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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태양의 그늘[전 3권] - 박종휘

Bawoo 2021. 7. 1. 10:41

 

 
 
 

태양의 그늘. - 저자 박종휘 | 은행나무 | 2016.7.7.

[소감] 도서관에서 읽을만한 작품을 찾다가 발견한 작품.  격동기 우리 현대사-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후까지- 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건 확실한 데,  작가가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거로 나오기에 일단 1권만 빌려왔었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품의 경우 소재는 좋으나 문장력, 구성상의 문제점 때문에 읽기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도입부가 좀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읽어가면서 바로 빠져들어 같이 빌려온 다른 책을 그냥 반납하고 2, 3권을 빌려다가 거의 밤샘하다시피 하여 초스피드로 읽어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말부터 시작해서 광복, 한국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통과 치유 과정을 전북 진안과 전주에 삶의 뿌리를 두고 있는 두 집안, 한 가족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두 집안 모두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풍족한 삶을 살아온 설정이어서 먹고사는 자체가 투쟁과 다름없었던 빈곤 계층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격동기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비극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이 작품의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남평우가 찍은 사진이 여순 사건의 포스터로 쓰이는데, 이를 권력을 남용한 한 인물에 의해 사형장까지 끌려가게 되고, 여기서 평소에 덕을 많이 쌓은 덕분에 제자였던 필구라는 인물 덕분에 살아남게 되면서 가명으로 살아가게 되고, 나중에 재판을 거쳐 자기 본명을 찾게 되는 구성이다. 이 과정에 남평우의 부인인 유채봉의 고달프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성 어느 작가에 결코 뒤지지 않을 뛰어난 문장력과 끊임없이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전개력이 돋보였다.
작품의 모태가 된 이야기는 작가가 전주 지역에 내려가 있을 때 어느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인물이 1회성으로 끝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작품 전개상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이 김평우, 유채봉 부부와 네 자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격동기에 우리 민중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아주 잘 표현해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2019. 9. 3 - 2021. 7. 1 어느 검색하신 분 덕분에 수정]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일제강점기 말을 시작으로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사회적 아픔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과 사랑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데올로기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감, 인간의 실존적 가치, 생존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담아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와 더불어 가슴 깊숙이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태양의 그늘》은 2015년 8월, 1권 출간을 시작으로 5개월 후 2권을 출간한 데 이어, 또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 마지막 3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1년 남짓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이 거대한 서사는 사실, 오랫동안 작가가 가슴에 품고 손끝으로 다듬어온 결실이다. 수년 전 완성된 초고를 선뜻 세상에 내놓지 못했던 작가는 이제야 세 권의 책으로 이 길고 아픈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간 독자들의 마음을 설렘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채웠던 평우와 채봉의 이야기가 드디어 결말을 맺게 된 것이다.

한 장의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대화체와 살아 움직이는 듯 현실적인 인물들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감과 몰입감을 얻게 되었다. 이데올로기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감, 인간의 실존적 가치, 생존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담아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와 더불어 가슴 깊숙이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총 3부작의 마지막 부인 《태양의 그늘 3》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다른 이의 이름으로 살아온 평우와, 그의 곁을 지키며 꿋꿋한 사랑과 신뢰로 가족을 돌보며 희생한 채봉 앞에 또다시 불어 닥친 위기와 그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우리의 과거는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였다.
소설을 써나가는 내내 외면할 길 없는 사면초가에 부딪쳐 멍해 있다가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시대의 아픔을 헤쳐 나가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 속으로 뛰어들곤 했다.
역사의 비극에 휘말려 고뇌하고 갈등하는 그들의 모습조차 끌어안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선한 이들의
용서와 화해, 가슴 벅찬 희망으로 빛나는 대단원!


변호사 일을 하며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평우와, 보험 일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채봉은 함께 희망원을 운영하며 살게 된다. 그들은 장애를 가진 고아들을 위해 봉사하며 가까이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이 아닌 남남으로 진실을 숨겨야 했다. 기환의 서울대 입학을 기념해 가족 모두가 찾은 가야산에서 이러한 평우와 채봉의 기구한 사연을 모두 듣게 된 네 아이들은 평우의 억울한 누명과 두 집안을 휩쓸고 간 불행에 가슴 아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우의 과거를 알고 있는 최수영이 이를 빌미로 평우를 협박하게 되고, 채봉은 현명하고 당차게 이를 극복해가며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긴 그들에게 위기는 다시금 찾아온다.

