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2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소감]
어떤 문학 작품을 읽을까 고심하다가 1회 수상작인 '검은 모래'를 감명 깊게 읽은 경험이 있어, 수상작 중 4.3 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인 걸 확인하고 읽기를 선택한 작품. 작품성 면에서는 실망스러웠으나 우리 역사에 실재했던 사건을 다룬 작품인데다가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시각-양비론적 시각-에서 4.3사건을 조망한 점에 주목하고 읽어냈다. 인내심을 가지고서. 아마 공모 수상작도 아니고 소재도 허구였다면 중간에 읽기를 중단했을 것이다. 이 작품과 경합했다는 '가토의 검'이란 작품을 그리했으니까.
주된 이유는 등장 인물의 입체감이 부족했고 대화체로 써야 좋았을 부분까지 서술로 표현한 지나친 서술 구조라서 읽기가 많이 불편해서였다. 책 뒷쪽에 심사평이 실려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플롯이 단순하고 등장인물들은 사건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묘사도 부족하고4.3사건의 내용이나 삽화는 이미 알려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묘사력이 부족하여 서술문 위주로 위주로 이루어진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4.3`의 중요한 장면을 두루 담아냈다.(발췌분)" [2021. 5. 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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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개인의 삶을 헝클어뜨린 참담한 역사와 이념의 대립!
『불타는 섬』. 한국현대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상흔으로 남은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역사인식을 허물면서 섣불리 누구의 편도, 누구의 적도 될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을 통해 수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의 장면들과 격렬한 논쟁의 주제를 담아냈다. 오랫동안 숨죽이고 묻혀 있었던 4·3 사건의 개인적·역사적 진실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잊히지 않는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1980년대에 접어든 어느 해 서울에서 통역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철승은 고향인 조천면 한산리에 사는 어머니에게서 현충일 기념식 행사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전갈을 받는다. 4·3 사건 때 순직 경찰관의 미망인인 그의 어머니가 국가유공자 모범 유가족으로 선정되어 도지사 표창을 받게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신병으로 나갈 수 없게 됐으니 대신 내려와 상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해 초가을 벌초하러 귀향한 철승은 어떤 초라한 묘의 벌초를 권하는 어머니를 이상하게 여기고 뒤를 캐어본다. 그리고 4·3 때 좌익운동 지도자였던 부현구가 최근에 죽어서 그곳에 묻혔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부현구가 생부였음을 알게 된다. 그 후 철승은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방 직후의 신문들을 탐독하고, 부패권력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된 데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을 중심으로 한 ‘승자의 논리’가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목차
프롤로그
1장 그해 현충일날
2장 벌촛날에 만난 사람들
3장 역사 속으로
4장 추석 전후
5장 역사의 상흔을 보다
6장 국방경비대 탈영병의 육필 수기
7장 닫혔던 입을 열다
8장 배신자의 눈물
9장 우물 안 개구리가 밖을 보다
10장 아물지 않는 상처
에필로그
제2회 4.3평화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
리뷰
[출판사 서평]
2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진실은 흑이나 백이 아닌, 흑과 백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제주4·3 사건의 비극적 진실을 당대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한 소설
7천만원 고료 제주4·3평화문학상의 2회 수상작 《불타는 섬》이 출간되었다. 1회 수상작 《검은 모래》가 디아스포라가 된 제주해녀의 곡진한 삶의 연대기를 서사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면, 이번 수상작 《불타는 섬》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역사인식을 허물면서 한국현대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상흔으로 남은 제주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섣불리 누구의 편도, 누구의 적도 될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을 통해 수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의 장면들과 격렬한 논쟁의 주제들을 소설에 녹여냈다.
주인공 강철승은 4·3사건 때 순직한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 강용직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의 생부는 4·3을 주도한 좌익운동 지도자 부현구다. 그는 우연한 일을 계기로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추적해가면서 4·3 사건의 진짜 얼굴을 목도하게 된다.
