 피해자의 자리마저 빼앗고 있었다. _242~243쪽“H대 계약 끝나가잖아.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네가 그랬잖아.”“그러면.”한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재계약 안 되면 나 소송할 거야. 그래서 복직할 거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거야.”“이기기 힘들 거라고 변호사가 그랬던 거 기억 안 나?”“아니, 이기기 힘들 거라고 안 했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했지. 그러니까 난 한국에 있어야 돼. 오래.” _257쪽
출판사서평
“우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하다. 온전한 미래가”
《코리안 티처》는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한국어 선생님 선이, 미주, 가은, 한희의 이야기다. 5부로 구성된 소설은 학기마다 한 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부 봄 학기는 ‘선이’의 이야기다. 석사를 마치고 7급 공무원을 준비하던 선이는 한국어 강사 국가고시로 방향을 틀어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합격한다. 원서를 쓰는 곳마다 번번이 떨어지던 선이는 H대 어학당에 겨우 합격해 베트남 특별반을 맡게 된다. 하지만, 얼마 뒤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인 ?의 인스타그램에서 #KoreanHotGirl 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사진이 버젓이 올라온 것을 보고는 놀라 책임 강사 한희에게로 향한다.
선이는 숨을 고르고 바로 수업에 돌입했다. 학생들에게 형용사를 가르쳐야 했다. ‘좋다’와 ‘나쁘다’를 가르치고, ‘많다’와 ‘적다’를 가르치고, ‘행복하다’와 ‘슬프다’를 가르쳐야 했다. 언젠가는 ‘정당하다’와 ‘부당하다’를, ‘감격스럽다’와 ‘모욕적이다’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선이는 학생들이 그런 단어를 배울 때 ‘부당하다’보다 ‘정당하다’가, ‘모욕적이다’보다 ‘감격스럽다’가 더 한국 생활에 유용한 단어라고 느끼기를 바랐다. _본문 중에서
2부 여름 학기는 ‘미주’의 이야기다. 미주는 H대 어학당 8년 차의 베테랑 강사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수업을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길 싫어하지만, 결코 학생들을 봐주는 법이 없기에 강의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이번 학기에서 2급을 맡게 된 미주는 세 번이나 유급을 한 벨라루스 국적의 학생 니카를 만나게 된다. 그를 꼭 3급으로 보내야겠다는 열의와 다르게 작은 오해가 그들의 관계를 망치게 되고, 미주는 결국 니카에게 고소를 당하고야 만다.
순간 목뒤가 서늘했다. 니카가 아직도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미주는 순간 니카를 향한 증오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니카가 도대체 왜 자신을 미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미주는 니카의 유창한 한국어를 듣고 감탄했던 것을, 니카의 필기에 잘못 쓴 것이 없는지 살피고, 과제를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을 떠올렸다. 그 모든 순간을 돌이켜 니카를 방임하고, 잘못된 필기를 비웃고, 과제물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니카가 그랬듯이. 미주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꽉 움켜쥐었다. 니카에게 잠시 품었던 선의의 마음, 기대감 같은 것이 주먹 안에 있어서 그것을 완전히 으깨버리려는 듯이. _본문 중에서
3부 가을 학기는 ‘가은’의 이야기다. 가은은 H대 어학당 2년 차의 신입 강사다. H대 어학당에서 단 두 명뿐인 지방대 출신이지만, 강의평가에서는 늘 1등을 하고, 학생에게 공개 고백을 받기도 하는 등 인기가 높다. 그런 가은에게 어느 날 ‘I saw your video’라는 문자 하나가 전달된다. 완벽하게만 보이던 가은에겐 무슨 비밀이 있었던 걸까?
가은은 강사실을 둘러보았다. 몇몇 강사가 눈이 마주치자 웃어 보였다. 왜 웃는 걸까? 동영상을 보았기 때문에? 몇몇 강사가 가은의 눈을 피했다. 왜 눈을 피하는 걸까? 알아버렸기 때문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까? _본문 중에서4부 겨울 학기는 ‘한희’의 이야기다. 한희는 2년 전에 책임 강사로 H대 어학당에 들어왔고, 겨울 학기 이후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왜 그렇게까지 일을 하세요, 남편이 있는데”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열심히 일했다. 이번에 계약 연장을 하면 무기계약직이 되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다.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선이의 이야기로, 한국어학당 강사 모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한희는 되갚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간이 없다느니 힘들다느니 하는 건 다 핑계라고. 그러나 한희는 정말 시간이 없었고, 정말 힘이 들었다. E대에서는 수업을 하면서 박사과정을 들었다. 수업을 한 후 버스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냐고 물었던 사람들은 한희가 박사과정을 시작하자 박사까지 해서 뭘 하려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도 한희는 자아실현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지만,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H대 어학당만 봐도 50대 한국어 강사는 없었다. 박사학위와 책임 강사 경력으로 교수가 되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아웃이다. _본문 중에서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코리안 티처》에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 네 명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결국에는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 네 인물은 일을 하는 우리들의 여러 마음을 보여준다. 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까라면 까야지’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오래 다니겠다고 결심하는 ‘선이’의 간절함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라는 동료들의 시선에도 매번 한국어학당의 관습에 맞서는 ‘미주’의 정의로움도,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리지만 그래서 타인의 불행 또한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해버리는 ‘가은’의 순진함도, 한국어의 미래시제를 의심하며 갑질을 당하는 것에도 갑질을 하는 것에도 익숙한 ‘한희’의 치열함도 일터에서 일을 하는 우리 안에 모두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살펴보며 《코리안 티처》를 읽어나가던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도 열심히 살았던 네 명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위기에 봉착하는 걸 지켜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고민 앞에 서고 만다. “일의 존엄이 없는 곳에 사람의 존엄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서영인 평론가의 말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일하는 사람의 존엄에 대한 논의가 성숙한 지금이기에,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코리안 티처》가 바꾸어나갈 한국소설, 그리고 한국사회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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