“한 번만 더 말씀드릴게요. 빠른 시간 내에 대전에 오셔서 우리 변호사님 만나 사과부터 하세요.”
채봉의 단호한 말을 들은 수영은 순간 모든 걸 다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참았다.
“굳이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그런 다음에 저를 만나시면 최소한의 도움은 드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게 싫다면 그냥 이대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지사장님 같으면 친구 약점 잡아 협박하는 사람에게 평생 끌려 다니다가 결국 당하고 말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자에게 매달리겠어요? 저는 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아요. 이제 더 이상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채봉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내가 그렇게밖에 안……. 결국 마음대로 하라, 이 말씀이세요?”
“어쩔 수 없지요. 운명이라 여겨야죠.”
- 본문 192쪽

처형되어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평우가 허운악의 이름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고, 평우는 결국 다시 죄인의 몸으로 재판장에 서게 된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누명을 쓴 평우의 가혹한 운명도 새로운 기회를 맞는다. 그것은 모든 것이 바뀌어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지켜온 사랑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싸우고 응원한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할 수 없는 역사의 바람 속에서, 소설의 인물들은 그저 살아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흔들리며 건너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이름과 삶을 기어이 되찾고야 만다. 태양이 몸을 숨긴 그늘진 이 땅에서 가슴속에 태양을 품고 살아온 지난날 그들의 이야기가 박종휘 작가의 이야기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맞물려 개인의 의지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운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고통과 슬픔을 견디어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삶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위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실제로 《태양의 그늘》 속 인물들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끊임없이 맞닥뜨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신념과 애정으로 결속하며 어지러운 시대를 헤쳐나간다. 극단의 위기와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번번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향한 따뜻한 믿음과 휴머니티였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 마음의 기록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현실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


평우와 채봉, 그들의 가족은 국가에 의해 삶을 빼앗겼지만, 그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다한다. 국가를 원망하고 자신의 불행을 탓하기에 앞서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살피고 봉사하며 끝까지 이타적인 사랑을 실천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마침내 좋은 결실을 가져온다는 인생의 진리를 몸소 증명해낸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바르고 선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을 때, 박종휘 작가는 인간은 본시 아름답고 선량하고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고, 사람 속에 있어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에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적이 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이런 인간을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모질고 악하게 만드는가였다. 그렇게 작가는 암울한 시대에서 더욱더 고귀하게 아름다운 희망을 찾아내는 일에 성공하였다.

“엊그제 데모하는 걸 봤는데요. 국민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말헐 수도 있지.”
“사천 년이 넘도록 뭘 허다 이제 시작해요?”
“반만년 역사라고 자랑은 하지만 백성이 주인 노릇을 해본 적은 없지 않냐? 왕의 나라였지.”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잖아요.”
“안 한 게 아니라 그런 의식이 아예 없거나 희박했지.”
“맞아요. 정말 그랬을 것 같아요.”
“게다가 따지고 보면 국가의 모태는 강자의 군림을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지 백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냐?”
“이제 세계 어느 나라든 그렇게 만만한 백성은 없을걸요?”
“파도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평선 저 너머서부터 밀려오듯이 우리 국민의식도 먼 길을 헤치고 와서 비로소 지금에 이른 거여.”
“어두운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는 것처럼요?”
“그래, 딱 맞는 말이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큰 아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 본문 400쪽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겪은 이들보다 겪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둘로 나뉘어 있고,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마음의 상처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문학의 몫일지도 모른다. 빛바랜 흑백사진에 담겨 있던 길고 긴 이야기를 다시 태양 아래 살아나게 한 이 작가의 첫 책이 더없이 값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박종휘]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하고 꿈을 키워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문학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몇 년 만에 초고를 완성해놓고도 다른 세상살이에 바빠 소설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작심하고 그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 출판사에 원고를 넘김으로써 뒤늦게 첫 번째 작품인 소설 《태양의 그늘》이 햇빛을 보게 되었다.

[목차]

1부

 

제1장 팔천 겁의 인연 7

제2장 신혼 93

제3장 조국 147

제4장 잔인한 가을 207

제5장 운장산 264

제6장 죄와 벌 317

추천의 말 392
작가의 말 395

부록 399

 

 

제1장 도약의 발판

상백의 선물 … 009
권력 무상 … 021
경호원 조 반장 … 031
사형수의 자식들 … 041
희망원 … 054
울고 웃는 아이들 … 064

제2장 서울 입성

추억 여행 … 079
가정교사 … 094
운동장에서의 한판 승부 … 106
북한산의 아지랑이 … 118

제3장 변호사 생활

불청객 … 133
시상식 … 147
막다른 골목 … 165
두 사람의 방문 … 176
어떤 사과 … 187
아까운 돈, 아깝지 않은 돈 … 199

