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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등대지기: 조창인

Bawoo 2021. 6. 4. 23:48

등대지기: 조창인 

[소감] 2001년에 출간한 작품을 2021년에 개작해서 출간했다. 제목에서 기대한 -뭘 기대했는가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내용과는 달리 가족-특히 어머니-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등대지기로살아가는 주인공이 형과 누나가 간병을 기피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떠맡게 되면서 어머니와의 단절된 관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많이 감동할 소재지만 8년이 넘게 병석에 누워계신 90이 넘은 노모가 있는 나로서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내용이었다. 지금 요양원이 번성하는 이유는 자식들이 병든 노부모 간병을 기피해서가 아니겠는가? 내 경험으론 자식은 키워줘야 하는 존재이고 힘들더라도 보람을 느끼는 일이지만, 노부모 간병은 삶을 언젠간 마쳐야 하는 일을 맞닥뜨려야 하는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일이기에  그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다. 정작 본인도 늙고 병들면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에 의해서 똑같은 일을 당할 테지만 그건 나중에 겪을 일이다. 70이 넘은 나도 언제,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까 걱정하면서 자식한테 짐은 안 되게 삶을 끝내야 할 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디 이게 뜻대로 될 일인가?

작품은 원망했던 어머니와의 화해 그리고 사랑- 엔딩이 어머니는 등대라는 상징적인 내용이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저 늙어 병든 부모는 이 작품에서처럼 어머니가 주인공에겐 전혀 사랑을 안 준 것 같은 설정이 아니고 사랑을 듬뿍 받았을지라도 짐일 뿐인 것이다. 당장 이 작품에서도 어머니에게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형이란 존재가 그러지 않는가? 주인공인 동생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떠맡기고 이민을 가버리고 누나란 여자 역시 시댁 핑계를 대면서 간병을 기피하지 않는가. 이게 현실인 것이다. 작품을 읽고 누군가 감동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내용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내 소감이다. 뭐 그래서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않느냐는 누군가의 반문엔 "내가 너무 늙은 탓인가보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겠다.

 

[사족]

1. 작가는 클래식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것 같다. 매일 클래식을 듣고 수집하는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뭐 비단 이것 뿐이겠냐만서도^^-. "오토 클렘페러"란 지휘자가 악단 단장 부인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발견한 것인지 궁금하다.(영어 위키 personal life란에도 안 나오는데)

 

2. "쿠오바디스"란 작품으로 유명한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의 단편 중에도 "등대지기"란 작품이 있는데  고국 폴란드를 그리워하는 노병의 이야기이다.["https://www.youtube.com/embed/jgi_V1shrhA" ]

 

[책소개]

목차

1. 갈매기
2. 귀향
3. 등탑
4. 은행나무
5. 어머니
6. 등대지기

출판사서평


늘 그 자리에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름들이 있다. 이를테면 뱃사람들에게조차 점점 잊혀져가는 이름, 등대지기가 그렇다. 그들은 고기잡는 사람들조차 '퇴락한 유물' 정도로 치부하는 등대를 껴안고, 때론 목숨까지 걸어가며 등대에 불을 밝힌다. 재우도 그렇게 묵묵히 등대를 사랑하는 등대지기 중 하나다.

주인공 재우는 사람들의 생각이 미치지 않는 작은 섬 구명도에서 등대지기로 8년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토록 아끼고 떠받들던 맏아들에게서 버림받고 둘째 재우의 곁으로 내동댕이쳐진 어머니. 조용하고 평화롭던 구명도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들어오고부터 재우의 모든 생활은 질서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구명도에 불어닥치는 구조조정의 바람. 오랜 세월 등대를 벗삼아, 연인삼아 살아온 재우에게 닥쳐온 시련들은 이토록 만만치가 않다.

등대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사랑 사이엔 대체 얼마만큼의 간격이 있는 걸까. 등대지기를 떠나보낸 등대는 과연 온전한 빛으로 고깃배들을 인도할 수 있을까...

<등대지기>는 이렇듯 외롭고 힘겨운 등대지기 재우의 삶과,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미움과 원망, 화해의 과정을 따라 잔잔하게 펼쳐진다.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그 일을 해야만 한다. 실상 등대는 험한 바다를 오고가는 배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 등대의 불빛을 반짝이게 하는 것은 외로운 등대지기의 몫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뒤바뀌고 문명이 발달해도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등대처럼, 그 등대를 지켜주는 등대지기처럼, 어머니의 사랑 또한 늘 그 자리에 있음을 혹시 잊은 적은 없는지...

작가는 부모와 자식간의 골 깊은 오해와 증오, 어쩔 수 없는 핏줄의 끌림, 그리고 끝내 서로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지난한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사랑’을 보여준다. 달빛 환하고 물결 잠잠한 밤에도 등대의 불은 어김없이 빛나듯, 우리가 제 삶에 자족하여 미처 돌아보지 않을 때에도 어머니의 사랑은 늘 우리를 향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저자 소개
조창인 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여러 해 동안 일했으며, 출판 기획팀을 이끌며 생명력 있는 많은 책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뒤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그녀가 눈뜰 때>, <먼 훗날 느티나무>, <따뜻한 포옹>을 발표했다. 이어 2000년, 부성애를 상징하는 가시고기에 빗대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는 '가시고기 신드롬'이란 말이 붙을 만큼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신작 <등대지기>;는 오랜 시간 등대를 찾아다니며 고된 취재 끝에 완성한 작품으로, 외딴 섬 등대지기의 외롭고 고단한 삶과, 일상 속에 감추어진 미움과 갈등,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다. 바다를 떠나 그윽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집으로 작업실을 옮긴 그는,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깃든 따뜻함을 담백한 필체로 그려내길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