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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하소설] 👍남도 : 정형남

Bawoo 2021. 6. 30. 13:35

남도: 저자 정형남 | 애플북스 | 2016.11.25.

 
[2002년 판]
 

 
[2016년 개정판]
 
[소감]

 기억과 기억들(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2) 이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작품.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우익이 일으킨 좌익학살 사건-보도연맹 사건-이 전남 지역의  섬에서도 일어났고, 이 사건을 소재로 쓴 작품이라 소개되어 있어 찾아 읽게 되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작품. 정형남이란 작가를 알게 된 큰 소득까지 있었다.
 
작품은 아마 작가의 고향일, 완도 근처 작은 섬인 조약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민초들의 삶 이야기를 한국전쟁 전부터 시작하여 2002년-작품이 처음 나온 해-까지 펼쳐진다. 등장인물은 2대-아버지와 아들-가 주이고 선대-1대 할아버지, 할머니와 큰할머니- 이야기는 잠깐 나온다.
조선시대 어떤 이유로 귀양을 왔다가 죽은 선조의 장례를 치르고 그대로 눌러앉아 살게 된 한씨 성을 가진 조상을 둔, 나름 지주 집안의 형제들은 특별한 좌익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을 짓을 한 것이 없음에도-오히려 정신적, 물질적 지주 역할을 한 것으로 나온다-  단지 그쪽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와중에 모두 학살당하는데, 그중에 둘째인 한민서는 행방불명인 상태로 살아남는다. 셋째도 학살당한 거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여운을 남기는데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한민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부인 종부, 큰아들 백상, 표상, 여산스님, 친구 오강윤, 연인 남숙과 딸 서림)들을 날줄과 씨줄처럼 엮이게 만든 주역이다. 정작 본인은 작품 전반부에 나오다가 학살을 피해 종적을 감췄고 사할린에 가서 죽는다는 암시만 나오는 설정이고.
한민서의 아내 종부는 중매 결혼의 비극을 짊어진 설정. 집안으론 별 차이가 없으나 남편 한민서는 아내에 대한 애정은 없고 학문을 위해 유학만을 꿈꾸는 인물로 나온다. 마음에 둔 여인-남숙-은 따로 있고 도피중 딸 한 명을 낳지만 본인은 모른다. 이 딸은 주인공격인 한백상과 서로 연정 비슷한 것을 갖게 되지만 아버지가 같은 이복인 걸 알고는 쓸쓸하게 발길을 돌린다. 아내는 남편 한민서와의 사이에 아들 둘, 딸 둘을 뒀으나 딸 한 명은 병으로 죽고 다른 딸은 그리 행복하지는 못한 결혼 생활을 한다. 본인은 악착같이 집안을 지키면서 큰아들 백상이 연좌제에 얽혀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며 지내다가 나름 천수를 다하고 죽는다. 큰 동서, 작은 동서는 물론 이웃 여러 아낙의 남편이 보도연맹 사건과 연루되고 전쟁터에 끌려나가  죽는 바람에 모두 과부가 되는데 이들과  아픔을 같이 느끼며 생활하다가. 
 
한민서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표상은 해방 후 사업이 성공하여 이를 바탕으로 백상 형제는 물론  여산 스님에게도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 여산 스님은 백상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집안 때문에 얽혀 들어간 연좌제의 사슬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고뇌하는 한편 반독재 투쟁에 참여하는 백상을 위해 도피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는 가운데 민족의 비극을 엮어낸 것인데도 특이하게도 일부 잠깐 등장하는 악한 인물 몇 명을 제외하곤 등장인물들 거의 다가 선한 인성을 가진 설정이다. 한백상의 아버지 한민서가 베푼 덕을 입은 표상- 일제 강점기 일본인에게 해를 입히고 한민서네 집으로 피해 와서 기거하다가 해방이 되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간다-과 여산 스님-역시 일제 강점기에 인품을 갖춘 혼자 사는 일본인 교장의 살림살이를 돌보아 주다가 동거까지 하게 되는 어머니, '여동네'가 해방이 되면서 주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한 걸 한민서가 몰래 육지로 빼어내 표상의 고향 근처에 살게 해 준다-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린 가운데서도  따뜻해지게 만든다. 주인공 격인 한백상의 방황은 지루할 만큼 길게 지속되는데 이는 아버지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면서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혔는데 결국 어머니가 남겨 놓은 고향집에 정착한다.
 