제4장 끝나지 않은 악몽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 215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 225
소환(召喚) … 242
허운악의 신원 … 254
불안한 나날 … 264
오만한 자비 … 275

제5장 시련

국가의 이익 … 291
붉은 하늘 … 300
약속 … 313
결정문 … 327
북소리 … 338

제6장 아침의 나라

증언 … 355
태백수련원 … 370
불꽃 … 381
황방산의 봄 … 392

작가의 말 … 403

부록
인물 소개 … 407
주요 인물 계보 … 414

 

 

제1장 흩어진 가족 7

제2장 어둠의 메아리 83

제3장 필사즉생(必死卽生) 157

제4장 엇갈린 만남 213

제5장 기다림 267

제6장 운명 325

부록 403

 

 

출판사서평

 

“살아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오랜 시간 벼리고 벼린 호방한 서사의 향연
생존을 향한 끝없는 갈망과 위대한 사랑의 힘!


신작 장편 《태양의 그늘》은 일제강점기 말을 시작으로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사회적 아픔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과 사랑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신인답지 않은 거침없는 필력으로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시간동안 ‘되찾은 땅에서 빼앗긴 삶을 살아야 했던’ 평범한 개인의 비극을 입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풀어낸다.

작가는 총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의 초고를 이미 수년 전 완성해놓고도 여러 사정으로 세상에 내놓기를 미루다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작심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다. 한 장의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대화체와 살아 움직이는 듯 현실적인 인물들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감과 몰입감을 얻게 되었다. 이데올로기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감, 인간의 실존적 가치, 생존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담아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와 더불어 가슴 깊숙이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생생한 과거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역사가 되고 소설이 되어 있었다. 그 깊은 아픔을 민족애라는 사랑으로 승화시켜 살아오신 그분들의 삶에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 글을 쓰는 내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내 주변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그들의 아픔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려 왔고 그들과 열띤 토론을 할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정신세계나 당시 우리민족 모두가 겪은 아픔에 따른 다양한 감정의 본류(本流)는 결코 가상일 수 없다고 확신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되찾은 땅에서 빼앗긴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
태양을 품고 비극을 건너온 그들의 위대한 사랑의 역사


소설은 일제강점기 말, 넉넉한 집안에서 평탄한 삶을 살던 남평우와 윤채봉이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벌어지는 우여곡절과 재미있는 일화들로 시작된다. 운명처럼 만난 그들은 결혼 후에 누구보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지만, 곧 광복이 찾아오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면서 뜻하지 않게 직격탄을 맞는다. 이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양심과 가장으로서 가족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 갈등하던 평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것.
채봉 역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아이 넷을 혼자 거두며 힘겨운 삶을 지속한다. 친정과 시댁의 연이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채봉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녀에겐 남편 평우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희망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역사의 바람은 피할 수 없고, 그들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바람 속을 흔들리며 건너는 중이다.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 태양이 몸을 숨긴 이 땅에서 가슴속에 태양을 품고 살아온 지난날 그들의 이야기가 박종휘 작가의 이야기에서 빛을 발한다.

채봉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자 품에 안긴 강희가 까르륵대며 웃었다. 질겁한 채봉이 강희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 순간 변소 문짝이 활짝 열렸다. 군인 하나가 들어오는 빛을 막고 문 한가운데 장승처럼 선 채 채봉을 향해 총을 겨눴다. 채봉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군인을 올려다봤다. 석양을 등지고 있는 군인은 검은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
죽음을 기다리는 그녀의 볼에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콰당!
총을 겨누고 있던 군인은 채봉과 강희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변소 문을 쾅 닫고 일행들을 향해 달려가며 다른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여긴 다 도망갔다! 산 위로 올라간다!”
잠시 후 마을엔 빨치산도 군인도 없이 텅 비어 채봉의 가족만 덩그러니 남았다.
- 366~367쪽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맞물려 개인의 의지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운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고통과 슬픔을 견디어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삶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위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실제로 《태양의 그늘》 속 인물들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끊임없이 맞닥뜨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신뢰와 애정으로 결속하며 어지러운 시대를 헤쳐 나간다. 극단의 위기와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번번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향한 따뜻한 인정(人情)과 휴머니티였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 마음의 기록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현실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한국전쟁 65주년이다. 그때를 겪은 이들보다 겪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둘로 나뉘어 있고,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마음의 상처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문학의 몫일지도 모른다. 빛바랜 흑백사진에 담겨 있던 길고 긴 이야기를 다시 태양 아래 살아나게 한 이 작가의 첫 책이 더없이 값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꼭 살어야 혀요. 그럴 거지요?”
“그러엄, 살어 있고말고. 여보 잠깐! 저 태양을 봐! 보여?”
“예, 보여요.” (…)
“우리는 저 해가 잠들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 한 함께 살아 있는 거여. 맞지?”
“예, 맞아요.”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말고 씩씩허게 살아가야 혀! 그럴 거지?”
“당신도요!”
-390~391쪽

앞으로도 그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 그러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떠오르는 한 끝끝내 살아 있을 그들의 이야기는 이 노련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을 통해 계속될 것이다.