소설가 현기영, 윤정모, 문학평론가 임헌영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이 소설은 그간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여 접근해왔던 역사인식의 지평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등거리적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등장인물을 병치시켜나간 점도 돋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4·3 미체험 세대나 역사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4·3을 이해시키고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매우 유익한 접근방법이라고 본다”며 한 작품으로 4·3의 중요한 장면을 두루 담아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불타는 섬》을 쓰는 동안 나는 4·3 사건의 역사적 진실과 정면에서 부딪치고자 했고,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 엄청난 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원인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싶었고, 우리 선조들의 이 같은 비극에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다. 4·3 정신을 잊지 말고 계승하자는 말도 들리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계승할 4·3 정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_‘작가의 말’에서
누구의 편도, 누구의 적도 될 수 없었다……
참담한 역사와 이념의 대립이 헝클어뜨린 개인의 삶
1980년대에 접어든 어느 해 서울에서 통역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철승은 고향인 조천면 한산리에 사는 어머니에게서 현충일 기념식 행사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전갈을 받는다. 4·3 사건 때 순직 경찰관의 미망인인 그의 어머니가 국가유공자 모범 유가족으로 선정되어 도지사 표창을 받게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신병으로 나갈 수 없게 됐으니 대신 내려와 상을 받으라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박종혁 재향경우회장은 그의 아버지 강용직 순경이 무장대 사령관 이덕규 결사대를 격멸했으며, 이는 제주 경찰사에 빛나는 모범 사례라며 철승을 추켜세운다.
그해 초가을 벌초하러 귀향한 철승은 어떤 초라한 묘의 벌초를 권하는 어머니를 이상하게 여기고 뒤를 캐어본다. 그리고 4·3 때 이덕구 휘하의 결사대원이었던 부현봉의 형이자 좌익운동 지도자였던 부현구가 최근에 죽어서 그곳에 묻혔음을 알아낸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아들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가출한다. 사실은 부현구가 그의 생부이고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인 강용직과의 결혼은 그의 권세를 이용해 불행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부가 4·3 사건 때 좌익운동 지도자였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고 한동안 고민하던 철승은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방 직후의 신문들을 탐독하고, 부패권력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된 데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을 중심으로 한 ‘승자의 논리’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철승은 자신의 생부인 부현구의 좌익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한편, 당시 좌익무장대의 비인간적 살상사건 때문에 고아가 된 친구 성우칠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목격하면서 좌익운동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고민하게 된다.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의 유가족으로서 받는 국가의 포상이 수치스러운 일임을 알게 된 그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충격적인 가족사를 이해하기 위해 대학원을 휴학한 철승은, 마음의 활력을 얻기 위해 입시학원 영어강사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자폐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 늘 소극적인 한 수강생이 그의 주의를 끌어 눈여겨보던 중, 그의 조부가 4·3 사건 때 빨치산으로 활약한 탓에 3대째 수난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국가유공자 자녀로서 부적절한 국가 지원을 받고 자란 철승은 그 수강생을 도와야 한다는 양심의 명령을 듣고 행동에 옮기는데……
잊히지 않는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순례의 여정
《불타는 섬》의 시간적 배경은 1980년대이다. 한창나이에 4·3의 혹독한 후유증을 앓았을 제주사람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던 작가는 현재가 아닌 80년대를 소설의 무대로 택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4·3 사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역사를 바로 들여다보자는 문제 제기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는 의미심장하다. 다시 말해 4·3의 끔찍한 현장 한복판에 서 있었던 제주사람들의 생생한 기억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것이다. 《불타는 섬》은 그렇게 오랫동안 숨죽이고 묻혀 있었던 4·3 사건의 개인적 · 역사적 진실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잊히지 않는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수전 손택은 “문학은 무엇이 살아 있고 무엇이 죽어가는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담은 역사”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흑과 백 사이, 가장 많은 중간색들을 포용하는 관점에서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승리한 쪽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실패한 쪽의 자식이기도 한 《불타는 섬》의 주인공이 밟아가는 운명의 여정을 ‘순례’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다.
■ 심사평과 추천사
이 소설은 그간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여 접근해왔던 역사인식의 지평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등거리적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등장인물을 병치시켜나간 점도 돋보였다. 4·3 미체험 세대나 역사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4·3을 이해시키고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매우 유익한 접근방법이라고 본다. 한 작품으로 4·3의 중요한 장면을 두루 담아냈다.
_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현기영, 윤정모, 임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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