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우리 장편소설 -제4회 법계문학상 수상작]블루 마운틴:강영애

Bawoo 2021. 5. 19. 20:39

블루마운틴:저자 강영애

[소감] 이런 류의 작품을 구도(求道)소설이라고 하나? 언젠가 본 기억이 있어 검색해봤으나 용어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나무위키에 "구도-진리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라고 정의된 게 전부다. 아무튼 작품 내용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속세에서 상처 입은 세 사람-지선, 순조, 소봉준-을 통해 불교의 진리를 설파하는 내용이로 읽혔다. 우리가 모두 다 부처라는.
 
* 지선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채무자를 찾으러 아픈  자신까지  모르쇠로 중국으로 가 소식이 끊기자 이에 상처입고 거의 죽음에 이른 몸으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백운사로 찾아온 공양보살이고, 순조는 화가이면서 화랑을 경영하는 여성인데 자기가 짝사랑하는 촉망받던 화가가 모든 걸 다 버리고 출가하자 -도혜라는 법명- 이 스님을 쫒아 백운사 아랫 마을-사하촌-에 와서 화랑을 경영하며 이 스님만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소봉준은 잘 나가던 한의사였는데 아내가 자기의 제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에 충격을 받아 이혼해주고 몇 년간을 자신의 집에서 거의 폐인처럼 칩거하다가 스승격인 담연선사의 권유로 칩거를 끝내고 사하촌으로 들어와 -순조의 화랑 이웃-오전만 진료하는 생활을 한다. 이때 거의 죽음에 다다른 정도로 몸상태가 나쁜 지선을 치료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조각가로서 숨겨진 재능이 있음을 순조를 통해 알게되어 조각에 정진하여 부처-마애불- 조각하면서 깨달음을 얻어 다시 한의원으로 복귀하여 오전만이 아닌 오후 5시까지 진료하는 삶으로 돌아오겠다는 편지를 지선에게 보내는 것으로 작품은 끝이 난다.
 
작품이 끝을 향해 가면서 술에 잔뜩 취한 소봉준이 순조에게 청혼하는 해프닝-원래 지선을 사랑하는 설정이었다-이 있고 이후 마애불을 조각하러 노장이란 법명의 노스님이 있는 절에 가고 결국 마애불을 완성한다. 작중에는 소봉준의 한의학 스승-한민철:소봉준의 아내인 선애를 소개해준 설정-과 조각가인 부인 -구인빈:소봉준은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조각도 가르쳐준다-외에 공양하는 보살도 여러 명 등장하는데 다 큰 비중은 아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구도 소설이라 그런지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같이 다 선한 인물로만 나온다. 인간의 성격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인데 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소봉준의 아내-선애-가 제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파탄 내어 소봉준이 삶을 포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만들고, 지선의 남편 역시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을 파탄내나 소봉준은 일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한 때문이었고  지선의 남편은 사업이 실패한 때문일 뿐 지선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제4회 법계문학상 수상작 『블루마운틴』은 해탈, 열반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산 〈블루마운틴〉을 오르고자 하는 인물들의 열망을 박진감 있게 그려나간다.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불행에 맞닥뜨린 주인공과 촉망받던 젊은 화가에서 산중납자가 된 도혜,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이 산속 백운사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어느 날은 손을 맞잡은 도반으로 어느 날은 질투와 번민에 사로잡혀 대립자가 되지만, 자신만의 블루마운틴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구도에 관한 이야기.
 
 
저자 : 강영애-소설가
경남 함양군 산두마을에서 1947년 태어났다.
연세대 사학과를 다니며 민영규 교수에게 불교적 감화를 받았다.
결혼 후 30년간 대전에서 예술전문서점 솔거책방을 운영하다 2017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편입했다.
그 후 장편소설 창작동아리 청맥회에서 활동했다.
 
목차
제1장 백운사......................9
제2장 첫 산행......................25
제3장 장미......................53
제4장 소봉준......................77
제5장 감자 다섯 개......................101
제6장 종소리......................121
제7장 산삼......................143
제8장 소울메이트......................163
제9장 용운토굴......................191
제10장 동화......................217
제11장 그 꽃......................239
제12장 빙산......................267
제13장 체로금풍......................299
제14장 변화......................323
제15장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343
제16장 신라석공......................367
제17장 블루마운틴......................389
*심사후기......................406
*작가의 말......................408
 
책 속으로
1.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이파리들을 깨끗이 씻어 채공에게 갖다 주면 채공은 맛난 산나물 반찬을 만들어 냈다. 지선은 이런 일들이 신선했다. 마음이 자꾸 단순해져 갔다. _P.20

2. 한의원을 나온 지선은 부처님을 생각하며 걸음을 뗐다. 부처님 걸음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떼는 건 지선의 숨은 버릇이었다. _P.30

3. “내 파도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장녹은 파도였다. 마당에서 출렁대는 초록 파도였다. 바람이 불 때면 장녹은 그 넓적한 이파리를 젖혀서 초록 파도를 만들면서 지선에게 다가왔다. 지선은 파도가 없어진 게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제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날 지선은 포장마차에서 초록 파도들을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술을 마셨다. _P.59

4. 나른하게 늘어진 감자 줄기들이 웅성웅성 떠들어대고 있었다. 흙 속에서의 정진은 이제 끝났다. 내 속은 영글 만큼 영글었다. 이제 나는 햇빛 속으로 환속하고 싶다. 도림은 흙 속 감자들이 웅성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섰다. 감자를 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_P.103

5. ‘팔만사천 경전의 산에서 금강경이 백미지. 백미는 흰 눈썹이라.’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몰라요. 아마 그때 그 선생님은 금강경에 심취해 있었을 거 같아요.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팔만사천 권의 경전이 쌓여서 이루어진 산을 상상했어요. 상상이 잘 안 되었어요. 잘 안 되었지만 경전들이 다 녹아서 푸른 산을, 블루의 푸른 산을 이루고 있었어요. _P.188

6. 담연선사도 지선도 벙어리가 되고 앉은뱅이가 되었지만 장님은 되지 못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송 작은 이파리들이 하늘 가득히 날아올라 날아다니는 황홀한 광경을 보고도 무심한 듯 눈까풀을 닫아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벙어리가 되어서 땅 위에 고사리처럼 앉아 있었다. 나중엔 멍청하게 앉아 점점 고사리로 퇴화하여갔다. 멍청해지려고 낙엽송 아래까지 온 사람들 같았다. _P.305

7. 온 숲을 끌고 다니던 침묵을 깨고 길 가운데 멈추어 서서 마침내 도혜가 입을 열었다._P.365

8. 순조의 눈길은 도혜를 보고 있지 않았다. 도혜의 어깨 너머 봄비에 젖는 숲에 머물렀고 도혜의 목소리는 순조의 심금을 울렸다 ._P.366
 
출판사서평
작가 강영애는 연세대 사학과를 다니며 민영규 교수에게 불교적 감화를 받았다. 결혼 후 30여 년간 예술전문서점 솔거책방을 운영하던 그는 뒤늦게 문예창작을 공부해 나이 70세에 인생의 첫 소설인 『블루마운틴』을 썼다. 오랫동안 금강경을 독송해 온 작가에게 이 소설은 자신만의 블루마운틴을 찾는 일이었다.
우리는 『블루마운틴』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관계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우리 삶의 원천인 사랑은 때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승僧과 속俗을 오가는 엇갈린 사랑과 집착 속에서 자신만의 블루마운틴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작품 속 인물들이 직조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미소 짓고 때로는 머리를 끄덕이며 애틋한 사랑에 가슴을 적시게도 된다. 여기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이 있다.