해방 후 혼란기를 거쳐 현대까지 살아낸 남도의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조망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 05. 27 - 2021. 6. 30 수정]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한 가족사를 통해
토속적인 해학으로 풀어낸 정형남의 5부작 장편소설


제1회 채만식문학상 수상작.
〈현대문학〉 추천과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정형남의 장편소설이다. 해방과 6 · 25 전쟁을 전후한 시점, 남해 바다 최남단의 조그만 섬 남도에서 일어난 한 가족의 수난사를 담담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좌우 대립과 갈등은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낳고 우정과 인심은 사라져, 산 자도 죽은 자도 고통과 절망에 휩싸이게 된다. 작가는 연좌제라는 비극적 멍에를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안고 한 많은 삶을 살아야 했던 역사적 진실과 처절한 삶, 해법을 찾을 수 없었던 민족의 격동기를 가감 없이 조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냉전문제를 다뤄왔던 기존의 소설들이 반공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남다른 공간 미학과 역사인식, 그리고 황토색 짙은 서정성으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남도』는 해방공간과 6.25 전쟁을 전후한 시점, 남해 바다 최남단의 조그마한 섬 조약도에서 일어난 한 가족의 수난사를 정치한 서술양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지금까지 냉전 문제를 다루어왔던 소설들이 반공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남다른 공간 미학과 역사 인식, 그리고 황토색 짙은 서정성으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민서는 지식층으로 대변되는 인물로서, 민족 자주의 중도(中道)를 걷고자 하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그의 노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한민서는 행방불명으로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히게 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자들 앞엔 다시금 한 서린 응어리와 반목으로 얼룩진다. 행방불명자의 아내가 겪어야 하는 절망, 아버지의 그림자를 머리에 이고 진수렁에서 허우적거리거나 아니면 아버지의 실체를 찾기 위해 방랑자가 되는 자손들.

그리고 한민서의 처 종부네를 통해 청상과부들의 절망에 가까운 삶의 애환과 고통을 진물처럼 담아낸다. 눈물로만 지새울 수 없어 술과 담배로 한숨을 흩날리며 넉살좋은 입담으로 풀어내는데, '아이고, 쇠씹같은 소릴랑 허지를 마소, 다 부질없는 짓이제. 그 잘난 가장 땜시 자식새끼들 앞날만 눈먼 당달봉사 신세제.' 그녀의 피를 토하는 마디진 한 마디는 암담한 먹장구름으로 내려덮으며, 연좌제라는 비극적 멍에를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안고 한많은 삶을 살아야 했던 역사적 현실을 핏빛으로 빚어낸다.

유신시대를 관통한 완결편에 이르면 이농현상과 유신시대에 내몰리는 피해의식과 거기에 맞서 항거하는 역사의 뒤안길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였고, 이산가족 찾기에 이르러 행방불명이 된 한민서의 실체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해방공간에서부터 분단 반세기의 세월을 넘나들며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하여 생생한 생활상을 토속적인 해학으로 풀어낸 작가의 야심작이다.

 

저자: 정형남 조약도(助藥島=藥山島)에서 태어남.
현대문학 추천(오영수 推薦).
월간문학 신인상.
세계의문학 중편 《난동(暖冬)》(유종호 推選)으로 작품 활동.
제1회 채만식문학상 수상.

작품 활동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진경산수》
중편집: 《반쪽거울과 족집게》 《백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전5권)
《해인을 찾아서》(대산창작지원금 수혜)
《토굴》 《천년의 찻씨 한 알》(문예진흥기금 수혜)
《삼겹살》(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감꽃 떨어질 때》(세종우수도서 선정, 전주영화제 작품 선정)
《남도》(전 5권) - 처음(2002, 6월)엔 상, 하, 완결편 3권으로 출간
현재 한실 작가의 집에서 자연과 벗하며 세상을 가꾸다.

 

 

목차

 


서 있는 자의 방향
반전의 시류
발목을 적시는 암울한 소리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살아남은 자의 숨결


한숨, 그 잿빛 무늬
폭풍우
남는 자와 떠나는 자
인연의 고리
움직이는 섬

완결편
내 안의 작은 섬
살얼음판
봄의 환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