 

[2부]

총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태양의 그늘2》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부부 평우와 채봉이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눈물의 이별을 하고 천신만고 끝에 겨우 만나게 되지만,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8월 1부가 출간된 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맞춰 5개월 만에 《태양의 그늘2》를 선보이게 되었다.

한 장의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대화체와 살아 움직이는 듯 현실적인 인물들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감과 몰입감을 얻게 되었다. 이데올로기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감, 인간의 실존적 가치, 생존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담아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와 더불어 가슴 깊숙이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생생한 과거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역사가 되고 소설이 되어 있었다. 그 깊은 아픔을 민족애라는 사랑으로 승화시켜 살아오신 그분들의 삶에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 글을 쓰는 내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내 주변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그들의 아픔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려 왔고 그들과 열띤 토론을 할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군이 삼팔선을 넘어 평양까지 올라갔지만, 남상백 집안에 불어 닥친 불행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큰아들 원우는 보도연맹에 강제 가입했다가 상백의 친구 함춘식의 동생이자 마령지서장인 함춘호의 밀고로 체포되고, 경무대 의전과장으로 이승만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던 셋째 아들 근우도 14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가족의 억울한 소식을 듣고는 돌이키지 못할 선택을 한다. 아이들을 친척집에 맡기고 홀로 경찰에 쫓기던 채봉은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자수를 결심하고 남편 평우에게 누명을 씌웠던 특수부 부장 우경석과 독대한다. 자신의 과오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우경석은 채봉을 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채봉은 다시 한 번 죽음의 고비를 맞게 된다.

11월 중순이 지나면서 해가 짧아져 어느덧 시야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경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쫓았다. 그녀가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방천 둑에 주저앉았다. 아마도 침을 뱉어내는 듯했다.
‘맞다! 저 여자는 지금 침을 뱉는 것이 아니라 각혈을 하고 있는 거야.’
경석은 순간 온몸에 경련을 느끼면서 주변을 살폈다. 통행인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고 어둠이 내려앉아 가까이 있지 않으면 누구인지 식별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는 길바닥에서 주먹보다 크고 비교적 거친 돌을 하나 주웠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돌을 쥔 그의 손에 힘이 점점 더 세게 가해졌다. 그는 조심조심 다가가 그녀의 바로 뒤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어 돌을 쥔 손을 들어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그녀의 뒤통수 쪽 찐 머리 위를 힘껏 내리쳤다. - 본문 190쪽

역사의 바람은 피할 수 없고, 소설 속 인물들은 그저 살아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바람 속을 흔들리며 건너는 중이다.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 태양이 몸을 숨긴 이 땅에서 가슴속에 태양을 품고 살아온 지난날 그들의 이야기가 박종휘 작가의 이야기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맞물려 개인의 의지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운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고통과 슬픔을 견디어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삶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위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실제로 《태양의 그늘》 속 인물들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끊임없이 맞닥뜨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신념과 애정으로 결속하며 어지러운 시대를 헤쳐 나간다. 극단의 위기와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번번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향한 따뜻한 인정(人情)과 휴머니티였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 마음의 기록
빛바랜 사진에서 탄생한, 현실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겪은 이들보다 겪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둘로 나뉘어 있고,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마음의 상처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문학의 몫일지도 모른다. 빛바랜 흑백사진에 담겨 있던 길고 긴 이야기를 다시 태양 아래 살아나게 한 이 작가의 첫 책이 더없이 값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우가 다시 총을 들어 올리자 이승만은 눈을 감았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든 각기 다른 자신의 그릇에 담아가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하나 빠뜨림 없이 그들이 만든 삶의 그릇에! 역사의 그릇에!”
“…….”
“부디 이제부터라도 백성들의 기억이 만든 ‘이승만의 삶’이라는 그릇에, ‘이승만이 만든 역사’라는 그릇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내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하는, 부끄럼 없는 대통령의 순간들을 담아가는 정치를 하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이 나라를 위해 당신이 살아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 본문 248~249쪽

앞으로도 그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 그러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떠오르는 한 끝끝내 살아 있을 그들의 이야기는 이 노련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을 통해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